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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달 Oct 16. 2023

마음속의 별 하나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는 말을 마음속에 담다.

  나는 무엇을 품고 있는가. 별이 될 만큼 오래 깊게 품고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하다가 얼마 전 큰 아이가 툭 던진 말이 떠올랐다. 초등학생이 아니라 고등학생이 키자니아를 가서 꿈을 찾아봐야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탐색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되고 싶은 것이 많았던 초등학생이 커서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자신의 성적과 현실을 직시하면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게 된다던 아이에게 난 무슨 말을 해주었을까. 씁쓸해하면서 그러니까 열심히 공부해야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마음에 품은 것이 별이 되기 전에 쓰윽하고 잘라버린 것은 어른들이고 사회가 아니었나 싶어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어쩌면 어른부터 "꿈=직업"이라 강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학교에서 아이에게 꿈을 물어보는 것은 미래 희망 직업에 대해 물어보는 것과 같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미래 직업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모습에 긍정하고 희망을 갖는다. 꿈과 미래희망직업을 동일시하는 것은 맞을까 의문이 생길 때쯤 최태성 선생님의 <역사의 쓸모>에서 꿈에 대한 그분의 생각을 만났고 감탄했다.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 "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제대로 이끌어 가지 못하고 도리어 망쳐버리는 모습을 우리는 종종 보게 됩니다. 이런 일이 생기는 까닭은 그들의 꿈이 '명사'였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되느냐가 중요했을 뿐, 어떻게 사느냐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거죠.  
-중략-
박상진이 판사를 꿈꾼 사람이라면 그런 판단을 내리지 못했을 거예요. 판사라는 꿈을 드디어 이룬 셈인데 그걸 내던지기가 얼마나 어려웠겠어요. 하지만 박상진의 꿈은 판사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꿈은 명사가 아니었습니다. 법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늘 당하고만 사는 평범한 이에게 도움을 주고, 정의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사람이 되려고 판사가 된 것입니다. 명사가 아닌 동사의 꿈이었지요.
최태성 선생님의 <역사의 쓸모> 중


  아이들에게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묻되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묻지 않았던 지난 시간이 뼈저리게 후회된다. 공부를 해야 하는 것도 무엇이 되기 위함이 아니라 어떻게 살지 고민하고 나아가는 방법을 알기 위함인데 공부를 잘해야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했던 시간들이 부끄럽다. 그런 가르침 때문인지도 모르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하거나 대기업에 취업한다는 말을 넘어서 건물주가 꿈이라는 말에 충격받았다. 뭘 하고 싶어 하기보다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마음을 어렸을 때부터 갖고 있다는 자체로 놀랐다. 사실 직업과 꿈을 동일시하고 무엇이 될 것이냐고 자연스럽게 물어보는 어른 그리고 교사를 만나 아이들은 제대로 꿈을 꿀 수 없게 된 것인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지금이라도 아이들이 꿈꿀 수 있게 또는 꿈을 이루어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무엇이 되건 자신이 품고 사는 것의 의미를 알고 그것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것이 꿈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 역시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생각해 본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다. 수없이 많은 아이들을 만나 그들의 마음을 만져주고 함께 성장하면서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이들이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마음속에 있는 별을 끌어올릴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그 꿈을 잘 품고 있으면 별이 된다고 해주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그리고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 서글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든 잘 품고 있으면 언제인가는 빛날 것을 믿는다. 적어도 이제는 그 빛을 덮는 것이 내가 되지 않아야 한다. 동사 형태의 꿈을 꾸면서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놓치지 않고 잃어버리지 않고 고이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주어야겠다. 언제인가는 품고 있는 그 꿈을 조금씩 이루어나가면서 빛나는 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별이 될 때까지 잘 품고 있자고, 네 안에 별이 있음을 잊지 말라고 꼭 이야기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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