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견가구에서 한 가구당 평균 1.2마리의 반려견을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했다. 반려견을 두 마리 이상 양육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는 것이 반려인이 외출하였을 때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반려견의 외로움이다.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평균 반려견이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은 5시간 22분이며, 특히 1인 가구의 경우 반려견이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평균 7시간 20분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 기준 하루 평균 반려동물이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6시간 3분이라고 보고한 것에 비해 줄어들었으나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 등이 원인으로 보고됨으로써 실제적인 반려견이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은 크게 줄지 않았다. 조사기관인 입소스에서 조사한 결과 2015년 대비 2019년 다견가정의 비율이 28% 증가했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야 하는 반려견의 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 새로운 반려견의 입양을 고민하는 반려인이 많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함정이 있다. 반려견이 애정을 갈구하고 교감을 원하는 상대는 새로운 반려견이 아닌 반려인이라는 점이다. 또한 막상 새로운 반려견을 입양하였는데 반려견 간에 성향이 맞지 않는다면 오히려 서로에게 스트레스만 유발하고 심할 경우 문제행동이나 문제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반려견을 입양하는 방법 외에 혼자 있는 반려견을 위해 반려동물 양육용 전자제품을 활용하거나, 반려동물 위탁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도 늘고 있다.
다견가정을 꾸리기 전에 반려견의 사회화교육을 완료해야 한다. 사회화가 잘 이루어져 있어야 새로운 반려견과의 갈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반려견을 선택함에 있어서 반려견과 체격이나 활동량이 비슷한 개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에너지 수준이 크게 차이가 나면 에너지 수준이 높은 반려견은 원하는 만큼의 활동량을 채우지 못해서 문제행동을 일으키고, 에너지 수준이 낮은 반려견은 휴식이 부족해짐에 따라 예민해질 수 있다. 에너지 수준이 비슷해야 반려견 간에 놀이의 수준을 맞출 수 있고 산책 시에도 반려인이 반려견들을 동시에 컨트롤하기 용이하다. 마지막으로 반려견이 노령견이라면 새로운 반려견의 입양을 권하지 않는다. 노령견의 특성상 변화를 좋아하지 않고, 활동량도 줄어들어 새로운 반려견과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고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견과 새로운 반려견의 첫 만남은 야외공간에서 갖는 것이 좋다. 첫 만남을 집에서 갖는 경우 반려견은 새로운 반려견을 침입자로 인식하고 예민해질 수 있다. 따라서, 집 근처 야외공간에서의 만남을 통해 경계심을 풀고 친밀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야외 만남을 통해서 반려견 간에 친밀감이 쌓이면 집 안에서 만나게 한다. 이때, 불의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반려견끼리만 두지 않아야 한다. 야외에서는 친밀했지만 집 안에서의 만남에 불편함이 있다면 집 안에서의 만남을 중단하고 다시 야외에서 친밀감을 더 쌓을 수 있도록 반복해야 한다.
다견가정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문제상황으로 반려인들이 꼽는 것이 ‘서열’이다. 과연 다견가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상황은 서열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럴까? 결과적으로 아니다. 2009년 브리스틀 대학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개는 서열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관계를 형성한다고 한다. 따라서 문제상황을 해결하는 열쇠는 서열이 아니라 관계형성에 있다. 반려견 간의 관계형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반려인의 '공평'이다. 반려견과 새로운 반려견에게 반려인이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 이상의 자녀를 양육한 경험이 있다면 알겠지만 형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숙명적으로 경쟁자일 수밖에 없다. 다견가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히 기존의 반려견은 갑작스러운 경쟁자의 출현이 상당한 스트레스 요인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반려인이 의도적으로 둘 사이에 분쟁의 여지를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애정의 공평한 분배이다. 반려견에서 서열이 있다면 아마 알파, 즉 리더는 언제나 반려인 일 것이다. 이것은 동료견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변함이 없다. 반려견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동료견을 들이려는 반려인들이 많은데 이것은 순전히 반려인의 시각에 의한 해석일 뿐이다. 애정의 공평한 분배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 다견가정의 평화는 깨져버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꼭 명심하며 행복한 다견가정을 꾸리기 위한 몇 가지 규칙을 소개한다.
