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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달 Nov 13. 2023

상처를 이기는 방법

자신을 믿고 주변을 믿으면서 나아간다.

모양도 색깔도 냄새도 무게도 없는 것들이 부숴버린 나의 세상
아픔은 자꾸만 커지고 그럴수록 나는 점점 작아져.  
이승희 작가의 그림책 <가시> 중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말로 다른 사람의 심장에 가시를 꽂는가. 우리의 심장을 얼마나 많이 다른 사람의 말에 찔리는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양도 색깔도 냄새도 무게도 없는 것들에 세상이 부서진 적이 있지 않을까. 아직은 어려운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아이들은 걱정이 무색할 만큼 깊은 공감을 표했다. 그리고 어떤 말에 상처받는지 저마다 입을 열었다. 상처받지 않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나 보다.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어떤 희망을 갖고 살아가야 할지 아이들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음속에 있었으나 잠시 잊고 있던 꽃이 희망일까 아니면 그 꽃을 상기시켜 준 옆에 있던 사람이 희망일까.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 덕분이다."라는 말에 동의하는 아이들은 실패를 딛고 서기 위해서는 자기를 믿어야 한다고 했다. 다른 사람이 아무리 위로해도 받아들이는 것은 자기 몫이 아니냐는 근거를 내세웠다. 더불어 자기 인생의 탑은 결국 혼자 쌓는 것이라고 했다, 남이 쌓아준 탑은 결국 자기 것이 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에 의해 쉽게 무너진다면서. 실생활에 적용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아이들은 벌써부터 인생은 결국 홀로 걷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반면 어떤 아이들은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저마다 여러 사람들의 영향을 받고 자라는 것을 보았을 때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보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크다고 주장했다. 윤봉길 의사를 예로 들면서 독립운동도 혼자 하는 것보다 백범김구선생을 만났기에 적절한 시기에 효과적인 거사를 실행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헬렌 켈러가 역경을 이겨내고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셜리번이라는 훌륭한 선생님이 곁에 있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상처받은 사람은 본인 마음에 무엇이 있는지 모를 정도로 가시덤불에 둘러싸여 있기에 곁에 있는 누군가 그 덤불을 제치고 그 사람 마음의 꽃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사실 상처란 이겨낼 수 있는 것도 지워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림책의 마지막 부분에도 주인공은 가시가 등에 박힌 채 걸어간다. 물론 더 이상 가시덤불에 둘러싸여 있지 않았고 몇 개의 가시만 남아있었지만 말이다. 맞다.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없어지지 않지만 나를 덮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이들과 정리하면서 사실 둘 다 중요하지 않겠냐고 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위로나 도움을 있는 그대로 받지 못한다. 그리고 아무리 자신을 신뢰해도 실패를 거듭하면 갖고 있던 희망적인 마음을 잊을 수도 잃을 수도 있기에 옆에서 짚어주고 말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즉, 실패나 상처를 이겨내고 나 자신으로 온전히 살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를 믿는 마음도 필요하고 그 마음을 끊임없이 동의해 주고 인정해 주는 주변 사람들도 중요하다. 무엇이 먼저인지  알 수 없지만 마음에 박힌 상처를 더 자라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둘 다 필요하다.


  결국 우리는 어쩜 잘 살기 위해, 상처에 덤덤해지기 위해서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를 주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기에 자신에게 있는 마음의 꽃을 상기시켜 주면서 함께 나아갈 사람이 필요하다. 나를 믿고 상대를 믿으면서 단단한 마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나 역시 다른 이들의 상처를 들여다봐주고 그 사람만이 가진 꽃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된다면 사람마다 자신의 꽃을 이름답게 피워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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