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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운 Jun 22. 2021

90년생 이야기

제주도로 도망간 백수,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

우 도


 날씨가 허락해줘야만 갈 수 있는 곳. 무려 8년 만이다. 아침 일찍 씻고 성산항에 도착하니 배가 떠나기 7분 전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주차안내원들도 많고 자리가 넓어 쉽게 빈자리에 주차 완료.


 잠시 돗자리나 스노클링 장비를 챙길까 하다... 고생길이 열릴 거 같아 포기하고 가볍게 가기로 한다. 배 타고 바깥 자리로 나와 점점 멀어지는 성산을 보다 보니 금방 도착했다.


 오랜만에 다시 온 우도는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스쿠터도 전부 전기 스쿠터로 바뀌어 있었고, 다른 탈 것들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있었다.


 자전거, 전기자전거, 전기스쿠터 등 혼자 탈만한 것들이 많이 있었지만. 부지런히 걷다 보면 다 둘러볼 수 있을 거 같아 그냥 지나치고 걷기 시작했다. (걸어서 우도를 돌았다는 후기가 왜 없었는지 알게 됨...)


서빈백사

 

 경치 구경을 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덧 서빈백사에 도착했다. 여기는 모래가 아닌 산호로 이루어져 있어 물도 더 맑아 보이고 너무 시원해 보인다. (산호를 기념으로 관광객들이 챙겨간다고 하는데 계속 이렇게 가져다가 보면 나중엔 산호해변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눈으로만 구경해주세요~)


  물고기 구경을 하다 발을 담그며 나도 잠시 쉬기로 한다. 얼마 걷지도 않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아깝다. 하지만 많은 시간을 보낼 수는 없어 이내 발바닥에 붙은 산호들을 털어내고 신발을 신는다. 그렇게 다시 걷는데 끝이 안 보인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다시 스쿠터를 빌리러 돌아가기로 한다.


 돌아가는 길에 목도 마르고 우도에 왔으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땅콩아이스크림이 보여 바로 가게 앞으로 간다. 손에 하나씩 돌고 다녀야 우도에 왔다고 할 수 있지~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


  땀 흘리며 걷다 먹는 아이스크림은 진짜 꿀맛이었다. 섬안에 있는 섬이라 가격이 상상초월인 것만 빼면 완벽!

 

 왕복으로 15,000보를 걷고 나서야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가격은 담합이라 모두 같아서 선착장이랑 제일 가깝고 비닐도 안 뜯은 새 전기스쿠터가 있는 곳에서 빌리기로 한다.


 면허증은 안 가져왔지만 차키를 보여드리니 그거면 됐다고 하셔서 바로 민증을 맡기고 돈을 지불하고 전기스쿠터를 빌리는데, 그 순간 갑자기 바로 앞에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사고가 나고 만다.


 전기스쿠터를 걸어서 끌고 가던 아줌마가 엑셀을 당겨버려서 길을 지나가던 차에 그냥 몸통 박치기를 해버렸다. 근처에 수많은 사람들 모두 당황... (바로 앞이라 사장님의 한숨소리가 들렸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근처에 스쿠터를 빌리려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저 사고를 본 후 사람들이 스쿠터 대신 다른 전기차를 빌리러 떠나버렸다. 나도 사고 현장이 복잡해지기 전에 서둘러 자리를 뜬다. 오랜만에 타는 스쿠터는 너무 재밌었다. 시속은 30~40 정도밖에 안 나왔지만 크지 않은 우도를 머리를 날리며 돌기에 충분했다.


 

귀여운 스쿠터


 

 돌다 보니 8년 전에 먹었던 햄버거 맛집이 그대로 있어 스쿠터를 세웠다. 스쿠터 대여시간이 아깝긴 했지만 8년 전 먹었던 그 맛을 느끼고 싶어 25분을 기다렸다가 받은 햄버거는 음... (예전 그 맛이 아닌 이유는 가난한 대학생이 아니어서 일까, 직원이 바뀌어서 일까?)


 서둘러 다 먹고 다시 스쿠터에 시동을 걸었다. 중간중간 멈춰서 사진도 찍고 검은 모래 해변과 유채꽃밭을 구경하다 보니 금세 한 바퀴를 다 돌았다. 시간이 조금 남아 근처만 잠깐 돌아다니다 다시 반납하고 성산항으로 돌아가는 배에 탔다.


 짧은 시간... 너무 아쉽지만, 이런 아쉬움이 있어야 또 놀러 오고 싶어 지겠지??? 멀어져 가는 우도를 보며 다음을 기약한다. 안녕~





광치기 해변


 성산항으로 돌아와 가까운 광치기 해변으로 향했다. 이 곳은 썰물이 되면 바다에 가려져 있던 용암 지질과 녹색 이끼들이 올라와 장관을 만들어 낸다. 사진으로 유명한 곳인지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는 분들이 많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성산과 바다 배경, 일출로 유명한 사진 포인트였음.)


광치기 해변

 


 나도 썰물로 올라온 바위를 옮겨 다니며 주변을 구경했다. 이끼 때문에 조금 미끄러웠지만 조심하면서 걸으니 크게 위험하진 않았다. 게, 소라게, 작은 물고기 등등 바다친구들이 많이 보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쳐다봤다. 그런데 바다에서 뭔가 밀려 들어왔다. 뭐지!??


 

바다 달팽이 (군소)



 제주에 와서 별걸 다 보네, 생전 처음 보는 바다 달팽이를 한참 구경하고 있는데, 옆에 남자아이가 와서 바다 달팽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작은 돌을 던지고 나무 가지로 괴롭히려는 제스처를 취해서, 만지기는 무섭고 발로 밀어 바다 달팽이가 다시 바다로 들어갈 수 있게 밀어주고 자리를 떠났다. (핑핑아 그곳에선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내야 한다~~)


 차로 돌아가는 길에 카메라를 세워두고 셋이 웃으면서 점프하며 설정샷을 찍는 학생들이 보인다. 나도 저 때는 걱정 하나 없이 저렇게 웃을 수 있었는데, 저 때가 참 좋아 보이고 그리운 걸 보니 나도 나이를 먹긴 했나 보다.


 어른들이 그때 우리들에게 참 좋을 나이다라고 했을 때는 전혀 알 수 없었는데, 정말 저 친구들이 너무 부럽다. 계속 쳐다보면 이상한 사람처럼 볼까 봐 다시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이른 저녁으로 먹을 식당을 찾아보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돼지국밥으로 유명한 곳이 보였다. 요즘 밥을 잘 안 먹긴 해서 밥이 당겼는데 잘됐다.



부산의 맛을 제주에서

  


 도착하자마자 주문한 돼지국밥은 5분도 걸리지 않고 금방 나왔다. 근데 이 맛은...? 부산식 돼지국밥...? 제주에서 부산 정통돼지국밥의 맛을 느끼다니... 이곳은 진짜였다. 진한 돼지 국물에 매운 고추 하나 씹어 먹으니 크... 마 쥑이네. 절로 사투리가 나온다.


 국밥집을 나와 숙소에 차를 놓고 오늘도 1일 1 함덕 해변 미션을 완수한다. 안 가봤던 제일 위쪽으로 가보니 작고 예쁜 카페가 하나 보이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카페로 올라가 커피를 하나 시키고 자리를 잡는다.


여유로운 저녁

 


 선선한 바람과 일몰,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잠시 분위기에 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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