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깎이의 짧은 단상

나의 직업(2)

by GZ양

일 재밌나?”
가끔씩 내게 묻는다.
“재미는 모르겠는데, 할만합니다.”
난 항상 이렇게 답한다.
“그럼 됐다.”

‘일이 재미가 있겠나? 그냥 하는 거지…’
항상 이렇게 마무리되는 패턴이다.

예전의 나는 물류 관련 일을 했었다.
까대기부터 시작해서, 자잘한 서류 관리, 입출고 관리, 중요도 낮은 재고품 관리, 그리고 간단한 수출 업무까지가 내 물류 인생의 전부였다.

이전에도 난 두어 번 이직을 했었다.
그리고 첫 출근을 했을 때, 항상
“어떤 일 하셨었어요?”라는 질문을 들었다.
그렇게 대화의 벽을 깎아내리는 게 나의 방식이었고,
일터에서 대화를 시작하는 보편적인 방법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의 직장에서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내가 뭘 했고,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차가운 쇳덩이 마냥 나를 대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그냥 ‘여기 같이 있다.’
그걸로 충분했던 건가 싶기도 했다.

새로운 일을 하는 터라 아는 게 없었다.
그래서 질문할 게 없었다.
가끔 가공품을 찬찬히 바라보거나
공정 과정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려 했을 뿐…
그렇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조용히,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어느샌가 투명했던 내 머리에 회색빛 철가루가 스며들면서
내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거 어떻게 해요?”
“이거 왜 이렇게 해요?”
그렇게 말문이 트였다.

나의 작은 열정에 그들은 최대한의 설명을 해주었다.
빨갛게 달아오른 쇳덩이처럼,
그들의 열정은 부담스러우면서도 따뜻했다.
그리고 나의 쇳덩이도,
조금씩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일 재미있나?”
아직까지 재미는 모르겠다.
그저 ‘까라면 까는’ 수준이니까.

철공쟁이들은 차갑다.
아니, 차가워 보인다.
쇳덩이는 금방 달아오르지 않는다.
천천히 달아오른다.
사람에게도, 천천히 다가온다.

하지만, 뜨겁다. 오래간다.
내가 가진 팍팍하고 차가운 철공쟁이들에 대한 편견이
서서히 녹아내린다.

나도 언젠가,
달아오른 쇳덩이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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