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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달 Mar 13. 2023

학기 초 상담, 무엇을 말할까.

아이와 나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생각하면 좋다.

 


  원래 상담은 2학기에만 있었다. 언제 생겼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3월 학기 초 상담이 생겼다. 교사의 업무가 과중하다고 원성이 자자했지만 난 업무증가로 느끼기보다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생각했다. 그만큼 상담은 아이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3월 초 상담의 취지는 부모가 선생님에게 아이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알려주어 아이에 대한 교사의 이해를 돕는 데 있다. 한 교실에서 한 달 정도 만난 후에도 아이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감이 좋다고 자부했는데 언제부터인지 점점 아이를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다양한 환경에서 크는 우리 아이들의 성향을 그 짧은 시간에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정상인가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아이도 3월에는 긴장감으로 인해 자기의 모습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 좀 더 빠르고 정확한 이해를 위해 3월의 상담이 만들어진 것이라 예상해 본다. 상담기간 동안 들은 많은 이야기가 다 기억이 나진 않는다. 그렇지만 같이 지내면서, 혹은 어떤 일을 마주하면서 부모가 해준 이야기들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그렇게 떠오르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아이를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방향을 잡아간다.      


  상담시간을 보통 20분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에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아이의 어떤 부분을 말해주어야 담임교사가 아이를 깊게 이해하고 함께 한 공간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우리 아이의 장점? 단점? 고쳤으면 좋겠는 점? 일 년 동안 성장하면 하는 부분? 학습 습관? 사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아주 사소한 부분부터 눈에 보이는 큰 부분까지 합해져야 우리 아이라고 말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다 이야기하기에는 교사가 선입견을 가질까 봐 걱정되고 또 장점만 말해주려니 그건 또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래저래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러 생각으로 혼란스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할 것이다. 부모 마음이 다 그렇지 싶다.       

  우리 아이에 대해 말하는 것,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로서 키운 아이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육아방법을 돌아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고 우리 아이를 좀 더 깊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상담 조사서를 써보면 어떨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넘어서서 관찰자의 시선으로 객관적인 우리 아이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다. 부모의 영향을 받아 지닌 모습인지, 원래 아이의 모습인지 구별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면서 보였던 내 모습을 살피면서 육아 및 훈육방법을 재정비하는 시간으로 삼는 것도 괜찮다. 부모라고 교사라고 어른이라고 매번 옳지는 않다. 아이에게 맞지 않은데 내 고집대로 계속 나가는 것인지, 나만의 틀에 자꾸 아이를 맞추어가는 것은 아닌지, 아이를 아이 그대로 바라봐주거나 인정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생각해 볼 기회다. 내 아이 – 잘 안다고 자신하지 않아야 한다. 마치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이 “우리 개는 사람을 물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눈을 감은 채 “내 아이는 그래요.” 혹은 “내 아이는 그렇지 않아요.”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교사에게 말하기 전에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열고 우리 아이를 보자.      


  이렇게 관찰과 성찰의 시간을 보내고 정리해 보면 뭔가 달라진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을 유지하고 최대한 담백하고 담담한 문장으로 말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쉽지 않다.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내 감정과 생각이 섞여있고 걱정과 기대가 들어있기 마련이다. 가지치기를 하고 아이에 대해서 담담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방법 제시는 넣어두자. 아이 성향에 따라 어떻게 지도하고 이끌어야 하는지는 교사의 몫이다. 나처럼 나쁜 칭찬의 악영향을 느끼고 있는 교사에게 “우리 아이는 칭찬해 주면 더 잘하려고 해요.” 의 방법 제시는 사실 의미가 적다. 방법은 교사에게 맡기되 아이가 어떤 부분에서 성장하길 바라는지 생각하고 일 년 목표를 함께 정해 보는 것도 좋다. 물론 민감하거나 여린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도 말해주면 아이를 좀 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청각적인 자극에 민감한 아이가 있는가 하면 겉으로는 싱글벙글하지만 상처받는 아이가 있으니 말이다. 외관상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을 말해주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친구 욕심이 많다는 것도, 장난을 많이 치지만 소심하다는 것, 긴장감이 높아 되려 어색한 상황에서 더 많이 웃거나 울 수 있다는 것 등 쉽게 보이지 않는 성향들을 말해주면 그 부분에 신경을 써줄 수 있다. 물론 그 부분을 극복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같이 노력하기도 한다.

학기 초 상담은 선생님에게 우리 아이를 이야기하면서 부모인 내가 먼저 아이를 이해하는 과정을 걸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올 한 해 우리 아이의 성장을 위한 방향을 생각하고 담임교사와 발을 맞추어 나갈 수 있으면 좋다. 상담은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긴장하게 한다. 그러나 부모와 교사가 같은 마음과 같은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다면 아이는 쑥쑥 크리라.     


 딸들이 중고등학교 가면서부터 상담받는 일이 줄어들었다. 상담 가고자 하는 엄마를 극성처럼 여기는 딸들이라 굳이 가려하지 않지만 가끔은 궁금하다.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선생님들은 우리 아이를 어떻게 보는지 걱정보다는 호기심이 생긴다. 그러나 나는 딸들과의 대화로 많은 부분을 생각한다. 이제는 좀 컸다고 사회적인 모습과 가정에서의 모습이 다르지만 결은 같음을 느끼게 한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나누고 고민도 같이 한다. 상담을 받을 기회가 점점 없어지지만 딸들은 여러 사건사고로 안일한 나를 깨우기도 하고 대견한 마음이 들게도 한다. 이제 곧 있음 상담 기간이 다가온다. 떨리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내가 아직 보지 못한 우리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마음을 활짝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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