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정운 Jun 15. 2021

90년생 이야기

제주도로 도망간 백수,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



AM 05:55



 어제 맥주도 많이 마시고 잤는데, 눈을 뜨니 6시도 안됐다. 남들은 일출 보려고 일어난다는데 나는 눈을 뜨고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제주 와서 어떻게 더 일찍 일어나 지는 건지 참 알 수가 없다 내 몸 이거 왜 이래 진짜...


 물 한잔 마시며 일출을 구경하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일찍 일어나서 침대에서 폰만 붙잡고 있는 것보다는 바다 보면서 아침 운동하는 게 백배는 나으니까.


 어제 맥주 마시던 바다 앞을 지나간다. 아침이 훨씬 이쁘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함덕 바다


 해변을 지나 캠핑존을 지나 쭉 가다 보니 어제 보지 못했던 서우봉 산책로라는 곳이 보였다. 경사가 조금 있긴 했지만 정상까지 올라갈 것도 아니니까 조금만 더 걷기로 한다.


함덕의 흔하지 않은 산책로


  

 아침이라 사람도 보이지 않아 마스크를 잠깐 벗고 크게 숨을 쉰다. 바다 내음과 시원한 바람. 후~ 찾아보지 않고 온 곳인데 너무 좋다. 여긴 시간 날 때마다 와야겠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 어제 봤던 해녀 김밥보다 든든한 국밥이 당겨 숙소 근처에 있는 해장국 집으로 고고~!


 제주에서 유명한 해장국집 체인점이었는데, 이 곳은 특이하게 정말 차가운 얼음물을 주셨다. (근본) 아침인데도 제법 사람이 있는 걸 보면 제법 실력 있는 곳 일거 같아 기대가 됐다. 혼자 해장술 마시는 아저씨 아줌마 가족끼리 온 사람들도 보이고 아침 일찍부터 이렇게 식사하는 사람이 많다니, 참 부지런들 하시다.


 내가 시킨 선지 뺀 소고기 해장국이 나왔다. 예전에 왔을 때도 친구들이랑 다른 지점에서 먹어봤었는데, 그때는 솔직히 그냥 좀 괜찮은 정도였는데 여기는 진짜다. 물론, 아침운동으로 땀 빼고 먹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마치 이건... 국밥의 정석?


교과서 적인 맛이 느껴지는 국밥


 국밥을 흡입하고 소화도 시킬 겸 다시 돌아다니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찾아보는데, 해변 바로 앞에 있는 카페에 가려다 사람이 많아 맞은편에 있던 카페로 들어왔다. 11시 전에 주문하면 케이크도 무료로 준다고 쓰여있어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공짜는 못 참지...)


 달달한 커피랑 더 달달한 초콜릿 케이크를 시켜놓고 바깥 구경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여기 안 좋은 점이 음.... 전깃줄도 같이 보이는 뷰...? 바다도 질리도록 봤으니 폰을 만지면서 쉬기로 한다. 글도 오랜만에 쓰고 여유를 즐기다 밖으로 나온다.


 시간도 많겠다 오늘 뭐하지 생각하다, 여기서도 스노클링을 한번 해보자 하고 숙소로 돌아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장비를 챙겨 나왔다. 바람이 많이 불어 무거운 돌을 구해서 돗자리와 가방을 지탱해 놓고 바다로 들어간다. 

 

큰 돌이 별로 없어 찾아다니기 힘들었다.



 물에 들어가 보니 스노클링 포인트에 함덕이 없던 게 이유가 있었다. 파도와 함께 모래가 같이 올라와 물고기는 물 밖에서 보이지 물속에서는 구경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옆에 작은 포구에서는 가능했음.) 괜히 고생만 하고 살만 더 타고 말았다.


 몸도 잠시 말릴 겸 돗자리에서 쉬고 있는데 앞에 작은 소라게가 분주히 움직인다. 물이 들어오는 곳까지는 한참 남았는데 소라게는 작은 다리로 부지런히 움직여 어느새 점점 더 작아진다. 어디로 가는 걸까, 자기가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을까? 잡아서 바다까지 던져줄까 하다 그냥 가만히 쳐다만 봤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을까?


 

 하도 돌아다녔더니 머리가 어지럽다. 요새 좀 돌아다니긴 했으니 오늘은 남은 시간 그냥 푹 쉬어야겠다. 숙소로 돌아가 씻고 바로 밑에 있는 해녀 김밥집으로 갔다. 다행히 점심시간을 조금 비껴가 웨이팅은 없었다. 


 근처에서는 유명한 집인 거 같아 기대했는데 해물라면은 음... 그냥 내가 생각한 라면 맛이었다. 그냥 라면에 해물 넣은 맛...ㅎㅎ 그런데 김밥은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솔직히 보기만 이쁘고 별로일 줄 알았는데 여기 김밥은 진짜 ㅇㅈ


 

해물라면, 해녀 김밥, 딱새우 김밥



 아쉽게도 난 돼지가 아니라 다 먹진 못하고 김밥은 3개씩만 먹고 그대로 포장해서 숙소로 올라왔다. 저녁까진 진짜 아무것도 안 해야지. 평소에는 티비 잘 보지도 않는데 뭔가 숙소 티비에서 보는 영화는 왜 이렇게 재밌는지 모르겠다.


 영화 한 편을 다 보니 벌써 저녁시간이 되었다. 천천히 준비하고 나온 함덕해변. 그곳에서 민망한 에피소드 하나를 만들게 되고 마는데....








작가의 이전글 90년생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