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는 우리 둘 모두에게 닿았는데,
당신은 그 안에 머물고, 나는 그 바깥을 서성였던
그날 이었지.
당신과 함께 가고 싶었던 식당을 갔고,
당신이 제법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한 손에 들고
끝없이 펄쳐진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걸었어.
그렇게 부서지는 파도소릴 들으며
우린 아무 말 없이 한 참을 걸었어.
그러다, 너는 긴 적막을 깨고 한 마딜 했지
나의 눈 빛이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같다고,
사랑으로 도저히 채워지지 않을 것만 같은.
나는 서둘러 반문했어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아, 그리고 당신이 너무 나도 좋아"라고 말이지
마치 미리 답을 적어 놓고 그대로 읊는 바보 처럼 말이야.
그 거릴 혼자 걷고 있는, 지금
네가 했던 말들은
정처 없이 내 마음속을 해집고 다녀.
그날,
사랑하는 사람 눈에 비친
공허함을 마주한 당신은,
어땠을까.
사실 지금도 가늠이 안 돼.
내 가슴 속 떼어지지 않는 응어리는
아무리 토해내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어.
우린, 같은 곳을 바라봤지만
같은 곳으로는 향하고 있진 않았겠지, 아마도.
어두운 가로등 아래,
바다의 짠 공기,
한여름의 습기 조차 우릴 진득하게 만들지 못했던 그 밤.
우리는 어떤 사랑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