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도, 이 수업은 정말 험난했다. '폭망으로 끝날 뻔했던' 수업을 나와 이공이들의 인내로 가까스로 '험난했던' 수업으로 한 단계 건져 올렸다. 실패를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수업의 전 과정을 자세히 기록한다. 다음에는 '낚싯대'로 대어를 잡고 말 것이다.
아들에게 구글어스 기본 사용법을 배우고 난 후, 유튜브에서 더 검색해봤다. 그러다 발견한 '프로젝트 기능'. 외국 영상이었지만, 친절한 예시 영상 덕분에 이해하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구글 프로젝트는 디지털 지도를 활용하는 '프레젠테이션'이다. 각 장을 슬라이드 형식으로 할지, 지도 형식으로 할지 선택할 수 있는데, 슬라이드 형식은 PPT처럼 글/그림을 넣는 것이고, 지도 형식은 구글맵/3D(2D) 스트리트뷰 등을 넣는 것이다.
슬라이드 만들기
구글어스 프로젝트는 구글 문서처럼 공유를 해 다른 사람과 협업할 수 있다. 단, 구글 계정이 있어야 한다. 구글어스 위치 찾기나 스트리트뷰는 구글 계정이 없어도 크롬 검색 창에 '구글어스'를 입력해 나오는 창으로 얼마든지 작업할 수 있지만, 프로젝트는 그렇지 않다. 구글어스 프로젝트를 만들려면 구글 계정에 로그인한 후 자신의 드라이브에서 작업해야 한다.
영상을 본 후, 사회교과서를 펼쳤다. 사회책 23쪽 '각 대륙에 위치한 나라 살펴보기' 발견!
'짝과 함께 나라를 선택해 조사 발표를 하면 딱이겠는걸?'
퍼즐이 하나씩 맞추어지는 기분이었다.
우리 반 아이들 모두 구글 계정이 있다. 아니 있을 것이다. 아직도 만들지 않았다면 부모님 계정을 이용하면 된다.
<수업 전 준비>
1. 프로젝트 샘플 만들기
내 구글 드라이브의 구글어스에 들어가 프로젝트 하나를 샘플로 만들었다. 프로젝트 제목은 '( ) 소개하기'. 괄호 안은 아이들이 짝과 함께 조사하고 싶은 나라 이름을 넣으면 된다. 물론 얼마든지 제목은 바꿀 수 있다. 쿠바를 조사하고 싶다면, '쿠바 소개하기'도 좋고 ' 탱고의 나라, 쿠바로 떠나볼까요?'도 좋다.
6개 슬라이드를 만들고 슬라이드 제목도 입력했다. 1. 우리가 선택한 나라 2. 위치한 대륙 3. 위도와 경도 범위 4. 주변에 있는 대양 5. 주변에 있는 나라 6. 우리가 정한 주제
슬라이드를 6개 만들었지만, 재량껏 사이사이에 디지털 지도를 넣으면 10~12개 슬라이드를 만들 수 있다. 내가 골격을 만들었으니, 아이들이 내용만 찾아서 가득 채우면 된다.
2. 프로젝트 사본 만들기
프로젝트 샘플을 '프로젝트 복사' 기능을 이용해 10개 더 만들었다. 그리고 공유 가능하게 만들어 링크 주소를 패들렛에 올렸다.
첫 번째, 두 번째 그림: 프로젝트 복사하기 / 세 번째 그림: 프로젝트 공유하기
3. 학생용 팜플렛 만들기
'구글 프로젝트 만들기'과 '공유하기' 방법에 관한 학생용 설명자료를 패들렛에 올렸다. 그림판과 한글 파일을 이용해 직접 제작했다. 이해가 느린 아이들을 위해.
학생용 팜플렛
자,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정말 많은 시간을 들여 준비를 했다.'아이들이 얼마나 재미있어할까?' 꿈꾸며.
그러나 그건 단지 꿈에 불과했다는 것을 다음 날 알게 되었다.
"얘들아. 오늘은 선생님이 새로운 에듀테크 하나를 알려줄 거야. 사회책 23쪽 탐구활동을 구글어스 프로젝트로 해보려고 해. 우선 모둠별로 대륙 하나씩 정할까?"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이렇게 오대륙. 한 모둠이 한 대륙씩 맡고, 그 안에서 원하는 나라를 정하게 할 생각이었다. 알아서 골고루 맡아주면 좋으련만,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는 서로 하려 했지만,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는 찬밥 신세였다. 결국 우리의 쥐돌이 등장. 먼저 뽑힌 모둠부터 원하는 대륙을 맡게 했다. 정신신호등 모둠은 아시아, 조이모둠은 아메리카, 우정의 은인 모둠은 유럽, 양양모둠은 오세아니아, 마지막 이모둠이 아프리카를 맡았다.
첫 수업은 모둠별로 대륙 정하기, 모둠 안에서 둘씩 짝 정하기, 나라 정하기, '구글어스 프로젝트 만들기/공유하기' 사용법 배우기로 마무리했다.
다음 수업 때 할 일은 ZOOM 소회의실에서 짝과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기 그리고 발표하기.
