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초보 일꾼입니다.

나의 직업(1)

by GZ양


저는 쇠를 깎고요, 글도 깎아요. 가끔요.

나의 직업은 철공쟁이, 옛사람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요즘 말로는 오퍼레이션 혹은 엔지니어.

사실 글도 초보, 일도 초보인데 써도 될런지? 뭔가 조심스럽다.

조금 내 이야기를 하자면, 물류 관련 일을 7년 정도 했었다.
한계가 느껴졌다. 대 AI 시대의 흐름을 나는 따라가지 못했고, 금방 없어질 것 같았다.
'기술이나 배워봐'란 꾐에 넘어갔다.
몇 달간 교육을 받은 후 시작한 지금의 직업은 경력 2년 차의 생초보다.

어느 정도 프로그램을 짜서 일을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아직 어려운 부분은 스스로 해결할 실력이 아니다.
그래서 가장 간단한 외경 가공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가공 방법 중 가장 기초적인 건 황삭과 정삭이다.
황삭은 '황'급히, 빨리 깎는다.
정삭은 '정'확 하게 깎는다.
라고 생각하면 될까 싶다.

황삭 - 정확도보단 빠르게
정삭 - 마지막 다듬기, 빠르기보다 정확도

CNC 선반이라, 척이란 재료 받침대에 작업 재료를 고정하여 회전시킨다.
회전 속도, 툴 홀더의 이송 속도에 따라 작업물의 상태도 달라진다.

황삭은 한 번에 많이 절삭한다. 2~3mm 정도.
이송 속도는 빠르고, 회전 속도는 느리게 세팅한다.

정삭은 한 번에 0.2~0.5mm 사이로 적게 절삭한다.
이송 속도는 느리게, 회전 속도는 빠르게 세팅한다.


툴 홀더 입니다. 끝의 금색이 인서트 입니다.


작업 시 사용하는 건 ‘툴 홀더’라 불리는 공구다.

그리고 그 끝에 ‘인서트’라 불리는, 쇠를 깎아내는 공구를 체결한다.

재질에 따라, 작업에 따라 쓰이는 종류는 다르다.


인서트 끝의 칼날 직경(0.2mm~0.8mm)도 각각 다르고, 재질도 다르다.

보통 황삭 작업은 직경이 좀 큰 인서트를,

정삭 작업은 직경이 좀 작은 인서트를 사용한다.


두 가지 작업 중 더 중요한 건 정삭이다.

황삭은 치수에 대한 압박이나 깔끔해야 한다는 압박이 적다.

주로 가공하는 탄소강(S45C)의 경우, 절삭 시 발생하는 칩이 조각조각 나오기에 정삭보다 신경 쓸 게 적다.


정삭은 마지막 작업이다.

여기서 가공품의 치수가 정해지고, 표면의 조도(표면의 매끄러움)가 정해진다.

칩은 가느다란 실처럼 나온다.

그게 가공품에 같이 말리면서 긁힌 자국이 생기거나,

이송 속도, 회전 속도, 인서트의 상태에 따라 표면이 거칠게 나올 수도 있다.

황삭보다 더 따져야 할 게 많은 작업이다.


보통 내가 하는 작업물의 형상은 간단하다.

하지만 오차 범위는 보통 ±0.05mm 이내,

정밀한 건 ±0.01mm까지 요구한다.

그리고 그 간단한 형상의 가공품은 무섭고 두려워진다.

오차 범위가 넓은 복잡한 형상보다, 오차 범위가 좁은 간단한 형상이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더 꼼꼼하게 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건, 여태까지 치수 불량에 대한 클레임은 단 1건도 없었다.

그래서 간간이 본 거래처의 일이 아닌, 연습 삼아 부업 삼아 해보라며 외주를 받는 일이 조금씩 늘어난다.


물론 항상 평화롭게 일이 진행되진 않는다.

매번 하던 작업도 새롭게 시작하면 첫 가공 시 치수 오차는 항상 생긴다.

재료도 미세하게 크기 차이가 있기도 하고,

인서트의 칼날이 닳아 있는 차이,

온도의 차이 등등의 이유로 항상 다르다.


작은 실수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지는 현장이기도 하다.


2달쯤 일했을 때였다.

난 겁이 많아서 새로운 작업 실행 시 매번 시운전을 한다.

공구 보정값이나 재료 보정값을 놓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날은 ‘적응됐으니까 대충 하자. 그리고 쉬운 거니까’라는 생각에,

공구 보정값 조정을 깜빡했고, 공구가 빠르게 돌아가는 작업물에 그대로 충돌했다.


공구는 박살이 났고, 가공품도 부서졌다.

더군다나 박살 난 공구의 파편이 안전유리마저 박살 냈다.


호되지는 않았지만 꾸지람을 들었다.

“천천히 해라. 서두르다 실수하는 게 더 손해다.”


그래서 난 겁쟁이가 되었다.


외경 작업을 하다 보면, 쇠를 깎는 것과 글을 깎는 것도 비슷한 것 같다.

글도 황삭처럼 내 생각을 거칠게 늘어놓는다.

정삭처럼 다듬는다. 오탈자가 있나, 단어가 어울리나 등등...


나는 오늘도 쇠를 깎는다.

가끔 글자도 깎는다.

그렇게 초보 엔지니어의 시간은 깎여 나갈 것이다.



"틀린 부분이 있다면 지적 감사히 받겠습니다.

아직 배워야 할 게 많고, 제대로 알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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