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에 가두지 않는 노력

나의 두려움에 가두지 않아야 아이는 도전하고 나아간다.

by 보름달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자기가 가진 힘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적고 새로운 것에 대한 벽이 낮아야 도전이 가능하다. 사람에 따라 가지고 있는 벽의 높이가 다르기에 나이에 상관없다. 다만 익숙하고 잘하는 것을 하면 안전하고 성공률이 높기에 도전에는 항상 용기가 필요하다.

사실 부모가 되고 나면 어느 순간부터 아이의 도전이 두렵기만 하다. 기어 다니던 아이가 무엇인가을 붙잡고 일어나거나 한 걸음을 비틀거리며 내디뎠을 때 환호하고 손뼉 치던 것을 잊은 지 오래이다. 내가 모르는 길을 선택해서 나아간다고 할 때 순간 멈칫하게 된다. 그 길에 도사리고 있을 많은 위험성을 늘어놓으며 말리기도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자꾸 안정되고 안전한 것에 안주하고 싶어서 낯설고 새로운 것에 대해 쉽게 손을 내밀지 못하는데 내 아이가 새로운 것에 뛰어들면 불안하기만 하다.


사실 나는 무식해서 용감하다는 말을 생활에서 자주 보여주는 사람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 다리를 까닥거리는 것도 잘하고 새로 접하는 기계도 이것저것 먼저 눌러보다가 오작동하면 놀라기도 한다. 호기심에 뭔가를 만지다가 다치기도 잘한다. 이런 나를 감당해야 하는 남편은 늘 내가 뭔 사고를 칠까 하면서 겁내는 것 같다. 싱크대 안쪽을 닦다가 떨어트린 칫솔 덕분에 싱크대가 고장 났을 때 고치는 것도 남편의 몫이고, 마음이 약해져서 덜컥 보험 하나 들고 오면 계약 철회하는 것도 남편이 한다. 이렇게 겁 없이 뭔가를 툭 하고 행동부터 하는 내가 자식 일에, 제자들 일에는 두려움이 많아졌다. 실패할까 봐, 그로 인해 아파할까 봐, 남들보다 먼 길로 돌아갈까 봐 자꾸 보통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러면서 그들을 자꾸 나의 틀에 넣고자 하며 도전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길로 가길 원했다.

어느 날, 20대 중반의 제자가 찾아왔다. 직장을 갖고 있으면서 다른 꿈을 향해 나가는 아이, 좋아하는 것을 배우면서 경제적인 독립을 한 그 아이가 경이로웠다. 내가 생각하는 정석대로의 길이 아니기도 했지만 그 나이에 안정적인 직장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길을 흘끔흘끔 곁눈질하다니......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그 아이와 한참 이야기하고 나서 내뱉었다.


"멋있다, 너."


이야기하면서도 내내 겁이 났다. 아이가 상처받는 것도, 지름길이 아닌 먼 길로 돌아가는 것도, 남들보다 늦어지는 것도, 고생하는 것도, 안주하지 못해 불안한 것도 너무 두렵다고 했다. 그러나 보란 듯이 당당하고 씩씩한 그 아이를 보면서 어느 순간 인정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소시민적인 마음이라고 비웃음 사는 것은 상관없지만 아이의 도전을 막고 새로운 세상으로 날아가려고 날갯짓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 '나'라는 장벽이면 안 되지 않겠는가. 지지해주되 실패할 수도 있음을 이야기하고 다시 나아갈 길을 찾아보게 돕는 것이 나의 최선이라 자꾸 되뇐다. 사실 잘 안 되는 부분이라 자꾸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내 좁은 틀에 가두지 말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날아가게 두자면서.


타고난 성향으로 도전이 어려운 아이들도 있다. 그런 경우, 작은 일에 성취감을 맛보게 하여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실패할 수 있다고 말해주면서 하면 할수록 잘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어 끈기를 길러주어야 한다. 작은 일이라 함은 ‘침대 정리, 신발장 정리’ 등 혼자 꾸준히 할 수 있는 집안일을 시작으로 ‘줄넘기’, ‘윗몸일으키기’ 등 연습하면 누구나 기본까지는 실력이 향상될 수 있는 기초 운동이나 습관들을 말하는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이런 일을 꾸준히 하면서 주변 어른의 인정을 받으면 자기도 모르게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노력하다 보면 무엇이나 잘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실패해서 울면서도 그 고비를 이겨내고 나아간다. 이런 작은 실패들을 경험하고 아파하면서 이겨내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우리 집 둘째 딸은 물건 찾아오는 것과 음식물쓰레기를 잘 버리는 것에 성취감을 느낀다. 어떤 물건이든 보이지 않으면 모든 식구들이 둘째 딸 이름부터 부른다. 그런 작은 것에도 뻐기는 둘째 딸은 성취감을 넘어서서 강한 자존감을 키워가고 있다.


아이가 작은 것에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부모 및 주변 어른의 태도도 중요하다. 담대한 마음으로 아이의 도전과 시도를 바라봐주어야 한다. 실수와 실패를 너그럽게 용납하면서 다음에는 잘할 수 있는 길을 슬쩍 일러주거나 같이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자전거를 타는데 넘어질까 봐, 계란 프라이를 하는데 손이 델까 봐 걱정하지 말고 '다칠 수도 있지, 뭐.' 하면서 조금은 쿨하게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집에서는 웬만큼 다쳐도 말하지 않는다. 부모가 늘 "피난다고? 피난다고 안 죽는다."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아이에 대해 걱정스러운 것은 당연하지만 사사로운 것까지 신경 쓴다면 아이 역시 그 마음을 느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아이가 실패해서 상처받을까 봐 걱정하면 아이는 실패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되려 '그럴 수도 있지, 뭐.' '한번 더 해보자.', '한번 더 해보면 처음보다 잘할 거야.', '누군 태어날 때부터 잘했겠어?" 하며 애써 쿨한 척, 털털한 척 대하는 것이 아이에게 힘을 된다. (물론 속으로는 누구보다 아플지 몰라도.) 아이 역시 '그까짓 거~' 하면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나 더, 평소 아이에게 어떤 일에 대한 결과를 칭찬하는 말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칭찬을 많이 받은 아이들은 도리어 도전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잘하지 못할까 봐, 칭찬을 받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어 도전하기보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한다. 아니면 자기 수준보다 낮은 것을 선택하기도 한다. 잘못된 칭찬은 되려 아이가 용기 내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아이가 도전했다면 혹은 아이가 도전하도록 등을 떠밀었다면 그 결과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아야 한다. 그냥 아이가 도전하고 그것을 해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응원해야 한다. 도전했는데 실패했다면 그다음 시도할 때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짜면 되려 다시 한번 도전할 용기를 얻는다.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 개구리인 '나'를 알면서도 아직도 아이보다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내가 생각하고 주장하는 그 길로 가라고 한다. 나보다 더 넓고 크게 자랄 수 있는 아이를 자꾸 가두려는 것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나와 함께 우물에 있자고 하기에 아이의 날개는 너무 크고 아름답다는 것을 잊는다. 다른 길을 가려는 아이에게 이제는 용기 내어 다르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

"네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지 응원할게. 다만 실패해도 걱정하지 마. 옆에서 네가 다른 길로 나아갈 때까지 기다려주고 지지해주고 지켜봐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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