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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Oct 24. 2023

사람이 주는 상처, 혼자라는 기쁨

만남과 고독 사이


지독한 실패를 겪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사람 덕분이었습니다. 제 삶에서 지우고 싶은 기억들은 모두 사람으로부터 비롯된 상처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사람 덕분에 살았고 사람 때문에 아팠습니다. '함께'라는 단어가 때로 벅차고 행복한 기운을 주기도 하지만, 모두가 내 마음 같지는 않기 때문에 동전의 뒷면도 감수를 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을 테지요. 


사람이 좋다 하여 아무 의미도 없고 가치도 없는 만남을 지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공허하기 때문입니다. 형식적인 만남, 의무적인 만남, 아무런 목적도 기대도 없이 시간만 보내는 만남...... 이러한 만남은 사람을 품는 것이 아니라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지요. 함께 있을 땐 왁자지껄 자신이 뭐라도 되는 것 같지만, 집에 돌아오면 외롭고 쓸쓸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종일 혼자서만 지내는 것도 마땅치는 않습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서로 도움도 주고 받고, 마음도 나누고, 힘든 일 있으면 위로도 하고, 서글픈 일이 있으면 토닥거리기도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온라인 세상인 경우에는 더욱 사람을 대면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람을 만나도 문제이고 만나지 않아도 문제라면, 뭘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요. 결론은 한 가지뿐입니다. 사람을 만나는 시간도 가져야 하고, 또 홀로 있는 시간도 가져야 합니다. 


혼자 있으면 외롭습니다. 외로움은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요? 네, 그렇지요. 사람을 만나면 됩니다. 그렇다면, 사람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을 때는 어떻게 하면 치유할 수 있을까요? 네, 맞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면 됩니다. 사람과 함께 하면 외로움을 달랠 수 있고, 혼자 있으면 상처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방법이 별것 아닌 것 같지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반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서도 외로움을 느끼고요. 혼자 있으면서도 상처를 깊게 합니다. 이런 현상이 생겨나는 이유는, 만남과 고독을 분리하지 못하는 때문입니다.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없이 그냥 사람 사이에 섞여 있기만 하는 만남은 오히려 외로움을 더합니다. 단순히 혼자 있기만 한다고 해서 치유가 되는 것도 아니고요. 만남과 고독을 분리하는 간단한 방법을 소개합니다. 


첫째, 의미를 부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어떤 만남이든 객관적으로 주어지는 의미에만 매달리면 모임과 나 자신을 별개로 여기게 됩니다. 이 만남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수시로 생각하고 사람을 만나야 무가치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둘째, 단호하게 거절할 줄 알아야 합니다. 못이기는 척 나가는 모임, 어쩔 수 없이 나가는 모임, 때가 되면 그냥 만나는 사람들. 이런 모임과 만남이 삶을 덧없이 만듭니다. 오픈채팅방에 사람이 1천 명 있어도 유령이 절반 넘습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 만나도, 나와 연이 없는 사람 절반 넘습니다. 쓸데없는 만남을 줄일수록 나머지 사람들이 더 소중해집니다. 


셋째, 혼자 있는 시간에는 반드시 글을 쓰거나 책을 읽어야 합니다. 이것 말고도 나름 고독을 즐기는 방식이 있다면 그리 하면 됩니다. 거실 바닥에 누워 리모컨 만지작거리거나, 스마트폰만 죽으라고 쳐다보고 있을 거면 차라리 밖에 나가서 길 가는 사람이라도 만나는 게 낫습니다. 시간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인생 밀도가 달라집니다. 생산성은 혼자 있는 시간에 달려 있지요. 건설적이고 가치 있는 행위에 몰입할 수 있어야 고독한 승부사가 되는 겁니다. 


사람이 가장 소중합니다. 사람이 가장 힘듭니다. 사람 관계에는 정답도 없습니다. 책도 읽고 강연도 들으면서 관계를 풀어나가려고 애쓰는 사람이 많은 이유겠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마음이 집착이나 증오 등 극단까지 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입니다. 사람 덕분에, 사람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의 파도가 일어납니다. '함께'와 '고독'에 대해 마음 정리를 할 필요가 있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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