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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반려 12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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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인순 Feb 04. 2024

애개육아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저출산, 고령화 현상 등으로 인해 반려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반려동물 사육 인구가 1000만 명 시대를 돌파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응답자의 96.4%가 반려동물은 가족 구성원이라고 답했으며, 전체 응답자의 31.3%가 만약 결혼할 상대방이 반려동물 키우는 것을 반대한다면 결혼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반면에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반려동물의 양육포기, 파양을 고려하는 사유를 조사한 결과 이사, 취업, 결혼 등 여건의 변화가 17.1%를 차지했다.

반려인이라면 결혼을 앞두고 반려동물의 거취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반려생활을 함께 하는데 배우자의 동의를 구하면 좋을 것이다. 또한 반려생활의 방식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좋다. 또한 결혼은 두 사람의 결합일 뿐만 아니라 두 가족의 결합이기도 하다. 반려동물에 대해 배우자의 동의를 구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가족들의 동의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 살지는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문화를 고려해 보면 결혼생활에 양가 어른들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 게다가 반려문화가 온전히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는 세대 별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큰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이러한 부분을 제대로 의논하지 않으면 크고 작은 분쟁이 될 수 있다. 특히 임신과 육아에 대한 미신적인 이야기들이 많은데 이러한 것들이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임신과 반려동물에 대한 대표적인 낭설 두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 반려동물을 키우면 '모성호르몬'이 나와 임신을 방해한다. 이에 대한 과학적 반박을 하자면 임신을 방해하는 모성호르몬이라는 것은 존재조차 하지 않으며, 우리가 흔히 모성행동과 관련된 호르몬이라고 알고 있는 옥시토신, 락토페린은 출산과 모유수유에 관련된 호르몬이기 때문에 단순히 돌봄의 행위나 애정만으로 분비되지 않는다. 두 번째, 동물의 털이 나팔관으로 들어가 임신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과학적으로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이다. 나팔관은 난관의 끝에 위치해 있는데 체외에서 이 위치에 접근하려면 질, 자궁경부, 자궁을 지나 난관의 끝까지 가야만 한다. 질에서는 세균의 침입 등을 막기 위해 질 분비물이 분비되며, 자궁경부는 단단한 근육으로 이루어져 정상적인 경우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적인 상황에서 동물의 털이 여성의 생식기관 내부, 무려 나팔관까지 침투해 생식기관의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없다. 이와 같은 원리로 임신 중 반려동물의 털이 태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 역시 낭설이다.

또한 반려동물과 아기의 건강에 대한 우려의 이야기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알레르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면역력이 약한 아기가 동물의 털로 인해 아토피나 알레르기가 생긴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아토피나 알레르기의 원인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설사 아이에게 아토피나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반려동물이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2002년 미국 조지아대학교의 연구결과를 보면 한살이 전 두 마리 이상의 개나 고양이와 일상적으로 접한 경험이 있는 아이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확률이 15.4%, 그렇지 않은 아이의 경우 33.6%로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에 의한 알레르기나 아토피가 걱정된다면 가능한 집안의 패브릭 제품을 줄이고, 헤파필터가 달린 청소기와 스팀청소기를 이용해 집안의 위생관리에 신경 쓰는 것이 좋겠다.

이와 유사하게 반려동물이 많은 질병을 매개하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아기와 함께 키우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많다. 동물이 인간에게 옮길 수 있는 질병을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하는데 흔하게 알려진 인수공통감염병 중 하나가 광견병이다. 하지만 광견병의 감염경로는 광견병에 걸린 개의 타액 등에 의해 감염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광견병의 전파를 막기 위해 법적으로 매년 1회 광견병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정에서 반려견이 광견병에 걸릴 확률은 희박하다. 또한 반려동물을 통해서 옴이나 회충이 전염된다는 이야기 역시 일반적으로 반려가정 내에서의 반려견의 위생관리, 주기적인 구충을 통해서 기본적으로 관리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관리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 출산을 계획하고 있다면 태어날 아기와 반려동물을 어떻게 함께 돌보면 좋을지에 대해 고민이 클 것이다. 특히나 신생아시기의 아기와 반려동물을 함께 두어도 괜찮을지, 분리한다면 분리의 종료시점을 언제로 해야 좋을지 등에 대한 고민을 할 것이다.