첫 번째로는 급이 시에 반려견 간에 거리를 두거나 시간차를 두어 각자의 식사를 안전하게 지켜주어야 한다. 만일 하나의 식기를 이용하거나 반려견 간의 질서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동시에 나란히 급여했을 때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 식탐이 생기거나 물리적인 다툼이 일어나기 쉽다. 가능한 식기는 개별적으로 이용하도록 준비하고, 반려견의 식사공간을 분리해 주는 것이 좋다. 간식의 경우에도 순서를 기다리면 공평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두 번째는 스킨십, 놀이의 균형이다. 다수의 반려견이 함께 생활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더 작고 약한 개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반려인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그런 아픈 손가락에 좀 더 관심을 갖고 다른 반려견들보다 먼저 챙겨주고 더 많은 스킨십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반려인의 행동이 반려견들의 문제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보호받는 반려견은 반려인을 등에 업고 기세등등해져 반려견 간의 질서를 흩뜨리는 행동양상을 보일 수 있으며, 반려인의 관심에서 소외되는 반려견의 경우에는 질투심으로 인해 오히려 약한 개체에 대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다견가정에서 반려인은 스킨십이나 놀이에 참여할 때 모든 반려견에 균등하게 반응함으로써 반려견 간의 분쟁을 막을 수 있다. 산책을 할 때에는 체격과 활동량이 비슷한 반려견은 함께 산책하기 용이하다. 이때는 다견리드줄을 이용하면 힘이 분산되어 반려인도 리드줄을 잡는 힘이 적게 들고 반려견들을 통제하는데 도움이 된다. 다견리드줄은 여러 마리의 목줄을 하나의 리드줄에 연결하여 Y자 형태로 묶어주는 리드줄이다. 다만 다견리드줄은 에너지 수준이 비슷한 반려견 간에만 사용할 것을 권한다. 힘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약한 개체가 힘이 센 개체에게 끌려 다니거나 서로 간에 거리가 좁아져 다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반려견 간의 체격과 활동량이 차이가 크다면 무조건 분리산책을 권한다. 반려견에게 있어 산책은 반려인과 교감하고, 불안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집에서는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던 활동량을 채우는 아주 중요한 활동이다. 따라서 각자에게 맞는 속도와 시간으로 충분히 산책을 즐겨야 만족도가 높아지고 스트레스가 완화되어 문제행동을 예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흔히 서열다툼 시 반려인의 개입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반려견들이 놀이를 하고 있는지 싸움을 하고 있는지를 반려견의 카밍시그널을 통해서 파악하는 것이다. 반려견들이 놀이를 할 때에는 플레이 바우, 앞다리와 가슴 부분을 낮추고 엉덩이를 치켜올린 자세로 신나는 기분으로 호감이 있는 대상과 놀자는 의미를 갖는 행동을 하며 상호 간에 놀이를 제안한다. 또한 겅중거리며 몸을 크게 움직이는 행동, 아래위로 서로 뒤엉켜 바닥을 뒹구르는 행동, 꼬리 흔들기, 으르렁거리기, 상대반의 목을 살짝 물기, 입을 벌리고 상대의 입에 가까이 다가가는 행동, 앞다리를 들고일어나서 서로 부딪히는 행동, 서로 쫓으며 달리기, 상대의 목줄을 물고 씹기 등은 반려견의 놀이 행동이다. 반려견이 싸움을 시작할 때에서 몸에 힘을 주고 꼿꼿하게 서서 몸집을 크게 보이려고 하며 꼬리가 위로 솟은 자세, 한쪽이 일방적으로 상대를 발로 누르고 위협하는 행동을 보이거나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하는 반려견의 귀가 뒤로 젖혀지고 고개와 몸을 돌리거나 꼬리가 다리 사이로 말려 들어갔을 때에는 싸움 상황이며, 특히 일방적인 괴롭힘이라면 반려인의 침착하게 개입하여 반려견들을 분리시켜야 한다.
개의 서열은 자연적으로 힘이 강한 개체가 우위에 서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놀이를 통해서도 힘의 우위를 확인할 수 있다면 다툼이 없이도 자연스럽게 정해질 수 있다. 그러나 명확하게 서열이 정해지지 않으면 서열다툼이 끊임없이 벌어진다. 따라서 서열의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지는 서열다툼 시에 반려인의 섣부른 개입은 오히려 끊임없는 다툼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또한 서열다툼에서 하위의 반려견을 반려인이 보호하려는 행동은 반려견들 간의 서열과 질서에 혼란을 야기하여 다툼의 원인 되기도 한다. 서열다툼 중이라도 유혈사태가 벌어진다면 반려인이 개입하여 반려견을 분리해야 하지만 단순히 다툼이 벌어지는 모든 상황에서 반려인이 개입하면 안 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