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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시민 May 29. 2024

괴로운 데는 이유가 있다.

포근한 날씨, 꽃잎이 흩날리는 날. 드디어 추운 겨울 끝에 봄이 왔다.


매일 우울하던 날이 있었다. 눈물이 신경에 자극 준 것처럼 그냥 줄줄 흘러내린 적이 있었다.

우울증인가 싶었다.

일주일을 그렇게 울었다. 일이 끝나고 집에만 오면 눈물이 흘렀다. 아무 이유도 없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몸이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지금 생각해 보면

어딘가로 도망치기 위한 나의 몸이 신호를 준 게 아닌가 싶다.

내 삶은 과거로부터 더 전의 기억까지 슬프고 힘들고 우울한 기억뿐

좋았던 기억들이 잘 남아있지 않다.


가족들과 대화해 보면 난 마냥 밝고 쾌활한 이미지라던데, 나의 본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계속 우울했고 울었고 슬펐고 힘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아마 지금의 여유로움을 더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준 어떤 타이밍이었나 생각이 든다.

마음의 여유,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 나의 태도와 관점을 바꾸고 삶을 대하면

바뀔 것이라는 것.

그때는 들리지 않았고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보인다. 

예전보다 더 못한 상황일 수도 있다. 

돈을 벌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았기 때문에 괴롭지 않다.


괴로운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애정을 전혀 쏟지 못하고 있었고,

일을 해야 하는 이유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까지 극단적으로 생각하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일을 그만두고 쉼을 선택해야 하는 게 맞다.


난 이 일을 평생 하게 되면 너무 괴롭지 않을까. 내가 이 일을 평생 하게 되면

너무 힘들지 않을까. 내가 이걸 계속하는 게 맞나.


끝없는 도돌이표처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풀려고 하니 마음에 갈등이 생겼고

괴로움이 찾아왔다.


아주 천천히. 아무도 모르게.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더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나는 책을 계속 꾸준히 읽고 있으며 공부를 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기억한다.

이런 상황이 또 온다면 난 아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기 확신을 갖고 한 발자국씩 나아간다.

미친 듯이 다시 땅바닥을 찍고 헤어 나올 수 없을 만큼의 상태가 되더라도 난

다시 봄이 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분명 나를 믿고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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