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인생
빈틈 하나 없는 완벽한 인간. 글쎄다. 차갑다는 느낌이 가장 먼저 든다. 내 곁에 그런 사람이 다가온다면, 아마도 친해지기 힘들 것 같다. 마음 여유 따위 없을 테고,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슬프고 우울한 감정 따위 공감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대를 통틀어 존경받는 공자님도 아내 입장에서는 능력 없는 남편이었다. 스티브 잡스도 완벽하지 못했으며, 내가 존경하는 다산 정약용과 토니 라빈스도 부족한 점 없지 않다.
완벽한 존재에게 끌리지 않는다. 저 사람도 나처럼 실수하고 부족하고 모자란 존재로구나, 인간적인 매력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그럼에도 노력하고 안간힘을 쓰고 조금씩 이뤄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나도 할 수 있겠구나 자신감도 얻고, 배울 점 찾아 본받겠다는 의지도 생기는 거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면 무슨 일을 하든 도움이 된다. '나에게 이런 부족한 점이 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면 오히려 타인의 마음을 얻기가 수월해진다.
글 쓰기를 배우려는 이들이 초기에 저지르는 오류가 여기에 있다. 대부분 자신의 '잘난 점'만 쓰려고 한다. 과거 상처나 아픔, 실수, 실패, 고통 등의 이야기는 최대한 감추고 겉보기에 그럴 듯한 내용만 담는다. 손에 잡히는 얘기가 아니라 허공에 떠다니는 공자님 말씀을 쓰게 되는 이유다.
희망과 용기를 가져라, 절대 포기하지 마라, 손만 뻗으면 행복 잡을 수 있다, 눈높이 대화를 하라, 함께 행복한 육아를 하라, 시간을 관리하라, 좋은 습관을 가져야 한다, 독서하라, 일찍 일어나라...... 이젠 듣기만 해도 지긋지긋한 말들. 정작 자신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마치 '완벽한 인간'이 되라는 듯 가르치는 글. 최악이다.
모든 글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써야 한다. 이것이 내 지론이자 철학이자 가치관이다. 뭐 대단하게 표현하는 것 같지만,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를 쓰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소리 아니겠는가. 아는 것도 제대로 못 쓰는데 모르는 걸 어찌 쓴단 말인가.
그렇다. 경험이다. 실제로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 그러니까 우리가 쓰는 이야기 속에는 당연히 실수와 실패와 좌절과 절망과 후회와 분노가 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쓰는 글이 힘을 갖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 이제 글 쓰는 방법 한 가지 명확해졌다. 자신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쓴다. 좀 못났고, 부족하고, 모자라고, 불완전한 자신을 감추지 말고 드러낸다. 그런 다음에, 꺾이지 않고 노력중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이것저것 잘 하고 있다고만 쓰지 말고, 미라클 모닝 실천 단계에서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얼마자 자주 포기하고 싶었는지, 얼마나 자주 못 일어났는지, 전부 다 쓰는 거다. 독자가 보면 속이 다 시원할 정도로. 하지만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오늘도 내일도 도전하고 또 도전할 거라고. 완벽한 존재가 되려는 게 아니라 노력하는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살 거라고. 이런 글이야말로 독자 가슴에 닿을 수 있을 터다.
강의도 마찬가지다. 나는 사투리를 고치지 않는다. 아니, 고치지 못한다. 나이 오십에 서울말 쓰려고 하니 혀가 꼬여 도저히 못하겠다. 때로 욕도 한다. 소리도 지른다. 강의의 정석 따위가 있는 지 모르겠지만, 그런 기준이 존재한다면 내 강의 점수는 50점도 채 되지 못할 거다.
그래도 계속 한다. 이것이 내 진짜 모습이니까. 감추고 싶지도 않고 숨길 필요도 없다. 나는 완벽한 강의를 추구하지 않는다. 그렇게 할 능력도 없다. 내가 가진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온힘을 다한다는 모습으로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세상 아무나 붙잡아 탈탈 털어 보면, 그 속에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고 부족한 점도 있을 터다. 예외 없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쓰고 진솔하게 강의해야지.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진짜 자신의 모습이 무엇인지 아는 게 먼저다. 자신의 강점은 무엇인가? 약점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삶을 추구하며, 철학은 무엇이고, 가치관은 어떠한가? 무슨 말을 전하고 싶은가? 아픔과 상처는 무엇인가? 성공 경험은 있는가? 누구를 사랑하는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
자신을 들여다보는 걸 힘들어하고 귀찮아하면, 다른 사람한테 메시지 전하는 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좋다. 자신조차 똑바로 마주하지 못하는 사람이 무슨 조언을 하고 입바른 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
하루 10분이라도 시간을 내어 생각하는 시간 가져야 한다. 책도 읽고 글도 써 보면서 자신을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꼭 해야 한다. 적어도 내 자신은 제대로 알고 죽어야지.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다. 우리가 쓰는 글은 불완전하다. 우리 삶은 불완전하다.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불완전한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