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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농 Jul 01. 2022

가지, 너를 느낀다. 너를 말한다.

지난 수요일, 교육농 자율연수에서 한 선생님이 가지에 대한 경험을 말씀해주셨다.  첫 가지가 열리면,  아이들 수만큼 조각을 내어 생으로 나누어 먹게 했다고. 그리고 온 감각으로 가지 맛을 느끼게 하고 글로 표현해보게 했다고. 그 얘기를 듣자, 어떻게 생으로 가지를 먹을 수 있냐고,  듣고 있던 선생님들 모두 놀라 물어봤다.

"얼마나 맛있는데...나 시골에서는 그렇게도 먹어봤어."


'그래, 나도 해봐야지.'


오늘 점심 급식을 먹고 반 아이들과 텃밭에 나가보니, 가지가 엄청 크게 자라 있었다. 첫 가지는 따서 은서네 집에 보냈다. 그리고 또 열린 두 번째 가지.

가지를 잡고 꺾으려 하니, 질기게 잘 따지지 않았다.  소윤이, 연주가 어느새 다가와 손을 도왔다.


"얘들아, 오늘 10분 글쓰기는 가지 맛을 글로 쓰는 거야."

가지를 따서 교실로 올라올 때부터 의미심장한 눈초리로 쳐다보던 아이들이 놀라 경기를 한다.

"가지를 저희보고 먹으라고요?"

내가 하는 이 행위가 나름 교육적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나는 지난 수요일 교육농 이야기부터 감각 글쓰기 중요성, 요즘 교육의 문제점까지  주섬주섬 펼쳐 놓았다.

그리고 보란 듯이 가지 한 조각을  입에 넣어 아삭아삭 씹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한 조각씩 나누어주었다.

한 조각을 먹는데 10분이 걸리는 아이.

글 한편을 쓰는데, 10조각을 먹어치운 아이.

그리고 10분 뒤 이렇게 생생한 글들이 나왔다.

먹어봤는데 그 맛은? : 김*윤
어렸을 때 가지를 먹고 뱉은 적이 있었다. 몇 년 동안 가지를 안 먹는 나에게 가지가 인사하러 왔다. 가지가 입에 닿는 순간, "맛이 있다".
나의 생각이 빗나갔다. 먹는데 겉은 오이를 씹는 느낌과 속은 눅은 감자를 씹는 것 같았다. 맛은 있었다.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랐다. 어렸을 때 먹던 가지와 차원이 다르다. 하나 더 먹고 싶다. 다음은 파프리카? 네?

가지에게: 이*윤
오늘 텃밭에서 아주 통통하고 튼실한 가지가 열려 있었다. 선생님께서 오늘은 가지를 먹어보겠다고 하시며 연주와 가지를 땄다. 그리고 교실에 와서 가지를 먹었다. 가지를 안 좋아하기도 하고 무침으로만 먹어보아서 생가지는 안 먹었는데 생으로 먹다니. 처음엔 우걱우걱 먹어서 맛이 묘하면서도 오묘했다. 그런데 먹을 만했다. 입에서 물컹한 것이 느껴졌다. 한 입 물었더니 푹신하면서 시원한 물이 터졌다. 먹을 만했다.

이...건....: 김*율
오늘 텃밭에서 아주 크게 자란 '이것'을 수확했다. 이것의 식감은 마치 된장국 속에 들어있는 애호박같이 흐물 하면서 딱딱하지도 않은 식감이었다. 또 이것은 껍질이 있는데 껍질의 식감은 사과의 껍질보다는 부드러웠다. 다음은 향인데 이 향은 정말 나무 밑에 자라는 풀 향이었다. 이렇게 이상한 조합을 가진 '이것'은 바로 '가지'이다. 다시는 먹기 싫은 채소인 것 같다. 생으로.

가지의 생김새와 맛: 엄*주
우리 6-5 텃밭에서 가져온 큰 가지를 먹었다. 일단 생김새는 안쪽에 초록색, 흰색인 게 있고 껍질은 보라색 빛을 도는 색이다. 냄새는 오이 냄새 비슷한 게 난다. 지금 잡고 있는데 느낌이 버섯을 잡고 있는 느낌이 난다. 씹는 느낌은 아삭일 것 같지만 생각보다 물렁물렁하다.  개인적으로 맛은 괜찮은데 씹는 식감이 좀. 많이 물렁한 게 좀 그렇다. 개인적으로 가지란 녀석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별걸 다 먹어보는 우리 반: 김*은
오늘은 가지 첫 수확을 했다. 그리고 먹어봤다. 처음 먹어보는 생가지의 맛은 물컹한 진흙을 먹은 기분이 들었다. 껍질은 사과맛이었다. 오이맛도 났다. 재밌고 신기한 맛이 났다.

맛 평가 1 (가지): 서*주
식감은 물을 잔뜩 먹은 스펀지를 씹고 있는 느낌이다. 가끔씩 씹히는 씨앗은 유산균 중에 알갱이가 들어있는 요거트 같다. 첫 입은 풋사과 같은 향긋한 맛이 난다. 먹다 보니 맛에 좀 무감각해졌다.

어, 꽤 맛있는데: 이*민
뭔가 냄새는 풀 냄새다. 안에 있는 속살은 식감이 스펀지고 오이랑 오디를 섞어 놓은 느낌이랄까. 처음에 먹었을 때 맛없었는데, 더 먹다 보니, 단맛이 났다. 껍질은 사과껍질 같다.

가지의 맛은???: 이*율
선생님이 우리가 키운 가지를 생으로 썰어주셨다. 가지의 맛은 풋사과 맛이 난다. 식감은 풋사과를 썰어서 상온에 하루 정도 둬서 아삭하긴 한데 물렁물렁한 식감 같았고 포도 특유의 물리는 맛이 있는데 가지에서도 똑같은 물리는 맛이 난다.

우웩: 류*진
처음에 선생님이 따실 때, '오, 크다!'였는데, 반에 와서는 '아!'.
처음 먹었을 때는 먹을 수 있는 스폰지 같았다. 그리고 맛 하나도 안나는 말린 사과 먹는 느낌이었다. 입에서 냄새가 맴돈다. 엑! 아무도 이 맛을 따라올 채소가 없다. 엑!

최악의 맛: 김*재
아니 진짜 약간 건조시킨 사과에 이재명 땀 세 방울과 신형만 발 냄새 두 스푼을 얹은 것 같다. 하, 진짜 너무 맛없다. 다음에는 파프리카라니...

가지 먹기: 정*승
입에 들어가자마자 느낄 수 있는 식감은 매트리스 같은 푹신함이다. 이불 씹으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맛은 오이 같다. 그런데 오이의 청량감이 100이라 하면, 가지는 85 같다. 약간은 파프리카 맛을 5 정도 곁들인 맛이다.

가지 시식 후 맛 평가: 이*
나는 보통 가지 조림만 먹어서 생가지는 처음인데 씹었을 땐 부드럽고 맛은 처음엔 몰랐는데 좀 씹으니 덜 익은 사과 맛인데, 단맛이 더 빠진 맛이다. 그리고 사과랑 오이랑 더한 그냥 가지 맛? 그런데 정말 덜 익은 사과 맛이 난다. 맛있긴 하지만 생으로 먹는 건 비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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