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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Nov 22. 2023

다섯 가지 마음으로 글쓰기

잘 살면 잘 쓴다


첫째, 행복한 마음으로 써야 합니다. 많은 초보 작가들이 스트레스와 강박으로 쓰고 있습니다. 잘 써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그럼에도 잘 쓰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하며 힘들고 어렵게 쓰는 것이지요. 글 쓰는 이유가 뭘까요? 사람마다 다양한 이유와 목적을 갖고 있겠지만, 한 마디로 정리하면 '더 나아지기 위함'일 테지요. 더 좋아지려고 쓰는 글인데, 괴롭고 우울한 마음만 가득해서 되겠습니까.


작가가 행복하게 글을 써야 독자도 행복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면, 어떤 일이든 그 과정이 즐거울 수 없습니다. 결과보다 과정에 훨씬 많은 시간이 듭니다. 쓰는 내내 행복할 수 있다면, 결과야 어떻든 행복한 시간을 훨씬 많이 누릴 수 있다는 말이지요. 


잘 써야 한다는 강박, 독자들로부터 인정과 칭찬을 받아야만 한다는 압박, 베스트셀러를 써야 한다는 부담...... 이런 것들이 작가를 힘들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어떤 내용의 글을 쓰든 행복한 마음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성공한 상태에서 글을 써야 합니다. 많은 초보 작가들이 '성공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성공이 쉬운가요? 당연히 어렵지요. 어려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길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글을 쓸 때는, 성공한 작가가 된 것처럼 생각하고 느끼며 써야 합니다. 코스프레라고 해도 좋고 똥폼이라 빈정거려도 좋습니다. 


10년 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성공하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쓰니까, 쓰는 순간이 내내 고통스럽고 힘들었습니다. 어느 순간, 이미 성공한 작가인 것처럼 생각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훨씬 자유롭고 편안했습니다. 


성공의 개념은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지금 내가 충분히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데에는 돈도 노력도 필요 없습니다. 자기 확신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란 뜻이죠. 이미 충분히 성공했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면, 독자들에게 해줄 말도 많아집니다. 인생에 대한 조언, 일을 대하는 태도, 사람과 관계를 맺는 자세 등등 어떤 종류의 글을 쓰든 '성공한 사람으로서 건네는 조언'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그렇게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정말로 성공을 이루게 됩니다. 


셋째, 신나게 써야 합니다. 쓰지 않을 거면 말고, 이왕 쓸 거면 기쁜 마음으로 써야 합니다. 누군가의 강요나 법적인 처벌로 글을 써야만 한다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스스로 선택한 길이지요. 자신이 하고 싶어 시작한 일을 괴롭고 짜증 섞인 마음으로 계속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과정이 어렵고 힘들 수는 있습니다.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많이 써 본 적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글을 잘 쓰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나의 정체성'일 수는 없습니다. 하나의 상황일 뿐이죠. 배우고 연습하면 앞으로 얼마든지 나아질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보다 실력이 점점 좋아지는 작가를, 독자는 사랑하게 마련입니다. 


신나게 써야 하고 싶은 말 마음껏 쏟아낼 수 있습니다. 그럴 듯한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은 '나의 이야기'를 감추게 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을 쓰게 만들지요. 재미도 없고 희열도 없고 보람도 없습니다. 글을 쓴다는 말은 '나의 글을 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나의 생각과 경험과 지식과 철학과 가치관을 쓴다는 말입니다. 자유롭고 행복한 글쓰기. 신나게 써야 합니다. 


넷째, 돕는 마음으로 써야 합니다. 글 쓰는 이유는 독자를 위함이지요. 독자의 문제나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글을 쓰는 겁니다. 혹여라도 작가 자신의 입신이나 돈이나 성공을 위해 쓰는 거라면, 차라리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게 낫습니다. 돕는 가치에 대한 대가로 인세를 받는 겁니다. 


자신이 쓴 글을 읽어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 글이 나 자신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독자를 위한 것인지. 독자를 위한 글이라면 마땅히 메시지가 존재해야 합니다. 메시지가 선명해야 합니다. 억지로 메시지를 만들어내자는 게 아니라, 독자를 돕겠다는 마음으로 쓰면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는 뜻입니다. 


누구를 도울 것인가. 그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가. 그 고민과 문제는 내가 도울 수 있는가. 나의 어떤 경험이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메시지는 어떻게 정할 것인가. 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나의 경험담을 어떤 식으로 풀어낼 것인가. 돕는 마음은 글쓰기 주제와 소재와 구성과 장르 등 모든 것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다섯째,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반듯해야 합니다. 불평 불만 가득한 사람이 긍정적인 글을 쓴다면, 그것은 위선이고 거짓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독자와 세상을 속이는 짓이지요. 사람을 미워하고, 자기 편만 골라 챙기려 하고, 조금만 못마땅해도 인상 쓰고 투덜거리는 사람. 이런 사람이 글을 쓰면, 그 글이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태도 썩어빠진 사람이 서울대 나오면 뭐하겠습니까. 태도 엉망인 사람이 돈 많이 벌면 무엇하겠습니까. 태도 개판인 사람이 판검사 의사 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생각을 바르게 하고, 다른 사람 인생에 도움을 주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써야 그 글이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게 됩니다. 


어렵고 힘든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글 쓰는 사람은 평생 노력해야 합니다. 실수하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저앉아서는 안 되지요. 잘 쓰고 싶다면 먼저 잘 살아야 합니다. 글쓰기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삶이 먼저입니다. 오늘을 잘 살면, 오늘 쓰는 글이 예뻐집니다. 


저는 글 쓰는 걸 좋아합니다. 위에 언급한 다섯 가지 마음을 모두 갖췄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하지만, 다섯 가지 마음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애쓰는 동안 제 삶이 바뀌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문장이 좀 서툴고 투박해도 마음이 곱고 반듯하면 독자 가슴에 닿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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