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 남은 체온 하나로
아름다운 시절
김미진
우리는 그때
시간이 우리를 데려간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해는 늘 제자리에 있었고
약속은 미뤄도 괜찮을 것 같아
저녁은 느릿함으로
채워졌다
웃음 뒤에 숨겨둔 말들
끝내 건너지 못한 마음들조차
언젠가는 모두
제자리로 돌아갈 줄 알았던
여린 믿음의 시절
손끝에 남은 체온 하나로
하루를 견뎌낼 수 있었고
아픔과 사랑이
서로 다른 이름으로
같은 곳을 가리키던 날들
여수 밤바다
불빛은 물 위에 흩어지고
파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우리를 오래 바라보았다
우리는
잃어버릴 줄 모르던 마음으로
서로를 놓지 않은 채
시간을 끌어안았던 걸까
이제야 안다
아름다운 시절은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여수 밤바다처럼
아무 말 없이도
끝내 잊히지 않는
빛으로 남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