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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운 Jun 03. 2021

90년생 이야기

제주도로 도망간 백수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



반가운 불청객 2



 친구가 놀러 온 며칠간 혼자는 하기 힘든 일들을 많이 했다. 우선 우리가 전에 놀러 왔을 때 먹지 못했던 유명한 김밥집에 아침 일찍 가서 포장한 김밥을 바다 풍경을 보며 먹었다. 아침 뚝불로 해장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두 줄이면 되지, 세 줄이나 시킨 친구는 제주까지 비행기 타고 왔으니 뽕을 뽑으려는 욕심이 보였다. (억지로 다 먹긴 했음)


그리고 바다 사진으로 되어 있던 프사를 친구 덕분에 건진 인생 샷으로 교체!! 그래, 데리러 가, 데리고 다녀, 재워주기까지 하는 이런 친구한테 인생 샷 하나 정도는 갈 땐 가더라도 찍어 줘야지.


다정이네 김밥



 이쁜 카페에서 에이드 한잔을 시켜놓고 구경 좀 하다 다시 서쪽 해안을 달렸다. 애월에서 있던 5일 덕분에 네비를 보지 않아도 길을 알 정도가 되어 편한 드라이빙. 협재에 도착하니 바다에서 점프하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아저씨들이 보였다. (페러글라이딩+보드 합친 것 같은걸 타고 계셨음)


 점프 뛰고 내려올 만 한데 바람을 타고 더 위로 가는 아저씨. 친구는 옆에서 사람이 날아다닌다며 즐거워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두의 관심을 한 번에 받는 아저씨는 쇼맨십을 보여주며 협재 바다의 볼거리를 더해줬다.


협재의 멋쟁이들

 

구경하다 내가 돌고래를 봤던 곳으로 친구를 데려갔다. 나도 지나가면서 한번밖에 못 봤지만 혹시나 해서 갔는데 또 사람들이 갓길에 차를 세워둔 게 보였다. 느낌이 왔다. 여기 있구나 돌고래!!! 차를 갓길에 세우고 우리도 돌고래 구경을 했다. 친구도 나와 마찬가지로 바다에서 돌고래를 본건 처음이라고 했다.


 여기서 신기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내가 친구에게 "돌고래보면 행운이 온대"라고 말하자마자 친구 폰이 울렸다. 친구와 잘 사귀다 최근에 헤어졌던 친구의 전 여자 친구 전화였다. 친구는 잠깐 통화한다고 해놓고 꽤 오랜 시간 돌고래를 보며 통화를 했고 현재 다시 잘 만나고 있다. (아니, 돌고래야 나는...???)



이건 못 참지


 

 다음 날 오전에 떠나는 친구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아침으로 숙소 근처에 있는 닭개장을 조지고 맛있게 먹고, 동쪽으로 도는 일정을 시작했다. 가까운 곳에 있는 카페에 들려 가는 도중에 작은 관광지가 있어 들어가 보니, 나름 유명한 큰엉 해안이었다.


 친구가 최근 인스타에 한반도 사진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알려줬는데, 이른 아침부터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있는 사람들이 보여서 더 들어가 보니, 나뭇가지와 잎들이 햇빛을 가려 바다와 하늘이 보이는 풍경이 정말 한반도 모양이었는데 내 핸드폰 카메라에는 제대로 나오지 않아 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다시 달려 도착한 성산. 아쉽게도 코로나 여파 때문인지 일출봉은 올라가지 못하고, 옆에 길은 무료로 개방하여 구경했다. 저 멀리 밑에 보트 타는 곳이 보였다. 제주에서 보트는 한 번도 타보지 못했는데, 친구가 한번 타보자고 해서 같이 내려갔다. (아 보트 투어는 못 참지~)


크게 한 바퀴 도는데 2만 원, 반만 돌고 오는데 1만 원. 우리는 너무 오래 타면 지겨울 거 같아 반 바퀴만 돌기로 하고 보트를 기다렸다. 먼저 사람을 태우고 갔던 보트가 돌아왔다. 우리는 제일 뒷자리로 가서 앉았고 보트는 사람들을 금세 다 태우고 출발했다. 보트는 생각보다 빨랐고 물을 양옆으로 시원하게 가르며 질주했다. 바다에서 보는 성산은 또 다른 멋이 있었다.


 보트 아저씨의 설명을 들으며 풍경을 구경하다 다시 돌아가는 길. 돌아가는 길이라 그런지 아저씨가 더 재밌게 운전해 주셨다. 나도 모르게 나온 "무야호~~~! "앞에 계신 분이 들으셨는지 크게 웃으신다. (그 정도로 재밌으셨단 거지)


무야호오~


 점심으로 갈치조림과 해물뚝배기를 먹고 다시 시작된 여정. 월정리에서 김녕으로 넘어가는 길에 여행하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투명카약이 보였다. 우리는 동시에 외쳤다. 아~ 투명카약은 못 참지 ㅇㅈ?

 간단한 설명을 듣고 탑승한 투명카약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둘의 합이 맞지 않으면 앞으로 가지 않고 빙글빙글 돌았다.



못 참을만했다.

 

상체를 쓰지 말고 팔만 써서 노를 저어야 한다고 주의사항을 들었는데, 친구가 열심히 상체를 움직이는 덕분에 뒤에 있던 나는 물벼락을 맞았다. 그뿐만 아니라 심하게 양옆으로 기울어 투명카약이 좌초되기 직전까지 갔다. (아니 무슨 헬스장에 온 줄 아나...)


 수심은 깊어봐야 허리 정도까지 밖에 안 왔지만, 나의 핸드폰과 옷들을 버리기 싫어 계속 팔만 쓰라고 소리쳤고 친구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바닥이 보이는 투명카약을 타며 풍경을 구경하려던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조금이라도 쉬면 파도에 쓸려나가 쉴 새 없이 노를 저었다. (처음엔 재밌었는데 나중엔 너무 힘들었음.)


 이대로 바다로 쓸려나가 노인과 바다를 찍고 싶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노를 저어 다시 돌아왔고, 이때부터 힘들어서 말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렇게 김녕, 함덕까지 구경하고 돌아가다 흑돼지 맛집을 발견하고 저녁을 먹었다. 숙소 앞에 있는 흑돼지 집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맛있고 친절했다. (숙소 앞은 가짜였음, 이 가짜 녀석!)


 그래도 친구 덕분에 혼자서는 먹기 힘든 흑돼지도 먹어보고 보트도 타고, 카약도 타고 시간 정말 쥐어 짜내듯이 알차게 잘 쓴 것 같다. 좀 피곤하긴 하지만 가이드해주는 대로 친구도 만족하는 것 같아 뿌듯한 하루.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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