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일은 누가 해야 하는가?

나는 공립학교 교사입니다.

by 예농

나는 현재 두 개의 공동체에 몸담고 있다.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 선택한 공동육아 협동조합과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직장, 모 초등학교. 올해 교사로 15년차, 공동육아 협동조합 조합원으로서 4년차이다. 오로지 교사로 살았던 때는 잘 보이지 않던 학교 안의 불합리한 요소들이 조합원의 눈으로 바라보니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내 머릿 속에 물음표가 생겼다.

'학교는 왜 협동조합처럼 운영될 수는 없는걸까?'


모래알처럼 한 줌 한 줌 빠져나갔다. 나의 3월이.


1학년 부장과 안전교육부장인 내게 3월은 고역이었다. 아이들과의 설레는 첫 만남, 1년 학급살이를 튼튼하게 짜기 위한 아이들과의 팽팽한 밀당, 학급 세우기의 보람으로 가득 차야 했을 3월 한 달. 그 한 달 동안 나는 학교 업무를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보냈다. 1학년 입학식, 1학년 학부모연수 및 학부모 총회 준비, 구청 교통과에서 날아오는 공문 보고, 갖가지 안전교육 신청, 학운위 심의와 교육청 보고를 위한 학교안전교육계획 수립. 특히 학교안전교육계획을 완성하기 위해서 2주간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 기간 동안 매일 2시간 넘은 초과근무를 했다. 작년과 달라진 학교 보안관 선생님들의 근무시간 기록, 학교 대피도를 새롭게 만드는 작업, 전교 학생들의 안전교육 시수와 내용 보고... 이런 작업까지는 어찌어찌 이해할 수 있었으나, 학교 전체에 배치된 소화기 개수를 조사해 기록해야 할 때는 내가 왜 이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 이 작업을 하고 있는지 자괴감이 밀려왔다.

'내일 우리반 아이들과의 수업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는데....'

저소득층 복지 업무 담당 부장, 학교 돌봄, 방과후수업 담당 부장, 학교폭력 담당 부장...기타 많은 부장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수두룩 했겠지, 혹은 앞으로 하겠지. 그렇게 3월을 지나며, 교사로서 내 영혼이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었다.


3월 끝무렵 어느 날, 아이들은 집에 가고 비뚤어진 아이들 책상 줄을 고르게 맞추고 아이들이 책상에 놓고 간 것들을 서랍 속에 넣으며 교실 정리를 하고 있을 때, 발견한 민정이 책상 위의 보물들. 3월 첫 주 함께 만든 삼각 이름표, 그 안에 민정이는 갖가지 것들을 숨겨놓고 있었다. 그동안 칭찬 보상으로 받은 듯한 하리보, 담라 젤리, 츕파춥스 사탕... 그리고 점심시간 운동장 놀이 시간에 주운 듯한 작은 열매들.

'다른 아이들이 가져가면 어쩌려고.'

'이런 과자류를 안 좋아하나?'

생각했다가 민정이를 떠올려보니 생각이 정리되었다.

'먹고 싶은데도 집에 가져가지 않고 꾹꾹 참고 모아두었구나.'

그동안 내가 보아온 민정이는 그랬을 것 같았다. 기억하고 싶어 사진을 찍었다. 그러는 사이, 그동안 빠져나갔던 내 영혼이 조금 채워짐을 느꼈다.


몇 년 전 겨울, 학교로 가는 차 안에서 강쌤이 내게 말했다.

"교사는 자기 컨디션 관리를 잘해야 해. 나는 다음 날 만나야 할 우리 반 아이들을 위해 항상 일찍 자. 내가 일에 치이고 피곤하면 아이들에게 잘못하게 돼. 참을 수 있는 일들을 그러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화를 내게 되지. 방학 때마다 온갖 연수를 줄줄이 듣고 다니며, NEIS 연수 기록 난을 한 줄 한 줄 채워가면 뭐해? 내 반 아이들에게 친절하지 못한 교사라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어? 우린 최상의 컨디션에서 아이들을 맞이하고 가르쳐야 해."


내년에는 반드시 이 부장직을 때려치우리라.




그럼 학교의 일은 누가 해야 하는가?


교사의 본연의 업무는 수업과 학생지도와 같이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는 교육기관이자 행정기관이므로 누군가 해치워야 할 일들이 산적해있다. 수직선을 그어 양쪽 끝에 하나는 교육 업무, 하나는 행정 업무라 적고 학교의 모든 업무를 수직선 위에 좌표로 찍어본다면, 그리고 그 업무 좌표 밑에, 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 부장인지, 일반교사인지, 행정실 직원인지, 공무직 실무사인지 적어본다면, 그 학교가 학생과 교사에게 '좋은 학교'인지 그렇지 않은 학교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작년 12월, 울산교육청이 모든 학교에 교무행정전담팀을 의무화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기사 내용은 학교업무정상화를 위해 울산교육청에서 다음과 같은 사업(△학교교육계획 수립 간소화 △학교업무정보나눔터 운영 △단위학교 업무프로스 개발·제공 △전 학교 교무행정전담팀 구성·운영 △민주적인 회의문화 조성 △전문적 학습공동체 운영 △학교업무정상화 인식개선 및 역량 강화 △학교업무정상화지원단 구성·운영 등 9개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그동안 해오던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전 학교 교무행정전담팀 구성·운영'이 눈에 띄었다. 전 학교란다. 모든 학교! 교무행정전담팀은 교감, 업무부장, 공무직 실무사로 꾸려지고, 학교의 교무행정을 전담한다. 그리고 일반교사들은 학생을 교육하는 일만 담당하게 된다. 아, 정말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울산교육청의 이러한 시도가 꼭 성공하길 바란다.


