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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시민 Jun 17. 2024

여름 (1)

얕은 희망 01


'후텁지근한 날이 계속될 것으로 올해에는 더욱더 각별히 주의를...'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음에도 고요함만이 남은 어느 날의 새벽이다. 오래전 고장 나 녹음되었던 라디오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같은 구간을 반복적으로 나오는 고장 난 라디오였다. 매일이 후텁지근할 날씨일 것이라고 예보하는 고장 난 말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맞춘 적이 없었다. 10년 동안 한국에는 따가운 햇빛을 쬐는 듯한 여름이 오지 않았다.


비가 내리거나 아예 오지 않는 다른 날은 그냥 흐렸다. 사람들은 같은 날씨의 반복에 점차 지쳐갔다. 햇빛은 기억 속에서 잊혔고 오늘의 날씨가 영원할 것 같은 불안감에 쌓였던 이들도 결국에는 받아들이는 수순까지 오게 되었다. 



" 한나, 오늘은 출근해! 제발!"

지원의 간곡한 부탁에도 한나는 휴대폰을 끄고 멀리 던졌다. 지긋지긋한 날씨에 출근하라는 말은 지겹게 들렸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가지 않을 이유를 대며 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지겨워.


한나는 가끔씩 집 앞의 병원에 출근하였다. 출근하여도 매일이 똑같았고 찾아오는 사람도 정해져 있었다. 도저히 굶고 지낼 수 없어 구했던 병원이었다. 처음에는 바쁘지 않아 편했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출근하라는 지원의 말은 귓등으로 들렸다. 월급도 제때 챙겨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출근할 이유가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그만두기에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병원을 다녀야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알약을 받을 수 있었다. 어떤 원료로 만들었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나라에서 급하게 만들었다며 서둘러 내놓은 약이었다. 효험성이나 사용에 대한 검증은 제 몸으로 체득하는 수밖에 없었다. 먹고 죽든지, 먹지 않고 굶어 죽든지. 둘 중하나였다. 10년 동안 대한민국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비로 인해서 농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식량문제에 큰 타격을 입었고 다른 에너지원들 또한 대비책이 없이 일어난 상황들이라 모든 것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인간, 동물, 식물, 식량, 모든 것들.  


계속되는 비와 흐린 날로 예방책이 없었던 집과 건물들은 조금씩 부식되고 곰팡이가 생겼다. 큼큼한 냄새가 쌓였고 악취가 온갖 곳에서 코를 찔렀다. 하지만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은 채 비밀리에 진행되는 대한민국의 프로젝트는 평범한 시민들에게 어떠한 희망도 주지 않고 있었다. 뉴스는 같은 말만 반복하며 나왔다. 곧 해결될 것이라며,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을 매일 매시간 쏟아내고 있었다. 


길거리에는 사람이 다니지 않았다. 병원은 사실 마지막 작은 한나의 희망이었을 뿐,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었다. 

몇몇 남지 않은 환자들은 더 이상 생명을 보존할 수 없는 지경까지 왔었지만 포기할 수 없는 마음으로 끝끝내 버티고 있었다. 남은 환자들 마저 끝이 난다면 이곳을 또 떠나야 했다. 같이 일하는 지원 역시도 같은 입장이었다. 어떤 밑바닥까지 남지 않은 사명감이라는 마음으로 남아있었고 자신도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점점 들던 시기였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확신이 없는 날을 보내고 있었다.


한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지겨웠지만 지원이 신경 쓰여 집에만 있을 수 없었다.

집 근처였던 병원은 빠르게 도착하였다. 눈앞에 보이는 지원은 환자와 씨름하고 있었고 힘들어 보였다.


병원의 환자들은 2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약을 먹지 않아 영양 결핍으로 쓰러졌거나 먹어서 생긴 부작용들을 안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약을 먹으면서도 찝찝함을 버릴 수 없었던 건 눈앞의 환자들의 증상 때문이었다. 




(다음에 계속...)




혼자 상상해서 쓴 소설입니다. 자료조사나 팩트들이 전혀 없을 수 있으니 가볍게 읽어주시면 됩니다. 많이 짧은 단편소설을 생각하고 연재할 생각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쓰고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나둘씩 써 내려가면서 소설 실력을 키워보겠습니다. 

오늘도 글을 읽기 위해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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