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텃밭 교육 원칙
하나, 아이들 모두와 함께 한다.
둘, 과정과 결과 모두를 교육의 영역으로 가져온다.
셋, 땀 흘려 얻게 된 수확물은 모두 함께 누린다.
올해 특수반 선옥샘과 함께 학교 텃밭을 일구게 되면서, 몇 년 간 해오던 '재배 키트 벼농사'는 '다라이 벼농사'로 발전하게 되었다. 혼자라면 엄두도 못냈을 일을 함께 하니 가능했다. 선옥샘은 나의 텃밭교육에 둘레를 파주고, 거름을 주었다.
재배 키트 벼농사는 간단하다. 키트(볍씨, 흙, 비료, 수경 화분 세트)를 모둠 수만큼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아이들과 함께 과학 실험 수업하듯 설명서대로 따라 하면 된다. 반면, 다라이 벼농사는 조금 까다롭다. 붉은 다라이 규격, 개수를 텃밭 크기를 가늠해 구입해야 하고, 수도용상토도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육묘 구하기가 관건인데, 벼농사를 하시는 선옥샘 친척분 덕분에 해결되었다. 늦봄, 선옥샘은 특수반 아이들과 붉은 다라이 통에 모내기를 했고, 우리 반 아이들은 물 관리를 했다.
푸릇푸릇한 벼를 볼 때는 마냥 좋았지만, 벼가 노랗게 익어갈수록 슬슬 생각이 많아졌다. 수확과 그 이후 이어져야 할 일들에 대해. 재배키트 시절에는 수경 화분 다섯 개의 벼들을 다 잘라내도 한 줌밖에 되지 않아 간편했다. 손으로 나락들을 쭉 훑어내 새들이 지나가는 텃밭 길목에 던져주고, 남은 줄기들은 볏짚으로 말려 이듬해 텃밭 멀칭으로 사용하면 끝. 그런데 다라이 벼농사는 규모가 커졌다. 수확은 어떻게 할까? 수확하고 나서 뭘 하지?
12월, 더 늦출 수 없어 아이들과 텃밭에 나갔다.
"얘들아, 너희 벼 까기 놀이할래? 올 겨울 배고플 새들에게 모이로 주자."
"놀이가 일이 될 수도 있어. 대신 선생님이 새참으로 배추 전 만들어줄게. "
아이들과 텃밭에서 벼도 베고 볏짚도 주웠다. 한 해 동안 가장 고생한 텃밭지기들에게는 직접 배추를 뽑을 수 있는 특전도 주었다.
실과실 책상에 두런두런 앉아 아이들은 열심히 나락을 깠다. 개수대에서 배추를 씻고 있으니, 손이 바지런한 찬양이와 민준이가 다가와 기웃기웃거렸다. 보조 요리사로 임명을 하니, 자기들은 나락까지 않아도 된다며 기뻐 방방 뛰었다. 배추에 부침가루 반죽을 입히고 전을 지지며
"제일 많이 깐 모둠 먼저 주마."
말하자마자 우리 반 쎈 언니, 주아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민이, 지호. 너희 그만 좀 돌아다녀! 이리 와 빨리 일 안 해?"
"벼 나락 까다가 나락 가는 수가 있어!"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고 나니, 어느새 아이들 그릇에도 쌀이 수북이 쌓였다. 뒷정리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시를 썼다.
집에 돌아와 학교 텃밭 옆, 왕벚나무에 걸어놓을 작은 새집 하나를 인터넷으로 구입했다. 새 모이칸이 딸려있는 나무 새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