한때는 대안이었던 교무행정전담팀이 지금은 왜 용두사미가 되었을까?

교무행정전담팀은 서울에서도 혁신학교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추진되다가 지금은 많이 흐지부지된 상태다. '서울은 왜 이렇게 와해되었을까?' 한 때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내가 내린 결론은 1) 업무부장과 일반교사와의 다른 입장 차이 2) 학교마다 다른 교감과 공무직 실무사들의 역량과 태도 차이 3) 현 승진제도와 급여 문제 때문이다.


첫째, 업무부장과 일반교사와의 다른 입장 차이. 업무부장도 일반교사처럼 학생들을 가르치며 학교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 그러려면 업무부장의 수업시수를 줄여야 하는데 줄어든 수업시수는 고스란히 일반교사가 떠맡게 된다. 그 일반교사 중에는 수업을 더 많이 하는 것보다 차라리 업무를 맡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학교 업무는 업무 곤란도에 따라 상·중·하로 나뉜다. 아무래도 경력이 짧은 젊은 교사들이 대부분 '상' 업무를 맡게 되니, 자신은 '중' 혹은 '하' 업무를 맡는 대다수의 교사들은 그런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많다. 제국의 논리이다.

게다가 해가 갈수록 초등교사가 담당하는 수업시수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이다. 담임교사 외에 상담교사, 진로교사, 사서교사, 보건교사, 영양교사... 학교에는 수업시수와는 다소 거리가 먼 많은 교사들이 존재하는데, 이들 모두가 초등교사 통계에 잡힌다. 통계를 보면 교사는 늘어나고 있으니 수업 시수도 그에 맞게 조금씩 줄어들어야 맞는데, 학교 현장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둘째, 학교마다 다른 교감과 공무직 실무사들의 역량과 태도 차이. 학교마다 교감과 공무직 실무사들의 풍경이 너무 다르다. 교무행정전담팀의 리더인 교감과 실질적인 일을 담당해야 하는 공무직 실무사들이 어떠냐에 따라 학교 업무 분담은 달라진다. 교감이 교장이 되는 승진 시스템에 교감이 실질적인 학교 업무를 얼마나 담당하고 있는지, 일반교사들이 수업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게 교무행정전담팀을 잘 진두지휘하고 있는지, 학교 불필요한 업무들을 없애가고 있는지 그에 대한 일반교사들의 평가를 고스란히 반영한다면 좀더 나아지지 않을까? 그렇지만 승진 시스템을 바꾸기는 정말 쉽지 않다.

공무직 실무사는 어떠한가? 지금은 공무직 실무사들을 정식 전형으로 채용하고 있지만, 공무직 실무사들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처음 공무직 실무사들이 학교에 들어올 때, 채용에서 투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보수나 근무 조건도 지금처럼 좋지 않았다.

전 근무학교에서는 실무사가 교무실의 상전이었다. 교감선생님도 그분을 지휘하려 하지 않았는데,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교사가 담당해야 했다. 지금 근무학교 실무사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학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도 여전히 불균형이 존재한다. 교무 실무사, 행정 실무사, 전산 실무사, 사서 실무사, 과학 실무사, 특수 실무사...우리 학교에도 이렇듯 많은 공무직 실무사들이 있는데, 누군가는 일이 미어 터지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 울산교육청 계획대로라면 그 불균형적인 업무 조정의 몫은 교감과 업무 부장이 담당해야한다. 정식 채용, 근무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10만 명 가까이 되는 공무직 노조. 그 환경에 맞게 공무직 실무사들의 업무도 학교마다 균일하게, 명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셋째, 현 승진제도와 급여 문제

현 승진제도에서는 부장 점수 상한점이 있다. 일 년 동안 부장직을 맡으면 부장 점수를 얻게 되는데, 상한점이 있어, 그 점수를 다 채우면, 더 이상 부장을 해도 점수가 무용지물이 된다. 또한 현재 부장수당이 7만원이다. 부장의 업무량에 턱없이 맞지 않는 수당이다. 현실에 맞게 올해 부장수당을 올리려는 계획이 있었는데, 무산되었다고 들었다.




교사들 사이에 생긴 장벽


이렇게 부장직은 봉사직이 된다. 승진을 하려고 부장 승진 점수를 다 채운 사람에게나, 승진과는 무관하게 기꺼이 부장직을 맡은 사람에게나 모두. 그리고 부장들과 일반교사들과의 사이에는 서서히 층이 생긴다. 학교 관리자들의 리더 역량에 따라 그 층은 때로는 두터운 장벽으로 변하기도 한다. 장벽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서로를 오해하고 불신한다. 한편에서는 '승진하려고 하는 것들이.'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학교 일도 안 하는 것들이.'라고 서로를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장벽을 사이에 두고 학교에서 제일 약자인 젊은 교사들, 학교 물정을 모르는 새로 부임한 교사들 또는 시간선택제 교사들을 착취한다. 그리고 학교 관리자들의 방조 아래, 직함만 부장, 실질적인 부장 업무들은 일반 교사에게 떠넘겨 버리는 허울 뿐인 부장들이 탄생한다. 제국의 논리이다.


그래도 길을 만들어야 한다


승진제도를 당장 손 볼 수 없다면, 순환부장직 제도화와 내부형 교장공모제 그리고 수석교사제 확대가 최선이라 생각한다. 난 그 길을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파란하늘 공동육아 협동조합에서 찾고자 한다.

학교는 협동조합처럼 될 수 없을까?

자세한 이야기를 다음 편에 쓸 예정이다.


기사 출처 : 교원 업무경감 위해...울산교육청, 모든 학교에 교무행정전담팀 의무화 - 에듀인뉴스(Edu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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