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의 일은 누가 하는가?

나는 공동육아 조합원입니다

by 예농

나는 현재 두 개의 공동체에 몸담고 있다.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 선택한 공동육아 협동조합과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직장, 모 공립 초등학교. 올해 교사로 15년차, 공동육아 협동조합 조합원으로서 4년차이다. 오로지 교사로 살았던 때는 잘 보이지 않던 학교 안의 불합리한 요소들이 조합원의 눈으로 바라보니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내 머릿 속에 물음표가 생겼다.

'학교는 왜 협동조합처럼 운영될 수는 없는걸까?'


남편이 올해 협동조합 이사가 되었다

자기가 나 대신 나가서 발표해주면 안 될까? 그 시각에 회사 미팅이 잡혔어.

며칠 전부터 남편 튼튼이가 부탁했다. **구청 마을공동체 공모 사업을 선정하는 회의에 사업 제안자와 평가자로 참여해달라는. 튼튼이는 올해 파란하늘 공동육아 방과후 사회적 협동조합 사협 이사로 선출되었고, 여러 개의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을 신청했다. 올해 직장 회사일도 많아졌는데, 사협 이사직까지 수행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6년 전 공동육아 어린이집 협동조합 시절, 남편이 이사직을 맡았기 때문에 올해 공동육아 방과후 협동조합 이사직은 내가 맡기로 했다. 그런데 순환부장제에 따라 올해 내가 학교 부장이 되었다. (우리 학교가 아직 철저한 순환부장제로 자리매김한 것은 아니다) 차질이 생겼다. 이번에도 이사직은 남편에게. 바늘방석에 앉게 된 나는

'올해 특별히 반찬에 신경을 쓸게. 1식 1찬에서 1식 2찬으로?'

라며 남편 튼튼이와 협상을 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부탁도 가끔씩 들어주어야 했다.


금쪽같은 반일 연가를 내고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구청 4층 회의실로 향했다.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 머리를 길게 기른 남자 청년,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나처럼 마을 공동체 사업 제안자와 평가자로 모였다. 우리 파란하늘 공동육아 방과후 협동조합이 만든 마을 공동체 사업은 '꼬마 탐정들과 함께 하는 아마들 모임'. 코로나로 친구들 관계가 단절된 자녀들, 부모들이 함께 ZOOM에서 모여 책도 읽고, 놀이도 하고, 자녀 양육 노하우도 나누는 모임이다. 그럴듯하게 발표는 했지만, 경쟁이 치열해 선정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역시나 떨어졌다.


공동육아 협동조합원들은 누구나 졸업 전까지 부부 중에 한 명은 이사직을 맡아야 한다. 이사직은 전체 조합원이 모이는 총회에서 투표로 선출한다. 가장 중요한 이사장을 먼저 선출하고, 다음으로 교육 이사, 운영 이사, 재정 이사, 시설 이사, 홍보 이사, 사협 이사를 선출한다. 이 모든 절차는 정관에 기록된 대로 이루어진다.

자기에게 맡는 이사직을 맡으려고, 또는 상대적으로 수월한 이사직을 맡으려고 6개월 전부터 물밑 경쟁과 홍보전이 치열하다. 조합 생활을 함께 해갈수록 누가 어떤 이사직에 제격인지 서서히 그려진다.

'다음 이사장은 누가 맡아야 하지?'

'어떤 이사직을 누구에게 맡기지?'

한 두 달에 한 번 조모임을 할 때마다 위와 같은 이야기는 단골 안주거리가 된다. 이사회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조합의 일 년이 갈리기 때문이다. 특히 이사장이 누가 되느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된다. 우리 조합이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이 되어야 했던 해는 카리스마 있고 추진력이 있는 이사장이 필요했고, 교사회와 또는 이사회 간에 갈등이 많은 해는 통합을 지향하는 부드러운 리더십 있는 이사장이 필요했다. 이사장과 이사들이 잘 꾸려진 해는 조합 생활이 참 즐거웠고, 설혹 그렇지 못한 해더라도 누군가 서로 구멍을 메우며 어떻게든 한 해는 흘러갔다.


징글징글한 이사직, 그래도 한 번 뿐이니까 하는 거지


저만큼 시설 이사에 제격인 사람이 있겠습니까? 제 별명이 튼. 튼. 이.입니다. 우리 터전을 튼튼하게 잘 지키겠습니다.

투표 전, 튼튼이는 이렇게 포부를 밝히며 시설이사로 출사표를 던졌다. 벌써 6년 전의 일이다. 조합원들은 초등교사인 내가 교육 이사를 맡아주기를 바랐지만, 왕복 출퇴근 시간이 3시간 40분이 넘었던 학교를 다니고 있던 터라 이사직까지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고맙게도 남편이 이사직을 하겠다고 했고, 고맙게도 조합원들은 그런 튼튼이를 시설 이사로 뽑아주었다.


