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의 일에는 내로남불?

자식에 대해 자신하지 말아야 한다.

by 보름달

내로남불 - 내가 하면 사랑, 남이 하면 불륜을 줄이면 내로남불이란다. 뭐, 로맨스를 이야기하자면 해당사항이 없는 듯 하나 삶에 적용해서 생각하다 보면 내로남불의 상황이 꽤 많다. 뻔뻔한 엄마를 위해서인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딸은 나에게 항상 내로남불을 외친다.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휴대폰과 한 몸이 되어 무아도취에 빠져 집안 일도 잊고, 챙겨야 할 일도 잊어버리는 모습은 오늘내일의 모습이 아니다. 이런 모습에 익숙해진 딸들은 "충"이라는 어미를 덧붙여 휴대폰에 빠져있다고 잔소리하는 것에 대해 심한 반박을 한다. 엄마는 하면서 자기는 왜 안되냐고. 그럼 그런 딸들에게 지지 않고 말한다. 그럼 너희도 엄마 하는 일 다 하라고. 말도 안 되는 유치함에 쪼금 부끄럽지만 사실 맞지 아니한가 하면서 넘긴다. 이런 생활이 몸에 배여서 자식과 관련된 것도 무의식적으로 내로남불의 자세를 취했던 것은 아닐까.


자식을 두고 입 바른 소리 하지 말라는 옛말이 그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자식의 건강과 인성과 공부에 대해 자신하지 말라했던가. 아이가 어렸을 때 키우기가 참 쉬웠다. 그래서 내 자식은 착하고 거짓말도 하지 않을 것이며, 공부도 잘할 것이라 자신했었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태어 부모라면 누구나 우러러볼 정도의 예의 바른 팔방미인을 바랐다면 내 욕심이 하늘을 찌른 것인가. 다 둘째치고 정말 예의 바르고 똑똑할 거라 자신해서 어디서 누구에게 예의범절에 대한 한마디만 들으면 눈을 치켜떴던 때도 있다. 요즘 애들 말로 하자면 뭔 근자감이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중학생들의 연예인급 화장한 모습과 알아들을 수 없는 욕설과 줄임말이 가득한 말들을 들으면서 인상도 많이 쓰고 뒤에서 욕도 많이 했다. 어찌하면 저렇게까지 입이 험해질까 하면서 요즘 아이들의 인성에 대해 논하기도 하였다. 내 앞에서는 욕을 안 하는 딸이 중학생이 되고 친구들과 싸울 때 욕을 한다고 들었을 때조차 자기 방어였을 것이라고 나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아~ 지독한 내로남불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되려 내 자식은 착하고 욕도 잘 못해서 험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손해보거나 당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했다. 내 딸이 남의 딸과 별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약간의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하고 뒤통수를 맞은 듯하였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던 상황이라고 애써 의심의 불꽃을 발로 비벼 껐다. 그런 나를 비난하고 인정하라는 듯이, 압박하듯 일련의 사건들이 차례대로 나를 강타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공부가 다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막상 둘째가 특성화고에 가면 어떤지에 대해 물을 때도 순간 가슴이 덜컥했다. 공부도 대충 하는 애가 전문적인 기술을 익히는 것은 잘하냐고 타박까지 했다. 이런 이중적인 잣대를 지닌 부족함이 많은 사람인 줄 아이를 통해 매번 느끼게 된다. 아이가 밉다고 느낄 때마다 아이가 잘못할 때마다 참 많이도 울었고 참 많이도 화내면서 자식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으려고 노력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로남불이었음을 인정했다. 자식을 두고 입바른 소리를 한 나는 그것을 두고두고 되씹으면서 부끄러워했다. 내려놓기까지가 참으로 많이 힘들다. 그래서 자식 일에 내로남불의 자세를 취하는 부모들을 깊게 공감하면서도 저러다 더 크게 깨질 수도 있을 터인데 하고 심히 염려하기도 한다.


물론 지금은 아주 평화롭다. 어떤 면에서의 뻔뻔함은 여전히 유지하지만 자식을 두고 내로남불의 자세를 취하는 것은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자식에 대해 입 바른 소리 하지 않아야 함은 사실 알면서도 잘 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내 자식은 아닐 거야라는 시선보다 우리 사회의 모든 아이들은 아닐 거야라는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반성했다. 심성이 나쁜 아이보다 고운 아이들이 많은데 뭔가 문제가 있거나 그 나이 때만 할 수 있는 언어 사용이지 않을까 생각하되 우리나라 아이들이 조금 더 여유 있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내 자식, 남의 자식이 아니라 우리의 자식으로 안는 마음이 많은 어른들에게 생긴다면 그들을 좀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은 것이며 그들에게 공간적, 심리적 여유가 생기리라 믿어본다. 그 시작은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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