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정운 May 25. 2021

90년생 이야기

제주도로 도망간 백수,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

금산공원


 쉬러 왔으면서 뭘 이렇게 돌아다닌 건지 조금 피곤하다. 한국 사람들은 쉬는 것도 너무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다.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쉬는 것도 일하는 것처럼 한다. 가만히 쉬면 손해라도 보는 것처럼 하나라도 더 보고 하나라도 더 먹고 더 경험해 보려 한다. 한 달 살기 하러 와서 페이스 조절에 실패할 거 같은 느낌이 들어 오늘 오후는 그냥 푹 쉬기로 한다. 숙소에 있기엔 날씨가 너무 좋고 어디 한가한 공원이 없을까 하고 구글 지도를 검색해 본다. 리뷰가 몇 개 없는 것을 보니 관광객들이 오는 곳은 아니고 제주도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작은 공원인 것 같다.


 주차공간도 많이 없는 작은 공원.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오르막 길을 올라가는 작은 뒷산? 같은 느낌이었다. 조금 올라가니 작은 쉼터가 있었다. 나무로 빽빽하게 가득 찬 곳에 울타리가 쳐져있고 그 울타리에 초등학생들이 쓴 시들이 전시되어있다. 바로 밑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인 것 같다. 몇 학년 몇 반 누구 삐뚤어진 글씨로 쓴 시들을 하나씩 읽어 내려간다. 


 문학적으로 감각이 있거나 글 쓰는 것을 전문적인 자신의 업으로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장 가지고 싶어 하고 꿈꾸는 것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때 묻지 않은 어린아이들의 시선은 어른들을 놀라게 한다. 어떻게 이런 생각들을 하는지 자크 프레베르도 이 시들을 봤으면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직도 답을 찾고 있는 철학적인 문제들까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다.



11살 에셀이에게 많이 배운 하루


 

 지저귀는 새들의 응원소리를 들으며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도착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수고했다며 내 땀을 식혀준다. 이런 사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게 바로 제주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슈테판 대성당이나 자유의 여신상 같은 랜드마크는 없지만, 제주에는 이런 곳도 있어 어때 참 좋지~? 하는 곳들이 많아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다. 구글 지도에 다녀간 곳을 표시할 때마다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어렸을 적 포켓몬스터 빵을 먹고 스티커를 모으던 느낌이랄까...? 이런 소소한 행복들이 너무 좋다. 며칠 전만 해도 회사에서 욕을 입에 달고 일만 했었는데, 이 곳이 진짜 내가 있어야 할 곳인 것 같다. 이런 행복 속에서 아무 걱정 없이 한 달 살기가 끝날 수 있길...!








작가의 이전글 90년생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