시설 이사를 하겠다고 한 것은 다른 이사에 비해 그래도 할만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설 이사직을 맡았던 그 해 전국 어린이집 평가인증이 있었다. 그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튼튼이는 절. 대. 시설 이사에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국가 지원금 일부를 받을 수 있는 어린이집이 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평가 인증 목록들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시설 이사는 남편 튼튼이였지만, 이사 일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남편 튼튼이와 나 씩씩이는 그 해 엄청난 일들을 해치워야 했다. 쥐 출몰에 쥐덫 놓기, 배수관이 터져 장판 교체하기, 동결된 보일러 드라이기로 녹이기, 막판에는 터전 모든 곳에 직접 페인트칠까지. 페인트칠은 몇몇 조합원들이 자원하여 함께 도와주어 무사히 마칠 수 있었지만, 일주일 동안 한의원에 침 맞으러 다녀야 했다. 징글징글한 이사직.


조합원이지만 이사직을 맡지 않는 방법도 있다. 100만 원 벌칙금을 내면 면제된다. 이것 또한 정관에 나와있다. 나도 숱하게 생각했다. '까짓것 100만 원을 내고 이사직을 맡지 말까?' 그러나 조합원들 누구도 그 면제권을 사용하지 않았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었다. 그건 조합원들을 연결하고 있는 공동체 끈을 끊어내는 거나 다름없었다.


선배 조합원들은 자녀가 6살 때(대략 조합원 3년 차), 이사직을 맡는 게 제일 좋다며 다음과 같이 얘기하곤 했다.

자녀가 4, 5살인 2년 동안 편하게 신입으로 누릴 것 다 누려라. 단 선배 조합원들이 이사직을 수행하는 것을 곁눈질하며 보고 배워라.
그러다 6살 때 이사직을 맡아 일 년 바짝 고생해라.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자녀가 7살이 되면 원로(?) 역할을 하며 조합 생활을 편하게 마무리해라.
이사직을 하고 나면, 터전 돌아가는 게 한눈에 보인다. 빈 곳도 보이게 된다. 그때 선배 조합원으로서 그 틈을 채워주어라.
터전에 더 많은 애착이 생기게 될 거다. 그러면 조합 생활을 졸업할 때가 온 거다.

공동육아 조합원이라고 하면, 많이들 묻는다.

그럼 선생님처럼 가르치는 일도 엄마, 아빠들이 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따로 있다. 이사회가 교사들을 고용하고, 그들의 봉급은 우리가 내는 조합비로 충당한다. 교사들은 교사회를 구성한다. 교사회는 일 년마다 돌아가며 대표 교사를 뽑는다. 그렇게 뽑힌 대표 교사도 이사회 구성원이 되어 한 달에 한번 열리는 이사회 회의에 참석한다. 교사들은 오로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한다. 반면 아마(엄마, 아빠)들로 구성된 이사회는 어린이집 원장처럼 전체적인 터전의 운영을 맡는다.


학교는 협동조합처럼 될 수 없을까?


협동조합의 일은 누가 하는가?

이사회가 한다.

그리고 조합원이면 누구나,

한 해동안 이사회직을 맡아야 한다.


협동조합원이 되고부터 학교를 들여다보며 '학교가 협동조합처럼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곤 했다.


공동육아 협동조합은 모든 조합원들이 평등하게 일 년씩 이사직을 맡는다. 학교도 순환부장직이 자리매김되어 모든 교사가 근무 학교에서 일 년씩 부장직을 맡게 되면 좋겠다.
공동육아 협동조합은 총회에서 조합원들의 투표로 이사장을 선출한다. 이사장은 한 해 임기를 끝내면, 다시 평조합원으로 돌아온다. 학교도 교직원들의 투표로 교장이 선출되고 교장은 임기 후 다시 평교사로 돌아오게 된다면 좋겠다. 국립대학 총장도 이미 이렇게 선출하고 있다. 초, 중등학교에서는 아직 전체 0.5% 정도만이 내부형 공모제로 교장이 선출되고 있다고 한다.
공동육아 협동조합 교사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을 하고, 조합의 운영은 이사회와 이사장이 책임진다. 학교 교사들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을 할 수 있도록, 학교 운영에 필요한 행정 일은 교장, 교감, 순환부장직들이 맡았으면 좋겠다.
공동육아 협동조합 교사들에게는 대표교사가 있다. 이들은 교사들의 교사이다. 교사들의 대표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교육 분야에 대한 대부분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학교도 교사들의 교사인 수석 교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학교 교육에 대한 부분은 학교 운영과 별도로 수석 교사와 교사들이 주체가 되어 결정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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