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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시민 Jun 10. 2024

여름이 왔다. 계절이 빠르게 흘러가고 진하게 더워지고 있다. 6월의 날씨가 30도를 육박 아니, 뛰어넘었다. 시원했던 저녁 공기마저 후텁지근한 날씨로 변하였다. 광기 어린 날씨로 변모된 여름을 맞이했다. 마치 한여름같이 뜨거웠다. 더운 날, 산을 올랐다. 산을 오르는 처음은 숨이 차 주변의 것들이 보이지 않았다. 흙이며 나무며 하늘이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어느 정도 숨이 고르게 되고 눈앞이 하얗던 순간을 지나면 숲이 보인다. 나무가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걸음마다 소나무들은 뜨거운 햇빛을 온몸으로 맞고 있었다. 붉은 나무에 햇빛이 앉자 더 붉게 빛났다. 나무의 몸통에서 빛이 발산되는 것처럼 보였다. 가지마다 빛의 모습들이 자리 잡혀있었다. 여기저기 빛을 비추는 모습을 바라보면 황홀한 기분이 든다. 찬란한 빛이 가득하였고 숲내음이 내 코를 지나 폐를 정화시켜 주었다. 초록 잎으로 뒤덮인 산의 모습은 그저 산이었다. 어떤 수식어도 필요하지 않은 산. 나무 하나를 곱씹을 때마다 빛을 발하던 모습에 감탄을 하며 산을 오른다. 공기는 청정했고 시원했다. 산에서 만큼은 여름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무 그늘로 가려진 곳들은 휴식처가 된다. 여기서 쉬고 가라고 말해주는 듯 기울어진 나무들에 시선을 돌렸다. 바람에, 비에, 태양에 꺾인 나무들은 힘을 잃지 않은 채 자신의 몸을 지탱하고 서있었다. 부러질 듯 보였지만 부러지지 않기 위해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어 자신의 몸을 지켰다. 혼자서 이겨냈을 시간이 보였다. 안쓰러운 마음을 뒤로하고 산을 다시 오른다. 절벽처럼 아슬히 생긴 바위에 발을 디딛고 걸어가면 오금이 저려온다. 온몸의 신경은 삐쭉 곤두섰고 발아래를 내려다보면 직각으로 떨어지는 산의 비탈길이 아찔하게 보였다. 한 발자국이라도 잘못 내딛게 되는 순간 저세상을 맛볼지도 모를 일이었다. 서둘러 산을 오른다. 이대로 떨어지고 싶지 않으니 긴장을 최대한 하며 오른다. 정상을 도착하는 순간 벅차 숨찬 소리가 더 깊어진다.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성취감이 몰려오며 맨바닥에 철썩 앉는다. 높은 산 꼭대기 위에서 부는 바람은 시원했다. 아래로는 동네가 보였고 오르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 순간만큼은 산을 오르는 재미를 느낀다. 여유도 잠시, 다시 내려올 길을 찾아 내려온다. 동네 산이었기에 오르는 시간은 길지 않았고 내려가는 시간도 적당히 맞추기 위해서 빠르게 움직이는 편이 좋았다. 산을 오르기 위해 아침 일찍 나오는 편이었지만 대낮의 산은 그늘이 가려준다고 해도 달갑지만은 않았다. 내려오는 길은 오르는 길과 달리 속도가 붙는다. 어디로 발을 둘지 생각과 다르게 몸이 먼저 반응한다. 쉴 새 없이 내려오다 보면 시작하는 곳으로 돌아와 있다. 짧은 등산이지만 느끼는 점은 길었다. 다시 한번 산을 올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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