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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운 Jun 08. 2021

90년생 이야기

제주도로 도망간 백수 그래고 한 달이라는 시간

제주도 워라벨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친구의 마지막 만찬으로 근처에 있는 짬뽕집으로 갔다. 숙소랑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봐 뒀던 곳인데 리뷰 평도 좋았다. 우리가 첫 번째 손님이라 조금 기다리면서 가게 구경을 했는데 인테리어도 괜찮고 가게 한편에 원산지 표시를 해놨다. (재밌는 건 사장, 직원 원산지가 국산으로 되어있었는데 직원분은 한국인이 아니셨다, 띠용!???)


세상 세상 쫄깃한 면발의 해물짬뽕



친구랑 잠깐 떠드는 사이에 짬뽕이 나왔다. 면을 톳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면발이 굉장히 쫄깃하고 맛도 괜찮았다. 어제 먹은 해물 뚝배기보다 훨씬 낫다고 친구도 완전 만족! 얼큰한 짬뽕으로 기분 좋게 배를 채우고 친구를 공항으로 데려다주러 출발했다. 친구가 온 날에는 날씨가 흐리더니 다음 날부터는 비 한 방울 안 내리고 해만 쩅쨍한게 아주 뽕을 뽑고 간다. 공항에 도착해 올라와서 다시 보자는 인사를 나누며 근처에 있는 피부과를 찾아 나섰다.


 땀을 흘리고 밖을 많이 돌아다녀서 그런지 땀띠 같은 게 나서 진료를 받으러 공항에서 가까운 시내에 있는 피부과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오늘 진료 접수는 모두 마감됐다고 하신다. (12시도 되기 전인데...?) 그래서 옆에 있는 피부과에 갔는데 다행히 진료는 접수됐다. 진료 보러 들어가서 증상 설명하니 의사 선생님이 연고 처방해준다고 하고 진료가 30초 만에 끝이 났다.


 그리고 결제하고 나가는데도 카운터에 있던 직원 4명 모두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고 아무도 인사를 안 한다. 진료는 30초에, 환자 가는데 쳐다도 안 보고 폰만 보는 카운터 직원들... 옆에 피부과도 진료시간이 굉장히 짧은걸 보니 제주는 근무환경이 굉장히 좋은 것 같다. 수도권에서 이런 서비스면 난리가 날 텐데, 근무환경이 너무 부럽다. 뭐 섬이니까 그럴 수 있지?라고 안 좋은 기분을 무마시키고 다음 목적지로 출발!




 무계획의 시작


 오늘부터는 아무 계획이 없다. 숙소도 다음 목적지인 함덕 숙소까지만 예약해두고 어디로 갈지 몰라 숙소 예약도 안되어 있는 상태.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설이가 추천해준 김녕에 있는 카페로 이동한다. 그런데 여기 너무 이쁘다. 김녕은 해수욕장보다 왼쪽으로 더 와서 보이는 바다와 작은 포구가 굉장히 아름답다. 네비에 김녕해수욕장을 찍고 많이 갈 텐데, 거기서 조금 더 안으로 들어오면 아주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김녕, 함덕, 우도 바다가 제일 아름다웠다.)


혼자 보기 아까운 김녕 바다


 

커피도 특이한 게 너무 맛있고, 돌하르방 모양의 커피얼음에 우유를 녹여먹는 재미가 있었다. 커피를 마시며 진짜 넋 놓고 바다 구경만 했다. 물 색깔이 어쩜 이렇게 이쁜지 말도 안 되게 이뻤다. 그동안 못썼던 글도 이어 쓰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배가 고파졌고 제주도에 와서 한 번도 먹지 못한 떡볶이가 생각나 떡볶이 집을 찾아보니 숙소와 얼마 멀지 않은 곳에 괜찮아 보이는 떡볶이 집이 있어서 바로 네비에 찍고 출발!


 한 시간 좀 안되어 도착한 떡볶이 집엔 나보다 먼저 온 손님 한분이 계셨다. 벌써 떡볶이에 튀김에 맥주까지... 크, 완전 멋있어. 나도 차만 아니면 맥주 한 잔 할 텐데 차를 숙소에 두고 30분을 걸어갈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추천 메뉴를 시키고 큰 맘먹고 한 개에 4천 원이나 하는 새우튀김을 시켰다. 사람이 많이 없어서 그런지 주문한 음식은 금방 나왔다. 떡볶이는 어릴 때 초등학교에서 먹던 맛에 튀김은 바삭바삭, 튀김가루가 들어있는 알밥도 떡볶이 국물에 쓱싹쓱싹 비벼먹기에 완벽했다. (뒤에 이어 나온 새우튀김은 좀 아쉽...)


제주에서 먹은 첫 떡볶이!


 

배 터지게 먹고 쉬고 있는데 나보다 먼저 오셨던 손님은 저 앞에 바다에서 혼자 사진을 찍고 계신다. 나도 바로 앞바다에서 사진 몇 장을 찍고 전에 갔던 카페로 바로 입가심하러 갔다. 못 보던 고양이가 한 마리 더 있어서 커피를 주문하고 고양이들과 신나게 놀았다. 카페도 이뻐 커피도 맛있어, 고양이까지 있어 크...


새로 온 냐옹이 친구



 한참을 고양이랑 놀다 제일 좋은 자리가 비어 자리를 옮겨 글을 쓰는데 아까 떡볶이 집에서 만났던 분이 오셨다. 속으로 거기서 여기까지 오느라 진짜 고생했겠다... 하며 다시 집중하고 있는데, 그분도 여기가 맘에 드셨는지 바로 앞 통창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핸드폰을 의자에 놨다 책상에 놨다 각도를 맞추는데 계속 폰이 미끄러졌다. 혼자 여행 전문가라 그 심정 잘 알지... 먼저 말을 걸었다.


여기서 열심히 찰칵찰칵

 

"사진 찍어 드릴까요?" 기다렸다는 듯이 웃으시며 바로 폰을 건네주신다. 최대한 열심히 혼심을 힘을 다해 열 장 정도 찍어 드리니 고맙다며 정말 좋아하셨다. 나도 완전 뿌듯~

 얼마 있지도 못했는데 7시가 다되어 아쉽지만 일어난다. 영업시간만 조금 더 길면 참 좋을 텐데, 제주엔 일찍 닫는 곳이 많으니 여행객들이 익숙해져야겠지.


 여행하다 느낀 건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남에게 부탁하는 걸 어려워하는 것 같다. 말을 거는 게 익숙 않다고 해야 하나? 여행지에서 그냥 지나가는 사람한테 사진 한 장만 찍어주세요 하면 되는 걸 말 걸기 어려워 고생하시는 분이 참 많다. 유럽이나 미국을 개인주의라고 하지만 내가 느낀 바로는 세상 어느 곳보다 개인주의인 곳이 우리나라인 것 같다. (라떼는 내가 초등학생이던 90년대랑 요즘은 참 많이 달라졌다.)


 돈을 빌려 달라는 것도 아니고 무리한 부탁이 아니면 그냥 서로 가볍게 웃으며 들어줄 수 있고 쉽게 말 걸며 인사할 수 있는 그런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우리나라도 미국에서 마주친 어느 아무개 씨처럼 웃으며 안녕하세요 참 좋은 날이에요 라고 서로 인사를 건네기 쉬운 날이 왔으면... (물론 사이비 종교단체나 다단계가 없어져야 가능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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