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주하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농 Jan 02. 2021

이공이들에게 5

수호믈린스키와 30호에 관하여

안녕, 이공이들!


방학이 되고 맞는 첫 주말, 잘 보내고 있나요? 벌써 이공이들의 일곱 편의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귤, 사과, 칼림바, 송구영신 예배, 선물, 일출, 고양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 글을 썼네요. 삶이 곧 글쓰기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모든 것들이 좋은 글 소재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국어시간 선생님 말투 ;;) 여러분의 글을 읽는 재미가 소소하답니다.


선생님이 요즘 누리고 있는 기쁨 두 가지에 대해 얘기할게요.


기쁨 하나, '바실리 수호믈린스키,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빛나야 한다' 책.


작년 봄에 산 책인데, 읽을 시간이 없어 책꽂이에 꽂아놨다가 어제 드디어 책을 꺼내어 읽었습니다. 한울림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에요. 바실리 수호믈린스키는 구소련 교육자로 파블리시 학교에서 23년간 교장과 교사를 하신 분이에요.


선생님이 이 책을 꺼내 읽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바실리 수호믈린스키, 이 분이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교육자 중에 한 분이시라는 것을. '1950년대 사회주의 국가, 소련에서 이런 교육자가 있었구나.'

정말 놀랐어요. 지금 혁신 교육에서 추구하고 있는 교육 사상을 낳은 아버지 같은 분.


독일과 소련과의 전쟁으로 얼룩졌던 시대에, 사회주의 체제로 인해 개인보다 집단의 가치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던 소련에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소중함을 알며 교육 이상을 실현하며 치열하게 살아갔습니다. 그의 삶과 연구는 씨앗이 되었고, 지금 21세기에도 전 세계의 많은 곳에서 열매를 맺어가고 있어요.


읽다가 수많은 구절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그중에 하나.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어떤 사람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빛나야 한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별들이 하늘에서 빛나는 것처럼."

바실리 수호믈린스키, 선생님은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이름을, 그의 책을. 어릴 적 학교 소풍에서 보물 찾기에서 '보물'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읽다가 책을 꼭 안아주었습니다.


기쁨 둘, jtbc 싱어게인 30호 가수


30호 이승윤, jtbc

6회 그의 무대를 보고, 심사위원 전원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것처럼, 선생님도 신선한 충격에 빠졌습니다. 심사위원에게 잘 보이고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오디션 장에서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버리는 것을 보고, 심사위원 유희열이 "저 녀석, 뭐하는 녀석이지?" 말했던 것처럼 선생님도 30호가 뭐하던 얘인지 정말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도 '덕질'이 시작된 걸까요? 열심히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다 그가 약 10년 동안 꾸준히 음악활동을 하던 사람이라는 것, 

 '사랑'보다는 사람', '사회', '우주'... 이런 것에 대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는 것, 세월호의 슬픔을 노래한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선생님이 가장 존경하는 목회자인 이재철 목사님 셋째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선생님이 크리스천이라는 것을 여러분들이 아는지 모르겠어요. 이재철 목사님은 한국 교회에서 영향력 있는 목회자 가운데 한 분이에요. 비유하자면, 한국 교회의 김구 선생님이라고나 할까요? 교회 건물을 소유하지 않고 목회를 하신 분, 10년 목사 담임 임기제를 만들어 기한이 되면 미련 없이 떠나신 분, 무기명 헌금, 헌금의 절반은 세상 구제에 사용한다는 원칙을 지키신 분, 원로 목사직과 전별금을 거절하고 지금은 거창군에 낙향해서 사시는 분.


선생님이 다니던 교회에 환멸을 느끼고, 교회를 떠날 때마다 교회는 떠날지언정, 하나님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분의 삶, 그분의 설교와 그분의 책 덕분이었습니다. 30호가 그분의 아들이라니요! 명치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다시 30호 가수로 돌아와서...


많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 해왔네요. 유튜브를 보니 그가 선 곳은 작은 무대들입니다. 홍대 언플러그드 카페도 보이고, 길거리 버스킹 하는 것도 보이네요. 15만 원짜리 음향 시설로 방구석에서 녹음했다던 음원들도 올라와 있네요.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 그래도 노래를 불러서 먹고사는 것이 소망'이라는 인터뷰 영상도 있습니다.


그런 그가 63호와 우열을 가릴 수 없게 '심사위원들을 패배자로 만들겠다' 고 선전포고를 하고, 이효리의 Chitty chitty bang bang을, 심사위원들, 시청자들 모두에게 낯선 음악으로 바꾸어버리고 낯선 무대를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리고 63호에게 패배했습니다.


사진 출처 :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물론 여차여차 다시 합격이 될 것 같아요. 12월 넷째주 화제 인물 중에 1위를 차지한 30호, 이승윤을 jtbc가 떨어뜨릴 일은 없겠지요.)


그래, 그게 무슨 상관이야? Going on!


선생님은 작년 2020년에 많은 도전을 했습니다. 8월 처음으로 출판사에 원고도 투고해보고, 8월, 11월 처음으로 두 차례의 연구대회에 도전해보고, 12월 서울시교육청에서 뽑는 에듀테크 선도교사도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모두 떨어졌습니다. 4개의 도전을 했는데, 모두 낙방. 뭐 하나라도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30호 가수의 Chitty chitty bang bang 영상 속 가사가 선생님에게 묻습니다.


너의 말이 그냥 나는 웃긴다
너의 말이 그냥 나는 웃긴다
너의 말이 그냥 나는 웃긴다
그냥 그냥 나는 나는 웃긴다
그 누구도 내게 간섭마
다 똑같은 말도 하지마
여긴 나 만의 것 Its my world
더 이상 이젠 나를 찾지마
안간힘을 쓰고 있잖아
걱정따윈 필요 없어 난
어차피 나는 혼자
떠드는 네 숨만 차
그냥 모른척 지나가줘
쉬지않고 난 계속 달려가
겁내지 말고 나를 따라와
조금 더 높이 날아가
I can make you want me so what
누구보다 나를 더 믿는걸
못이기는 척 나를 따라와
Gonna be the one that I want
Chitty Chitty Bang Bang
Chitty Chitty Bang Bang

'그래, 그게 무슨 상관이야?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내가 가르쳐야 하는 아이들이 있고, 아직도 읽고 배워야 할 책들이 내 앞에 놓여 있고, 그리고 2021년이 새롭게 다가오고 있는데.'

'해왔던 대로 Going on!'


PS '내가 살아있음을 알리는 두 편의 글쓰기' 겨울방학 과제 내주었죠? 선생님도 한 편 썼으니, 이제 한 편 남았습니다. 여러분도 어서어서 올려주세요.



우리 반 아이들에게 가끔 편지를 씁니다. 온라인 학급 '클래스팅'에서요.

아이들에게 내 마음을 말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글을 썼습니다.

기록해 오래오래 다시 꺼내보고 싶어, 이 곳에 남깁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공이들에게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