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정운 May 26. 2021

90년생 이야기

제주도로 도망간 백수, 그리고 한달이라는시간


good bye, 애월

 정든 애월에서 이제 서귀포로 이동하는 날! 마지막으로 서쪽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하러 간다. 곽지에 사람이 몰려 있는 것을 보고 내려서 보니 아이돌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고 있었다. 70~8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다. 춤추는 아이돌 옆에서 반사판을 들고 있는 스텝, 한 컷 찍을 때마다 다시 머리 정리를 해주는 스타일리스트,  파라솔에서 노트북을 피고 한 번만 더를 외치는 감독, 가까이 오는 사람들을 제지하는 스텝 등등... 이런 뮤직 비디오 촬영 현장을 처음 보니 참 신기했다. 앞에 있는 스텝에게 아이돌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니 그냥 신인 아이돌이라고만 대답한다. 이름이 신입 아이돌은 아닐 테고 비밀인가... 알려줘야 홍보도 되고 좋을 텐데, 스피커에서 나오는 신나는 노래의 주인공을 알지 못해 아쉬웠다.


너무 멀어서 얼굴은 안 보이고 춤추는 것만 구경했다.


 많은 사람들이 무지개 색을 하나씩 나눠 입은 아이돌들의 춤을 보며 누군지 궁금해하며 수군거리고 있을 때, 스텝 한 명이 근처로 다가와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사장님 저 아이돌 이름이 뭐예요?라고 물어보니 그분은 친절하게 답해주셨다. 트라이비?라는 그룹이었는데 찾아보니  데뷔 한지 일 년도 안 된 것 같았다. 노래를 찾아서 들어보니 음.. 내 스타일은 아닌 걸로... 그런데 지금 찍는 뮤직비디오 노래는 좋아서 신곡이 나오면 들어봐야지 하며 자리를 떴다.



코로나 시국 제주여행에 관한 고찰

 

 판포포구 물 밖에서 물고기 구경을 하다 배가 고파져 근처 핫도그 집을 찾았다. 핫도그를 기다리고 있는데 일행으로 보이는 여자 한 명, 남자 두 명이 내 뒤에 줄을 섰다. 앞에 있는 내가 관광객 티가 나서 비꼬려고 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뜸 코로나 확진자가 1명에서 3명, 5명으로 늘었다며 왜 제주도로 오는 건지 모르겠다고 관광객을 욕하기 시작했다. 뭐 제주도민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수도권 감염자 (내가 제주도에 오고 나서 수도권은 감염자가 급격히 늘어남) 때문에 불안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건가 라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에 핫도그가 나왔다. 나는 차에 들어와 핫도그를 먹었고 뒤에 이어 나오는 그 일행들을 봤다. 그들은 마스크를 벗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판포포구 쪽으로 걸어가며 핫도그를 맛있게 먹었다. 


 지랄하네.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그렇게 여행객을 욕하던 사람들의 행동이 너무 가소로웠다. 역겨운 위선자들. 자신이 회사 집만 반복하고 최소한의 외식과 지인 만나는 것도 조심스러워한다면 솔직히 여행객들 욕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 입장에선 여행객들이 정말 병을 전파하는 조심성 없는 사람들로 보일 테니까. 하지만 저들의 내로남불을 보니 그냥 웃겼다.


 나라 전체에 락다운을 건 것도 아니고, 동선이 많이 겹치지 않는 제주에서는 공항이나 사람 많은 곳만 서로 조심하면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제주 여행객을 싫어하는 몇몇 사람들 말대로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끊긴다면 50미터가 멀다 하고 보이는 카페들, 식당들도 좋아할까 궁금하다. 비싼 음료와 밥 값을 그대로 지불하고 제주도민끼리 공급과 수요를 충분히 채울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돈 많은 부모를 두고 편하게 휴양하러 온 젊은이들 빼고는 해외여행을 가지 못해 제주도로 발길을 돌린 관광객들을 환영하지 않을까 싶다. (제주 생활하면서 식당이나 카페 사장님들과 많이 얘기해봤는데, 4월부터 그나마 여행객들이 찾아와서 다행이지 그전에는 계속 적자에 가게 접을 생각 하신 분들이 상당히 많았다.)


 개인적으로 이동의 제약보다는 행동에 제약을 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지킬 것 다 지키는 사람의 이동을 막는 것보다 마스크 내리고 먹으면서 돌아다니고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더 위험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 있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벗으면 벌금을 먹인다던지, 경고 후에 출입을 제한한다던지 하는 제대로 된 규칙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흔한 제주 여행객의 변명이었습니다, 너그럽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90년생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