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이란 일반적으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어떤 대상과의 관계가 끊어지거나 헤어짐,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박탈당하는 것을 의미하며, 상실 후의 느낌이나 감정 상태를 상실감이라고 한다. 소중하게 여기는 사랑하는 대상의 죽음 역시 상실의 하나이다. 상실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은 믿을 수 없음과 충격, 공포, 불안, 혼미, 무관심 및 감정적 마비, 신경질적인 과민성 반응, 분노, 슬픔과 우울함, 무기력감, 극심한 배고픔 혹은 식욕 상실, 의사결정의 어려움, 이유 없는 울음, 두통 및 위장장애, 수면장애, 과도한 음주 혹은 약물의 사용 등이 있으며,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상실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과정, 상실로 인한 고통을 충분히 경험하는 과정, 상실된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상실과 새로운 삶에 적응하게 된다. 단, 이 네 가지 과정은 순서와 상관없이 혼재되어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극심한 슬픔의 기간은 약 6개월에서 1년가량 지속된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펫로스’라고 표현한다. 미국수의사회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느끼는 슬픔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 죽었을 때의 슬픔과 비슷하다고 한다. 1984년 연구에 따르면, 펫로스를 경험한 반려인의 93%는 수면장애를 경험했으며, 70%는 펫로스 후 사회 활동이 줄었으며, 50% 정도의 반려인이 1~3일 정도 회사를 쉬었다고 응답했다. 2003년 미시간 대학교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펫로스 후 초기 슬픔은 1~2개월간 이어지고, 평균적으로 10개월 정도 슬픔이 지속된다고 한다. 공식 정신의학적 진단의 기준에 따르면 증상의 지속 기간이 성인의 경우 1년 이상, 어린이의 경우 6개월 이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펫로스로 인한 상실감이 쉽게 회복되지 않고 슬픔의 기간이 1년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펫로스 증후군이라고 한다.
사람의 평균수명이 70년 이상인 반면에 반려견의 수명은 길어야 15-20년 정도이다. 즉, 반려인이 반려견의 죽음과 마주하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이다. 따라서 처음 반려견을 입양할 때부터 반려견과의 이별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하더라도 오랜 시간 가까이 지내던 반려견의 죽음은 큰 상실감을 갖게 한다. 이 상실감의 크기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인 가족의 죽음과 다르지 않을 만큼 크게 느끼기는 사람들도 있다. 따라서 죽음에 대한 슬픔을 무조건 억누르기보다는 충분히 슬퍼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상실감에서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학범 수의사의 저서인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에는 펫로스 증후군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가 소개되었다. 체크리스트의 5개 이상이 해당된다면 펫로스 증후군일 수 있으며 심각할 경우에는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 또한 미국수의사협회에서는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는 방법 5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반려동물이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둘째, 슬픈 감정을 충분히 느끼도록 한다. 셋째,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떠올린다. 넷째, 반려동물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되새긴다. 다섯째, 다른 사람과 감정을 공유한다.
펫로스로 인한 나의 감정의 변화만큼 중요한 것은 다른 가족들의 마음을 돌보는 일이다. 특히, 어린 가족이 있는 경우라면 아이가 반려견과 잘 이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보통 만 5세 미만의 아이들은 죽음에 대한 개념이 아직 없고, 만 8세 정도가 되어야 죽음을 이해한다고 한다. 따라서, 아이의 나이에 맞게 적절한 방식으로 반려동물의 죽음을 알려야 한다. 6세 미만의 아이들은 ‘죽음’, ‘끝’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반려동물의 죽음을 ‘잠을 자는 것’, ‘여행을 떠난 것’ 정도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어디 갔어?, “언제 와?” 하고 묻기도 한다. 이때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상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대답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너무 아파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어. 이제 앞으로는 만날 수 없을 거야.” 등의 분명하고 확실하게 이야기해 주는 것이 좋다. 만 8세 이상의 아이들은 죽음을 돌이킬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솔직하고 담담하게 반려동물의 죽음을 알리고, 슬퍼해도 괜찮다고 위로하는 것이 좋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이들은 펫로스를 통해서 죽음의 개념을 더 잘 이해하고, 이별하는 방법을 배우며, 이별과 상실로 슬퍼하는 사람들을 더 잘 공감해준다고 한다. 아이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상실감을 해소한다.
또 다른 가족인 남겨진 반려동물의 슬픔도 돌보아야 한다. 1995년 미국동물애호협회에서 조사한 결과, 집에서 함께 지내던 동물이 죽은 뒤 남겨진 반려동물의 58%가 반려인의 애정을 더 갈구했으며, 68%의 반려견이 평소와 다른 소리로 짖었으며, 36%의 반려견이 식욕부진을 겪었으며, 이러한 증상들은 평균 4개월 정도 지속되었다고 한다. 남겨진 동물이 다른 동물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으로 인해 보이는 대표적인 증상은 식욕 변화, 하울링, 수면주기 변화, 가족들의 피하고 구석으로 숨어드는 행동, 죽은 동물을 찾는 듯이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는 행동, 성격의 변화, 활력 감소, 공격성, 분리불안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을 보일 때 반려인이 반응한다면 이러한 행동들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에 남겨진 반려동물을 위로할 때에는 혼자 조용히 쉴 때 다가가서 관심을 주는 것이 좋다. 남겨진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함께 슬픔을 나누면서 펫로스 후의 아픔을 더 잘 극복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죽는 반려동물은 447,000마리, 즉 하루에 1,225마리의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2년 미국 호스피스 재단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펫로스 증후군을 ‘인정받지 못한 슬픔’으로 비유했다. 그만큼 펫로스 증후군을 이해해 주고 인정해 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펫로스 증후군을 무시하는 경향이 유독 심하다. 우리나라에서 반려생활, 반려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 20여 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반려동물의 평균수명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에는 펫로스를 경험하지 못한 반려인도 많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는 펫로스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펫로스로 힘들어하는 반려인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자주 벌어졌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찾아오는 상실감과 우울감은 지극히 당연한 감정임에도 종종 이러한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유별나다는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펫로스를 겪은 사람이 건강하게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주변의 지지와 도움도 필요하다. 주변인으로서 펫로스로 힘든 사람을 어떻게 위로하고 도와야 하는지 고민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펫로스를 겪은 사람을 대할 때에는 세심함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동물을 잃은 경험과 슬픔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상실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어떤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를 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더라도 상대의 슬픔을 존중하고 공감하며 마음을 기댈 수 있도록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와 애도가 될 수 있다. 또한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함께 나누며 동감하는 것도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펫로스 증후군 극복은 반려동물을 잊는 것이 아니다. 찬란한 시간들을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것이다. 반려동물과 건강한 이별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