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뭘 먹을까 하다가 검은 비닐봉지에 쌓여진 채 잠시 기억에 잊힌 토마토가 생각났다. 냉장고 야채 칸에서 비닐봉지를 꺼내 그 안에 담겨있던 토마토 세 개를 꺼냈다. 손에 쥐어 살금살금 만져보니 세 개 중 두 개가 물렁하니 상태가 안 좋다. 둘 중 더 물렁한 토마토를 씻어 칼로 네 등분을 했다. 많이 물렁해진 부분은 칼로 도려내고 나머지를 접시에 담았다. 하얀 접시 위에 빨간 토마토 조각들이 앙증맞다. 한 조각씩 포크로 찍어 먹으며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인터넷 세상을 살펴본다. 한참 서핑을 하다 정신이 서서히 깨어나면 그 날 할 일을 생각한다. 만년 다이어터에게는 하루 일정 중 식단짜기가 꽤나 중요하다. 어떻게든 칼로리가 적은 식재료로 맛있게 먹기 위해 고민한다. 남은 토마토가 상하기 전에 요리를 해두어야겠다고 생각하다 토마토 마리네이드를 해보기로 했다.
샐러드에 양상추와 파프리카가 들어간 것을 좋아하는데, 이것들은 사두면 쉬이 시들어서 한 번 사면 며칠 내로 다 먹어치워야 한다. 그래서 냉장고에 재료가 남아있는 경우가 드물다. 토마토 마리네이드는 냉장고에 양상추가 없을 때 샐러드 대신 만들어 먹으면 좋은 메뉴이다. 내 멋대로 재료손질을 해서 한꺼번에 섞으면 그만이라 성미에 잘 맞는다. 양파와 토마토를 대충 썰어서 올리브유, 꿀, 발사믹식초, 레몬즙, 소금, 후추를 넣고 섞어두면 끝. 양파는 잘게 토마토는 듬성듬성 써는 것이 내 취향이다. 숙성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먹고 싶을 때 만들어서 바로 먹을 수 없다는 게 단점이지만, 나는 보통 아침 먹으면서 저녁 메뉴를 생각하기 때문에 괜찮다.
토마토는 인터넷으로 한 박스 주문해서 천천히 먹고, 다 먹으면 조금 쉬다가 또 주문하는 편이다. 토마토를 끊이지 않고 계속 먹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먹는데, 역시 가장 자주 먹는 건 그냥 생 토마토를 잘라 먹는 것이다. 믹서에 갈아서 토마토주스를 해먹을 때는 꿀을 넣어 먹기도 한다. 갈아먹으면 새콤한 맛이 더 진해져서 단 맛을 추가해야 맛의 균형이 잡히는 느낌이다. 계란과 토마토를 같이 볶아 먹기도 하고, 토마토비프스튜를 해먹기도 한다. 카레에도 토마토를 넣으면 새콤하니 맛있다. 케첩에 토마토, 양파를 잘게 썰어 넣어 졸이면 나초를 찍어먹기에 좋은 소스가 된다. 이렇게 열심히 먹는 와중에 방울토마토, 대추토마토 등을 사다 먹기도 한다. 한 입에 쏙 들어가 먹기 편하고 새콤달콤한 맛도 더 진하다. 이런 작은 토마토들은 요리를 하기보다는 한입거리로 소쿠리에 담아놓고 수시로 집어먹는다. 써놓고 보니 토마토를 참 많이 먹는 것 같다. 다음 주엔 토마토를 주문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