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자리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by Dubu

올해 초 얼어붙은 한국 영화시장에서 쏠쏠한 매출을 올린 영화가 있다. 바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인 스즈메는 어떤 위험한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단속'을 해간다. 2D세계에서의 한 소녀가 문단속을 하고 다닌 것처럼, 나는 요즘 누군가의 입단속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된 지 일 년이 되어간다. 바로 이틀 전 그의 발언이 화두에 올랐다. 워싱턴 포스트와 나눈 인터뷰였다. 당 언론에서 보도가 나가고 야당이 이 발언을 문제 삼자, 대통령 측은 주어가 없다는 둥, 본래 뜻과는 달리 오독이 되었다는 둥 포장하기 바빴다. 그러나 곧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가 원문을 공개하자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에 대해 함구했다. 그들은 당연히 해야 할 일조차 못하고, 잘못을 지적받자, 반성이나 사과는커녕 다른 것으로 화제를 돌린다. 거짓말과 거짓 선동으로 얼룩진 그들의 행태에 나는 부쩍 ‘자격’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워싱턴포스트 미셸 예 희 리 기자의 트윗글


자격은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나 능력을 뜻한다. 회사들은 지원자를 교육하기보다 뽑아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소위 '일을 할 자격이 있는’ 준비된 인재를 원한다. 그러한 사정으로 취업 시장에서 나온 많은 이들이 좌절한다.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자격을 얻기 위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다르다. 이는 아주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운이 정해진다. 우리는 이미 과거를 통해서, 또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들을 통해서 대통령이라는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아왔다. 그래서 대통령이 어떤 성과나 퍼포먼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처음 해봐서….'라는 반응은 매우 부적절하다.



2022년의 한국은 정치 경험이 전무한, 30년간 검사 생활만 한 사람을 뽑았다. 나는 그를 뽑은 사람들을 원망하고 싶지는 않다. 더 나쁜 쪽은 그 사람을 뽑도록 여론을 형성하고 분위기를 몰아간 세력이다. 예컨대, 수구/보수세력을 감싸주는 행태의 언론들, 그리고 정치적 목적이 있어 보이는 과한 수사를 진행하는 세력들 말이다. 우리는 그 세력의 수장을 대통령으로 맞이했고, 국내 정치에서는 대부분 내가 예상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는 준비되지 않았다. 사법 영역에서는 전문가일지도 모르지만, 그는 법으로 사람을 보호하기보다는 '법 기술자'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자신이 처단하고 싶은 사람이나 단체들을 압박하면서. 게다가 법 이외의 분야에서는 지식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작년 대통령실 도서 구매가 0원이라고 한다. 국민 평균 독서량에도 한참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이라는 직무를 이해하고 실행할 적절한 방법은 있다. 자신이 잘 모르면 잘하는 사람을 앉히면 되고, 어려운 문제는 협의를 통해 좋은 해결책을 찾으면 된다. 그러나 그는 자신 옆에 말 잘 듣고 자신과 생각이 통하는 사람만을 등용했다. 심지어 그들이 공적인 자리에서 한 말들을 부정하거나 정정하는 행태까지 저지르곤 했다. 아이를 돌보는 문제와 69시간 노동과 관련된 문제가 대표적인 사안이다. 유시민은 그런 대통령을 두고, 떠오르는 대로 말하는 ‘즉자적’인 방식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평소 그의 발화를 생각해 보면 그러한 평가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우리는 이 나라의 시민으로 태어나는 순간 민주주의 시스템 안에서 투표의 의무와 자격을 가진다. 투표를 한 후 그 결과를 손 놓고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지적하고 그것을 바꾸어 나가도록 행동할 자격이 있다는 말이다.
한국 사회가 엘리트주의적 사회, 기득권자들의 세상이 되면서 정치에 이러한 부도덕하고 부패한 모습이 만연하고 있음에 나는 심히 개탄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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