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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운 Jun 09. 2021

90년생 이야기

제주도로 도망간 백수,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


집밥이 먹고 싶다


 아침 일찍 위미항 등대까지 뜀박질을 하다 보니 배가 너무 고프다. 아침에 땀 흘리고 먹는 밥이 진짜 맛있는데 가정식을 파는 곳이 마땅치 않다. 리뷰가 제일 많던 가게에 가보니 가게는 이전을 했고 다행히 맞은편에 아주 작은 가게가 있어 문을 밀어 본다. 드르륵! "지금 영업하시나요?" 주문하면 된다고 하셔서 불고기와 된장찌개가 나오는 정식을 주문했다. 된장찌개는 차돌이나 딱새우 중에 선택하라고 하셔서 차돌로 픽미업!


제주도 첫 가정식



 가격대는 조금 있었지만 제주도 물가로 감안하면 그래도 봐줄만한 수준이었고, 불고기도 담백하고 된장찌개도 진짜 맛있었다. 사장님은 부족하면 더 준다고 하셨는데, 입이 짧아 이것만 먹어도 충분히 배불러서 아쉬웠다. 돈 생각하면 한 번은 더 먹어야 뽕 뽑는 건데...라는 아쉬움을 남긴 채 사장님께 잘 먹었다고 인사하고 숙소로 돌아간다.


이쁜 카페 정원



 다른 스노클링 포인트를 찾아서 길을 나서기 전 호텔 체크인할 때 받은 카페 쿠폰으로 커피 시키러 갔다. 1+1 쿠폰으로 라떼를 시키고 군것질 거리로 치즈 인절미도 같이 주문했다. 맛만 보려고 하나 집어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반을 먹었다. (아니 이럴 거면 밥이나 더 먹지...)


멈출 수 없는 치즈 인절미


 카페 정원에서 오전을 보내고 법환포구로 고고~!

 스노클링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들었는데, 역시 4월에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저기 멀리 해녀님들이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바다에서 잡은 해산물들을 손질하고 계셨다.


날씨 보소


 물질하는 시간이 끝났는지 바다에서 한분씩 올라오셨다. 그 옆에는 낚시하는 아저씨도 있어 옆에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포구는 수심이 깊어 초보인 나는 못 들어갈 거 같아 스노클링은 포기하고 물밖에서 눈으로만 물고기들을 구경하다 저번에 갔던 선녀탕에서 스노클링을 하기로 정하고 다시 이동!


 그런데 다시 갔던 선녀탕, 그곳에서 한 달 살기 처음으로 시비가 붙었다.



제주도에서 만난 진상



 추위를 참고 들어간 선녀탕은 파도가 너무 높아 오래 즐기지 못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수영을 못해서 구명조끼만 입고 둥둥 떠다니는 나에게 높은 파도와 다시 바다로 빨려가는 물살 너무 위협적이었다.


내가 나오는 타이밍에 혼자 스노클링 하러 온 여성분이 계셔서 오늘 파도가 높으니 조심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입구로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보니 그분은 완전 수준급 수영실력으로 높은 파도 따위 아무렇지 않게 스노클링을 즐기셔서 너무 부러웠음)


고소한 율무차

 

저번처럼 선녀탕 입구 옆 야외 카페에서 율무차를 시키고 몸을 말리고 있었는데, 담배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다른 야외 앉을자리도 많은데 굳이 내 앞에 서서 담배 피며 전화하는 아저씨가 보였다.


 나는 아저씨에게 "죄송한데 자리 많은데 다른 곳에서 담배 피우시면 안 될까요"라고 공손히 말을 걸었다.


 아저씨는 통화하면서 나를 한번 흘깃 쳐다보고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다시 담배를 폈다. 어쩌라고~~ 하는 표정과 눈빛에 화가 나려 했지만 한번 더 좋게 말했다.


 "아저씨 여기 자리 넓은데 다른 데서 펴주세요." 이젠 나를 쳐다보면서 통화한다. 물론 담배도 물고.


 뭐가 불만인지 모르겠지만 노골적으로 나에게 시비를 거는구나 바로 느껴졌다. 사나이 조정운 먼저 시비를 걸진 않아도 시비 거는 사람은 그냥 못 보내지. 통화를 마치고 담배꽁초를 땅에 비비며 내쪽으로 지나가는 아저씨가 듣도록 말했다.


"ic 8"


그러자 그 아저씨는 "뭐 ic8? 너 뭐라고 했어!" 라며 나를 노려봤다.


 "여기 공간도 넓고 다른 곳도 있는데 왜 돈 주고 차 마시고 있는 사람 앞에서 담배를 피우세요"라고 하자


"여기가 금연구역도 아닌데 내 맘대로 필수도 있는 거 아니냐"라는 기적의 논리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역시 야수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것들의 수준.,. 너무 놀랍다. 좋게 말하기는 나도 싫어서 제주에서 처음으로 화를 냈다. 존댓말도 접어두었다. 잠시 나쁜 남자가 되기로 한다.


"야 여기 금연구역 아닌 데서 뒤지고 싶냐 왜 가만히 있는 사람한테 시비야 시발넘이 진짜 뒤질라고"


 역시 강하게 나오니까 당황한다. 여기가 금연구역도 아니고 그냥 좋게 말하면 자리 피해 주는데 왜 시비 거냐고 오히려 나한테 말한다. 어이가 없어서...


 내가 두 번이나 좋게 말하지 않았냐 하며 큰소리 내고 있으니 카페 사장님이 나오신다. 그리고 그 아저씨에게 "아이고 삼촌 또 왜 그러고 있어"라고 하며 말리셨다. 말리는 사람이 생기니 갑자기 다시 노려보며 시비를 건다.


 그냥 아무한테나 시비 거는 동네 양아치구나.,. 느낌이 왔다. 이런 하찮은 인간에게 감정 소모하는 게 더 아까워 나를 노려보는 아저씨에게 눈빛으로 경고를 한번 더 해주고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이런 일에 휘말리지 않도록 무시하고 피하는 게 베스트겠지만, 나는 그렇게 현명한 사람이 아니라 참고 지나가기가 힘들다. 미친 사람에게 더 미친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뭐...ㅎㅎ


 내가 참고 지나갔으면 아마 자기한테 졸아서 그런 줄 알고 더 우월감을 느끼며 다른 사람들 어게도 시비 걸었을게 뻔하다. 한번 버르장머리를 고쳐주는 것도 나쁘진 않지.


 물론 지혜로운 사람은 절대 이렇게 행동하지 않을 거다.  나는 아직 멀었다.



(이 글을 읽고 아 이거 글 쓰는 사람이 성격이 더럽네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당하는 걸 싫어할 뿐이지 정말 성격 괜찮아요ㅜㅜ 친구 15명 중에 밥 많이 사기도 1,2등 다툼.,. 모르는 사람에게 호의도 먼저 잘 베푼답니다. 헤헤헤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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