신생아 시기에는 아기와 반려견을 분리하는 것이 낫다. 반려견이 지금까지는 사람에 대한 공격성을 보인 적이 없다고 할지라도 모든 동물은 내면에 공격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제 어떠한 형태로 발현할지 알 수가 없고, 신생아는 자기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분리하는 것이 낫다. 또한 아기가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반려견과 관계가 형성될 때까지는 아기와 반려견 둘만 한 공간에 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이 시기에는 공간을 분리하더라도 서로의 존재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예를 들면 방문에 울타리를 쳐 공간을 분리한 채 반려인이 아기를 돌보는 모습을 반려견이 울타리너머로 지켜볼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분리 종료의 시기는 아이가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있고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가 좋다. 또한 반려견과의 만남 전에 아이에게 개의 몸짓 언어와 반려견과의 규칙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좋다. 아이에게 소개해야 할 반려견과의 규칙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반려견의 머리 쓰다듬지 않기, 귀나 꼬리를 잡아당기지 않기, 눈, 코 찌르지 않기, 뒤에서 갑자기 반려견 잡지 않기, 반려견이 밥을 먹을 때에는 방해하지 않기, 반려견의 장난감을 억지로 뺏지 않기, 반려견이 으르렁 걸릴 때는 뒤로 물러나기, 반려견에게 소리 지르지 않기, 반려견의 크레이트, 쿠션에 올라가지 않기 등이다. 또한 아이와 반려견의 만남에서 절대 반려인이 빠져서는 안 된다. 사고는 부지불식간에 벌어지기 때문에 손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위치에서 둘의 대면시간 내내 절대 시선을 떼면 안 된다. 또한 반려견이 아이와 함께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낄 때에는 언제든지 아이와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반려견 전용 하우스를 준비하고 반려견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스스로 하우스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아이에게도 반려견이 하우스 안에 들어가 있는 동안은 쉴 수 있도록 기다려 주기와 올바른 쓰다듬 교육을 해야 한다. 

아이와 반려견의 소개 후에는 둘의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이가 아직 어리다면 반려견의 간식이나 식사를 급여하는 역할을 주는 것으로 쉽게 긍정적인 관계형성을 도울 수 있다. 또한 반려견과 아이가 게임을 통해서 반려견과의 규칙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아이와 함께 반려견에 대해 공부하고 반려견 교육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아이와 반려견의 유대감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반려동물 돌봄의 경험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아이들의 성장발달에 필수적이며, 운동은 운동 신경, 인지 및 감정 능력, 사회성 발달에 도움을 준다. 이러한 측면에서 반려견과의 산책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임감과 신체활동에 대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 또한 어린 시절의 반려생활은 감정 능력과 사회성을 향상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에 따르면, 반려생활을 하는 아이들은 사회적 관계에서 원만한 관계를 맺는다고 한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반려동물과 노는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사정을 이해하는 사회적 행동에 쉽게 참여한다. 반려동물은 아이들에게 기쁨과 자신감을 심어주며 반려견을 돌보면서 감정이입을 경험함으로써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해와 배려의 태도를 가질 수 있다. 

또한 호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대 제인 헤이워스 박사 팀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어린이가 그렇지 않은 어린이보다 위장염에 덜 걸리며, 반려동물과 입맞춤을 하거나 만지는 행동이 변원체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준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 등 연구팀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한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천식에 걸릴 위험이 15% 낮은 것으로 발표했다. 또한 2017년 농촌진흥청이 어린이 93명을 대상으로 강아지, 토끼와 동물 집 꾸미기, 동물 돌보고 산책하기, 감정 나누기 등을 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했더니 어린이의 사회성 15.8%, 자아존중감 15%, 주도성 24.7% 높아졌으며, 공격성 21.5%, 긴장 수준이 17.3% 낮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2023년 개와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초등학교 4-6학년 아동 157명을 대상으로 아동의 반려동물에 대한 애착과 공감, 또래관계 간의 관계를 살펴보고, 반려동물 애착과 또래관계 간의 관계에서 공감의 매개효과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반려동물 애착이 아동의 공감을 통해 긍정적 또래관계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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