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결국 나를 지키는 태도
다른 사람을 존중함으로써 존중을 받는다.
모든 사람들을 나이와 지위와 힘에 상관없이 같은 자세로 인사하는가. 대통령처럼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는 90°인사를 하고 한 건물을 지키는 경비 아저씨에게는 까딱 고개만 숙이는 사람들은 꽤 많이 볼 수 있다. 비가 오는 날,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우산을 받쳐주는 사람은 보기 쉬운데 리어카를 끄는 할머니에게 우산을 받쳐주는 사람은 정말 흔하지 않다. 모든 사람에게 같은 마음으로 대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원초적이고 감각적이라 누울 자리를 알고 다리를 뻗는다. 어렵고 엄한 사람에게는 감히 하지 못하는 것들을 만만한 사람에게는 당연하듯 예의를 장착하지 못한다. 그런 아이의 모습이 이해되면서도 스스로 존중받기 위해서는 어느 누구에게나 기본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라 집에서 딸들에게 가르칠 때는 반대로 하면 된다 했다. 편하고 만만한 사람, 선하면서 화를 내지 않는 사람에게 되려 깍듯하게 예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되 엄하고 어려운 사람에게는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상대방을 조금 어렵다면 어차피 저절로 예의 있게 대하게 되니까 말이다. 더불어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더욱더 예의를 지키라고 하였다. 예의 없는 사람에게는 더 깍듯하게 존대하고 격식을 차리면 상대도 나에게 함부로 행동하거나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너무 안하무인인 사람은 살짝 피하는 것도 방법으로 알려준다.
사람에 대한 기본 예의를 실천하신 멋진 어른이자 존경스러운 선생님을 곁에 두고 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시되 어린아이까지 존중하는 모습은 그분에게 어려운 일처럼 보이지 않았다. 교장선생님으로 계실 때, 600명의 아이의 이름을 기억해주시면서 손수 한 명 한 명의 생일 카드를 써주셨다. 본인이 대접받는 것을 민망해하면서 늘 다른 사람을 섬기기 위해 종종거리셨다. 눈 쌓인 날, 아이들이 넘어질까 봐 열심히 눈을 치우시며 아이들이 우산이 없으면 본인도 같이 비를 맞으셨다. 신영복 선생의 "함께 맞는 비"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문장이 떠오르는 분이었다. 아이들을 비롯해 약한 사람들과 함께 비를 맞아주시는 분, 온몸으로 막아주시면서 함께 울어주시는 그런 분을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많은 부모님과 후배 교사들, 학교에서 곳곳에서 일하시는 많은 분들의 진심 어린 존경과 사랑을 받기에 합당한 그분에게 난 아직도 많은 것을 배운다. 진심을 다해 사람을 대하는 그 마음과 태도를 배운다. 날카롭고 세게 나가거나 위선적으로 예의를 갖춘 척하는 사람들은 진심 어린 예의로 존중받지 못함도 참 많이 본다. 결국 내가 존중받는 방법은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자 노력하며 진심으로 예의 있게 대하는 것이 아닐까.
사실 내가,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까지 모든 사람에게 같은 모습이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기본 예의를 갖추면 어떤 누구도 자신을 함부로 하지 않음을 아이들이 느끼면서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권력에, 권위에, 직업에, 나이에 갖추어지는 예의가 아니라 누구를 대해도 같은 모습으로 예의를 갖추어 말과 행동으로 대하는 사람으로, 진정한 어른으로 자라길 기대한다. 존경하는 선생님과 같은 진짜 어른으로 자란다면 아이들은 자신을 지켜낼 힘은 물론 옆에 있는 많은 사람들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우리 사회는 서로를 존중하면서 지낼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이 역시 시작은 나부터라는 것을 알기에 부족한 나는 매일매일 깨어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