다음 수업 전까지 내 계획의 오류를 발견했으면 좋았으련만. 미처 깨닫지 못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드라이브에서 10개 프로젝트 작업을 동시에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네트워크 트래픽 때문에. 각자 구글 계정이 있는 아이들에게 지난 수업 때 구글어스 프로젝트 만들기, 공유하기까지 다 가르쳐놓고, 왜 내 드라이브 안에서만 놀게 했을까? 아이들 스스로 자기 계정으로 프로젝트를 만들게 하고, 그 프로젝트를 짝과 공유해서 함께 작업하게 했으면 되었을 것을. 아이들과 바다낚시를 가기로 약속하고 낚싯대도 구입해주고, 낚시하는 방법도 다 가르쳐 놓고, 막상 떠나려하니 겁이 나 바다가 아닌, 가까운 청계천 같은 곳에 아이들을 풀어놓은격이라고나 할까?
'얘들아, 낚싯대 가져왔지? 물고기 좀 잡아봐. 단, 내 눈에서 벗어나면 안돼!'
9월 25일 수업일지
내 계정으로 만든 10개의 프로젝트 링크 주소를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10개 ZOOM 소회의실로 뿔뿔이 흩어지게 했다.
그러나 5분도 채 가지 않아, 아이들이 계속 나를 찾았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이 방 갔다가 저 방 갔다가 들락날락.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어이쿠. 아이들 소회의실 활동 때 여유 좀 부려보려 홍루이젠 샌드위치도 사오고, 커피도 끓여놨는데...뭐야, 한 입도 못 떼었잖아.'
이 날 내가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한 말
'그래. 화나겠네. 그래도 욕은 하지 말자.'
물론 사랑스러운 나의 이공이들이 수업 시간에, 내가 없는 소회의실에서라도 욕 같은 건 절대 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안다. 머리끝까지 혈압이 오른 아이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농담 삼아 던진 말이었다.
험난했던 장면 1 : 선생님, 구글어스에 들어가지지가 않아요.
"선생님, 구글 어스에 들어가지지가 않아요."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아니라 크롬에서 연거 맞지?"
"네."
"화면 공유해봐. 왜 그런지 보자."
"혹시 어머니가 컴퓨터에 '사이트 차단 프로그램' 같은 것 깔아놓으셨니?"
"아마 그럴걸요?"
"그럼 부모님 계정으로 들어가 볼래?"
"부모님 계정으로 들어가도 똑같은데요."
이 장면의 주인공은 두 팀. 아, 내 손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부모님이 컴퓨터에 깔아놓으신 위해 사이트 차단 프로그램 때문에 구글어스에 접근 조차할 수 없으니. 그럼 예전 구글어스 수업은 어떻게 했던 걸까? 지금도 알 수가 없다.
험난했던 장면 2 : 선생님, 구글어스에 들어갔는데요. 작동이 안 돼요.
"선생님, 구글어스에 들어갔는데요. 작동이 안 돼요. 이상한 화면만 나와요."
"지금 쓰고 있는 컴퓨터 사양이 오래된 거니?"
"아니요. 아빠가 저번 주에 사주신 노트북으로 하는 건데요."
"화면 공유 좀 해줄래?"
"선생님, 어떻게 해요?"
"이번 시간에 못하면 어떻게 되는거예요?"
" OO야. 괜찮아. 욕만 안하면 돼."
"네?"
이 장면의 주인공은 네 팀. 아, 이건 내 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전형적인 네트워크 트래픽 문제였으까. 내 드라이브에서 아이들이 동시 작업을 하니, 구글 드라이브가 못 버틴 것이다.
"내가 만들어준 프로젝트를 버려. 네 드라이브에서 네가 직접 만들어 다시 시작해 보렴. 모르겠으면 팜플렛을 봐."
하면 되었을 것을. 그땐 몰랐다.
결국 10팀 중에 4팀만이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마쳤다. 6팀은 인내심과 싸우며 수업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럼 4팀은 어떻게 성공하게 되었을까? 두 가지 이유였다. 하나는 스스로 살 길을 찾아 떠난 것. 다른 하나는 운이 좋았던 것. 그 아이들은 내가 만들어준 프로젝트를 버리고,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어느 그룹이나 이렇게 앞서가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트래픽에서 용케 살아남았다. 살다보면 이렇게 운이 따르기도 한다.
소회의실에 있던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돌아온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고된 노동을 한 것처럼 다들 지쳐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아우성들이었다.
"우리 하나도 못했어요."
"어떻게 해요!"
"선생님, 너무 힘들었어요."
너흰 순례자들이야.
"음. 너희들에게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너흰 꼭 순례자들 같아."
"네? 순례자요?"
"그게 뭔 뜻이에요?"
"음. 선구자 같은 거야."
"선구자가 뭐예요?"
"나중에 사전 찾아봐."
"선생님 이 수업 처음 해본다. 그래서 준비를 많이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었네. '이렇게 하세요'하고 누가 가르쳐주면 좋았을 텐데, 물어볼 데가 없더라구."
"너희들 덕분에 실패의 원인을 알 것 같아. 다음에 수업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알겠어. 그런데 너희들을 너무 고생시켰네."
"혹시 내년에 선생님이 이 수업을 또 하게 된다면, 그때 아이들에게 꼭 얘기해줄게. 너흰 선배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아! 선생님, 너무 해요."
"순례자 같은 거 싫어요."
그땐 농담으로 웃으며 이야기했는데, 글을 쓰는 지금 코 끝이 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손으로 대어를 잡은 청출어람 아이들의 빛나는 작품 하나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