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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Oct 12. 2023

마음에 안 든다고요? 그 사람 절대 못 고칩니다

오지랖 말고 내 인생


살다 보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가족과도 뜻이 맞지 않을 때 많은데, 하물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 내 마음에 쏙 들 수가 있겠습니까. 쿵짝이 잘 맞는 사람이다 싶어도, 오랜 시간 함께 하다 보면 단점이 보이게 마련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잘 맞다는 건 확률적으로도 희박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SNS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좀 위험하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이 올리는 내용인데요.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는 가까이 하지 마라, 칭찬에 인색한 사람과는 멀리 하라." 어찌 보면 마땅한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사람과 사람의 편을 갈라 "좋은 놈 나쁜 놈"을 구분하자는 이야기거든요. 


당장 상처 받은 사람 입장에서 보면, 그런 이야기가 마치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것처럼 느껴질 겁니다. 그래서 "편 가르는 내용"에 '좋아요'가 많이 붙는 것이죠. 저기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편 가르는 사람들과 무엇이 다를까요. 인기도 좋고 팔로워도 좋고 인플루언서도 좋습니다만, SNS는 문화를 만드는 플랫폼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의도적으로 악성댓글을 다는 사람들이나 대놓고 남을 헐뜯는 인간들은 욕 먹어도 쌉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성질 대로 말하고 행동한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 그들이나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어떻게든 그들을 표용해주고,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영향력 있는 사람의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판사가 되지 말고 이웃이 되어야 합니다.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성향이 난무해 있습니다. 상대에게도 화살이 되지만, 자기 마음도 괴롭습니다. 누구도 "반듯한 인생"이라는 말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겁니다. '나쁜 놈'은 벌 받아야 마땅하지만, 우리에게는 용서할 자유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다른 사람을 바꾸려고 하지 말아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타인을 바꿀 수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불행한 이들이 많은 거지요. "가족이니까!"라는 말로 '내'가 아닌 '타인'의 말과 행동을 통제하려 듭니다. 친구니까, 동료니까, 선후배니까, 찐한 사이니까...... 온갖 관계를 들먹이며 "너를 위해서"라는 말로 포장하고 조언을 하는데요. 이 만큼 살았으니 다들 알 겁니다. 사람은 스스로 바꾸지 않는 한 누구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셋째,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싶은 사람도 나름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여러분은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기도 싫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감옥에 있는 사람은 싹 다 살인자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가 보니까요. 그 안에도 멀쩡한 사람 많았습니다. 죄를 지었고, 죗값을 치르고 있는 겁니다. 그 외에는 우리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습니다. 비난하고 손가락질하기 전에, 그들의 삶에 한 번쯤 관심 가지는 아량을, 저는 부탁하고 싶습니다. 


넷째,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사실과 그 사람이 나쁜 인간이라는 사실은 별개의 문제임을 알아야 합니다. 대부분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쁜 놈이라고 정의하거든요. 서로 생각이 다르고, 성향이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노력하는 정도가 다를 뿐입니다. 서로 다른 겁니다. 틀린 게 아니고요. 사실과 감정을 분리하기만 해도 사람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겁니다. 


다섯째, 함부로 '정의' 내리지 말아야 합니다. 말과 글은 언어입니다. 언어는 힘이 있습니다. 잘 나가던 연예인이 순식간에 국민들로부터 외면 당하는 경우 자주 보는데요. 말 아니면 글 때문입니다. 문제 생겼다 하면 말이고, 사고 터졌다 하면 글입니다. 누군가를 지칭해서 "좋은 놈, 나쁜 놈" 정의를 내리기 위해서는,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아니, 전부를 알아야 하지요. 겉으로 보이는 한두 가지 사례만 가지고 한 인간을 통째로 정의하는 습성이야말로 악의 뿌리가 아니겠습니까. 


저도 꽤 오랜 시간 이 갈면서 살았습니다. 복수심에 불탔고, 원망 가득했으며, 입만 떼면 '그들'을 욕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아무리 '그들'을 나쁜 놈이라고 외쳐도 제 삶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그 이야기를 책으로 내겠다 해서 함께 했던 모 작가가 있습니다. 세월 지나고 보니까, 회사고 뭐고 그 작가한테 훨씬 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반평생 살아온 제 입장에서 볼 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요. 그 작가, 지금도 어딘가에서 멀쩡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그 사람을 향해 나쁜 인간이라고 욕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제 속만 타지요. 저 자신한테 도움 되는 것 하나도 없습니다. 


어디 가서 누굴 만나도 문제점만 찾는 사람 있습니다. 어디에서 누굴 만나도 행복만 찾아야 하는데, 아주 눈을 시퍼렇게 뜨고는 지적질할거리만 고르고 있는 것이죠. 상대가 요청하지도 않는데 문제점을 지적하는 걸 오지랖이라 합니다. 이런 사람 특징이 자기 인생 옳게 건사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죠. 그 이유가 정의든 뭐든 간에, 다른 사람에게 손가락질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향해 욕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용서와 포용은 상대를 위한 마음이 아닙니다. 나 자신을 위한 사랑이지요. 저는 지금도 욱하는 때가 없지 않은데요. 과거에 비하면 백배는 나아졌습니다. 훌훌 털고 마음 비우고 나면, 그 사람이야 어찌 살든 내 마음은 평온하고 행복하고 가볍습니다. 어떤 말이든 어떤 글이든, 잘 들어 보고 잘 읽어 보면, 그것이 남을 비방하는 내용인지 용서하고 내려놓자는 내용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말하는 사람이라면 용서하자고 말하고, 글 쓰는 사람이라면 상대방보다 자기 삶을 챙기라고 썼으면 좋겠습니다. 온라인 세상입니다. 인기 끌겠다는 속셈으로 자꾸만 편 가르는 내용을 올리는 습성, 이제 그만 하기를 바랍니다. 


사람 절대 못 고칩니다. 스스로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자각할 수 있는 말과 글을 끊임 없이 제공하는 것이죠. 각자 자기 삶에 충실하고, 그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면, 아무리 못된 사람이라도 깨닫는 바가 있을 겁니다. 스스로 달라지면, 아마 그 사람도 좋은 말을 하고 좋은 글을 쓸 테지요.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지적하고 흉 보고 뒤에서 험담하고 욕하고...... 아주 지긋지긋합니다. 맞붙어 상대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저만 괴로웠습니다. 신경 딱 끊고 내 삶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들도 각성해서 여기 이 만큼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에 대해 좋은 말 많이 했으면, 오늘 꿈자리 행복하고 충만할 겁니다. 타인에 대해 험담하고 흉 봤으면, 오늘 꿈자리 뒤숭숭할 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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