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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Nov 19. 2023

아무것도 하기 싫은 때가 있다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무엇이든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무엇을 해도 다 소용 없을 것 같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기분'이라는 건 시시각각 변화합니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분명히 있게 마련이지요. 


이랬다가 저랬다가 수시로 바뀐다는 말은, 그 기분이 곧 '나'가 아니란 뜻입니다. 변하지 않는 걸 본질이라 합니다. '나'란 존재는 확고부동한 존재입니다. 그 존재 안에 매 순간 왔다 사라지는 기분을 '나'와 동일시할 수는 없습니다. 길을 걷다 넘어지면 멍이 듭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 멍은 사라집니다. 어디 부딪히면 멍이 듭니다. 그 멍은 또 사라집니다. 멍을 '나'라고 정의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무기력증에 빠지는 것이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살다 보면 그런 순간이 종종 "왔다가 사라지는" 때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그런 순간이 내게 왔구나 하고 인정하고 지켜보면 그뿐인데, 자꾸만 무슨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받아들이니까 정말로 문제가 되기 시작하는 겁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됩니다. 실제로 꼼짝도 하지 말고 누워만 있으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자꾸만 뭘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라는 뜻입니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바람 쐬고 싶으면 나갔다 오고, 잠을 자고 싶으면 잠자면 됩니다. 도저히 그럴 만한 여유가 없을 때는 주어진 일을 하면서도 '내가 지금 힘든 감정을 느끼고 있어' 자기 감정을 읽어주는 태도를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문제로 인식하면 반드시 해결책을 구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문제로 인식하지 않으면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지요. 사람이 어떻게 매번 열정에 넘칠 수가 있습니까. 타이거 우즈도 슬럼프 겪고 마이클 조던도 농구하기 싫었던 적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도 모든 걸 때려치우고 싶었던 적 있었을 테고, 아인슈타인도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했던 때가 분명 있었을 겁니다. 


내게 일어나는 모든 상황과 감정 반응을 "그럴 수도 있다!"고 받아들여야 삶이 편안해집니다. 어떤 틀을 만들어놓고 그 틀 속에서만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이 인생을 피곤하고 지치게 만들지요. 사람이 감옥에 간다는 건 상식적으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가게 되었지요. 그 시절, 저를 버티게 해준 가장 큰 힘이 바로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무기력증을 겪는 사람들이 고통 받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비교입니다. 자신은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의욕도 없고 어떤 성과도 내지 못한 채 하루하루 보내고 있는데, 남들은 척척 잘만 사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SNS시대라서 더 그런 모양입니다. 저 사람은 저렇게 멋진 성과를 내고, 또 다른 사람은 저리도 훌륭하게 잘 사는데, 난 왜 이 모양 이 꼴로 사는 걸까.


잘난 놈과 비교하면 세상 모든 사람은 못난 꼴이 됩니다. 자기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면 세상 모든 사람은 건방을 떨게 마련이지요. 잘난 놈도 잊어버리고 나보다 못난 사람도 쳐다보지 않으면 오롯이 나 혼자 남게 됩니다. 이럴 때 나는 과연 잘난 존재일까요 못난 존재일까요. 비교 대상이 사라지면 잘났다 못났다 '나'를 설명할 방법이 없어집니다. 


'나'는 그저 '나'일 뿐입니다. 잘난 존재도 아니고 못난 존재도 아니고, 그저 '나'라는 존재로서만 남게 되지요. 애초에 인간은 누구보다 잘났다거나 누구보다 못났다고 비교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아닙니다. 빨간 사람도 있고 파란 사람도 있고, 그래서 세상이 무지개빛을 낼 수 있는 것이지요. 


글 쓰고 싶은 때가 있습니다. 글 쓰기 싫은 때가 있습니다. 남편이나 아내의 말을 잘 들어주고 싶은 때도 있고, 말하는 족족 받아치고 싶은 때가 있습니다. 파이팅 외치며 활력 넘친 하루를 살고 싶은 때가 있는가하면, 종일 바닥에 누워 뒹굴거리고 싶은 때도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나태하고 무기력한 시간보다 에너지 넘치는 날을 조금 더 많이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태하고 무기력한 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존재를 충분히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지요. 나태하고 무기력하다고 해서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 '난 왜 이럴까? 난 왜 이리 엉망일까?'라는 생각을 반복하게 되면 아무것도 나아질 가능성이 없습니다. 


괜찮다고 생각해야 괜찮아지고, 좋다고 생각해야 좋아집니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어떤 신호를 품고 있으며, 그 신호를 잘 받아들이면 가능성과 잠재력을 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치면,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 중독자 막노동꾼이었던 저는 '하자 투성이' 인간이 되어버리고 말겠지요. 


단,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자신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라는 말의 의미는, 그냥 되는 대로 대충 살라는 말과는 전혀 다릅니다. 오해하면 곤란합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때가 오면, 적어도 그 시간 동안만큼은 자신을 좀 자유롭고 편안하게 대하라는 뜻입니다. 조급한 마음으로 강박 갖지 말고, 이번 기회에 좀 쉬어 가자 생각하는 것이죠.


부정적인 사람이 주로 하는 자기 합리화는 절대 금물입니다. 자신을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고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가는 건실한 존재로 인정하되, 때로 힘들고 어렵고 무기력한 순간을 만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는 말이지요. 


"내 삶을 사랑하고, 그래서 나름 열심히 살다가 발을 헛디뎌 개울에 빠지고 말았다. 그럴 수도 있지!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일어나 계속 살아가면 된다. 그럴 수도 있지! 다시 힘을 내자!"


감옥에 있는 동안 매일 반복했던 생각입니다. 내가 나를 허락하고, 내가 내게 시간을 주고, 내가 나를 인정하고, 내가 나를 사랑했던 것이지요.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중독자? 막노동꾼? 아무 문제될 것이 없었습니다. 


인생 올가미는 대부분 자신이 씌운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이제 내 손은 그 올가미를 벗겨내면 그뿐이니까요. 마음이 자유로운 사람이 행복합니다. 걱정이나 고민을 하고 계신 분 있다면, 아무 문제 없으니 마음 잘 추스려 다시 일어서길 바랍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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