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공이들!
이 시각이면, 평소에 과제를 확인하고 있을 시각이어서 그런지, 오늘은 여러분이 등교를 해서 과제 확인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선생님은 습관적으로 노트북을 켜고 클래스팅에 들어왔어요.
ZOOM에서 자주 만나서인지, 오늘 여러분을 두 달 만에 만나는 건데, 선생님은 마치 이공이들을 어제 교실에서 보고, 오늘 또 보는 것 같이 익숙한 기분이었습니다.
오늘 많은 일을 했네요. 학급 임원선거, 식물 심기, 영어 교과, 극작 게임 극본 쓰기 준비활동까지, 그래서인지 과제 확인을 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오늘 하교 시간이 많이 늦어졌어요. 혹시 학원 늦은 친구들은 없는지(1시에 학원가는 친구들이 그렇게 많은지 깜짝 놀랐다는) 다음에는 12시 40분은 안 넘도록 선생님도 노력할게요.
황금알이 10개가 다 채워지지 않았지만, 오늘은 선생님 생일이어서 아이스크림을 사준 거예요. 그냥 사주고 싶었어요. 황금알 10개가 채워지면 우리 반 함께 무얼 할까요?
오늘 여러분들이 도란도란 앉아서 식물 심기를 하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어요. 가장 코로나스럽지 않은 교실 풍경이었다고나 할까요?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 6학년인 여러분들과 이런저런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은데 시간은 참 빨리 흘러갑니다.
황금알 10개가 채워지면 무얼 할지,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건의해주세요.
그런데, 몇몇 친구들이 아이스크림을 싫어해서인지,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 소심한 선생님은 오늘 또 상처를 받았습니다. ㅡㅡ^ 물론 10분 만에 상처를 다시 씻어냈지만요. ^^
슬기로운 6학년 담임 생활을 하려면, 상처를 받아도 꿋꿋이 이겨낼 줄 알아야 해요. 작년부터 '씩씩이샘'이라는 별칭을 쓰고 있는데, 다 이유가 있어 그런 별칭을 정한 거랍니다. '씩씩해지자.' '씩씩해지자.'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있죠.
작년 겨울에 선생님은 아주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교사의 삶을 산지 14년이 되었는데, 가장 힘든 시기. 우리 반이었던 한 학생으로 인해, 잠시 교사의 삶을 쉬어야겠다는, 학교를 잠시 떠나 있어야겠다 생각을 먹었을 만큼 큰 시련을 겪었어요. 그렇게 마음을 먹고, 학교에 며칠 가지 못하고 있을 때, 다른 강사 선생님이 오셔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을 때, 우리 반 몇몇 아이들에게서 온 카톡.
'우리 졸업할 때까지 선생님이 우리 선생님이었으면 좋겠어요. 꼭 돌아오세요.'
그 카톡을 보고 마음이 얼마나 먹먹했는지. 밤새 베갯잇을 적시며 밤을 보냈네요. (선생님이 여러분에게 별 얘기를 다 합니다;;) 그리고 씩씩하게 다시 돌아가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렇게 가까스로 작년 아이들을 졸업시키고.
선생님은 다시 용기를 내어 6학년을 또 지원했어요. 6학년 아이들 중에는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이 많아서, 선생님들 중에서도 마음이 씩씩한 선생님들만 6학년을 가르칠 수 있거든요. 선생님은 씩씩해지고 싶었습니다. 작년 그런 일을 겪지 않았다면, 선생님은 6학년을 또 지원하진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이공이들을 만났어요. 하나를 가르쳐주면, 둘, 셋의 결과를 내놓는 여러분들을 보는 게 얼마나 좋았던지요. '선생님이 무슨 복이 많아서 여러분과 같은 아이들을 만났을까요?' 하던 말이 거짓말이 아니에요. 그리고 여러분의 선생님이 되어, 선생님도 교사의 삶을 많이 회복하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오늘 작년 6학년 제자였던 하은이에게 손편지를 받았습니다. 선생님에게 카톡을 보내며 응원을 해주었던 아이들 가운데 한 명이었어요.
손 편지에는 선생님과 '시' 공부를 했던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작년에 '시가 있는 목요일'이라고 이름 붙이고 목요일 국어시간마다 20분씩 반 아이들과 시를 외웠어요.
그때 하은이는 한번도 시를 외우지 않았습니다. 츄파춥스 사탕을 받는 것도, 스티커를 받는 것도, 교실에서 맛있는 것을 사다 먹는 보상 선물도...하은이가 시를 외우게 만들 수는 없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앞에 나와 시를 외우는 것을 보고만 있었어요. 그런 하은이가 선생님에게 보낸 편지에 '시' 이야기를 가득 썼습니다.
이 편지를 받고, 선생님은 결심한 게 있어요. 사회 구글어스 프로젝트가 모두 끝나면, 11월이 되면, 겨울을 맞이 하기 전, 여러분과 함께 시 공부를 해야겠다고요.
(으악~~'시'라고요?! )라고 얘기할 이공이들이 눈 앞에 선합니다.
네! '시'입니다.
선생님은 여러분들의 입술에 '시'를 담아 주고 싶습니다. 코로나가 지나가는 이 삭막하고 거친 세상을 걷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시'를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내일 9시 ZOOM에서 만나요!
우리 반 아이들에게 가끔 편지를 씁니다. 온라인 학급 '클래스팅'에서요.
아이들에게 내 마음을 말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글을 썼습니다.
기록해 오래 오래 다시 꺼내보고 싶어, 이 곳에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