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정운 Jun 23. 2021

90년생 이야기

제주도로 도망간 백수,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

 


이 노래와 같이 글을 읽어 주시면 100배는 더 좋을 거 같아요.

(80) [1hour/1시간] 산책(Cover) - 백예린 - YouTube





진심이 닿는 거리


 잠시 분위기에 취해있다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뛰어다니며 놀고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옆에서 하는 말을  들어보니 카페 옆에 있는 숙소에 애 있는 집끼리 놀러 왔다가 친해져 같이 노는 듯했다. 


 가족들과 축구게임을 하면서도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온몸으로 행복을 표현하는 아이들은 옆에 있는 나까지 웃음 짓게 만들었다.


행복해 보이는 가족들


 

 아이들을 보니 어릴 때 낯선 동네, 낯선 곳에서 처음 만난 친구들과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름도 잘 기억 안 나지만 함께 놀았던 많은 친구들은 지금 모두 어른이 되어 무얼 하며 살고 있을지 참 궁금하다.


 (보라야, 용아 너희는 어떻게 지내고 있니? 잘 지내겠지?)


 잠시 감성에 젖어있을 때, 두 가족의 작별인사가 들렸다. 아이들의 아쉬움은 이미 표정으로 모두가 알 수 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원피스를 입은 여자아이가 먼저 말했다.


 "안녕, 오늘 너무 즐거웠어 다음에 또 봐, 안녕 다음에 꼭 여기서 다시 만나자"


 통통한 남자아이도 대답한다.


"안녕 나도 오늘 너무 재밌었어, 다음에 또 보자 안녕"


 이들의 작별인사를 지켜보던 어른들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오늘 같은 만남은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수없이 스쳐 지나가는 만남중 하나일 뿐이라는 걸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아쉬운 뒷모습

 


소년을 태운 차가 먼저 천천히 자리를 떠난다. 소녀는 차를 향해 소리쳤다.


 "안녕, 잘 가 안녕, 다음에 또 보는 거야 안녕!"


 소년도 창문을 내리고 소리쳤다.


 "잘 있어, 다음에 또 보자 안녕!"


 차가 멀어져 목소리가 닿지 않을 때까지 소녀는 외쳤다.


"안녕, 잘 가! 안녕!"


 한참을 차가 떠나간 도로를 보던 소녀도 가족들과 떠날 준비를 하며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저 친구 다시 볼 수 있겠지? 우리 다음에 여기 또 올 거지?"


 엄마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어주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안녕

 


 

아마 소년과 소녀는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것이다. 엄마 아빠와 놀러 갔던 제주에서 만났던 그 친구는 점점 기억에서 사라지겠지... 하지만 그곳에서 나눴던 소년과 소녀의 뜨거운 안녕은 100% 진심이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동창이 건넨 "언제 밥 한번 먹자" 같은 조금의 가식도 섞이지 않은... 그 곳에 있던 모든 이들이 느낄 수 있었던 그런 진심.






걸어가는 늑대들


 

 카페 옆에는 작은 전시를 해놓은 곳이 있었다. 담벼락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쓴 시들이 가득 적혀있어 찾아보니 건물 한편에 꼬마 작가님이 전시하는 곳이라는 팻말이 붙어있었다.


이수 작가님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어린아이의 마음으로만 보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좋은 시들이 담벼락에 그림과 함께 적혀 있었다. 담벼락을 따라 감상을 하다 걸음을 멈춘다. 지금 내 상황과 가장 잘 어울리는 그런 시가 보였다.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시의 일부

 


지금 너무 감정적이어서 그런지 눈물이 날 거 같다.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시였다. 꼬마 작가님도 대단하지만 이렇게 재능 있고 좋아하는 일을 어린 나이부터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부모님이 참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고 느껴졌다. 


 제주에서 카페나 식당에 가면 부모님이 일을 마칠 때까지 그냥 핸드폰만 보면서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이 보여 안타까웠는데 그런 아이들과 다른 출발선에 서있다는 게 느껴졌다.


 실내는 크지 않아 전시된 그림들을 보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만큼이나 개성 있고 재밌는 그림들이 많았다. 어린 나이에 이런 재능이라니 사인이라도 미리 받아놔야 할 텐데....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한번 더 뒤 돌아보게 된다. 조금 전까지 들리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좋다는 말로도 부족한 하루의 마무리를 하게 해 준 이곳이 더 잘됐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 더 잘되고.




아름다운 하루였다.








         

작가의 이전글 90년생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