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6학년 동학년 선생님들과 화훼단지에 가서 허브 식물을 한가득 사 가지고 왔다. 한련화, 메리골드, 로즈메리, 바질... 그리고 애플민트. 다음 날 텃밭 수업. 허브를 작물 사이사이에 심어놓으면, 해충을 막아주고 이로운 곤충을 유인한다는 설명을 하고, 아이들에게 각각 한 모종씩 두둑에 심게 했다. 온통 녹색이었던 텃밭이 다채로워졌다. 두둑 앞 각 반 함지박에 씨를 뿌린 백일홍, 접시꽃, 채송화, 봉선화까지 머지않아 꽃을 피우면, 6학년 텃밭을 이제는 텃밭 정원으로 불러도 될 것이다.
하교 후, 텃밭에 다시 나가보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허브, 애플민트 자리가 영 어색해 보였다. 너무 비좁아 과연 잘 자랄까 싶었다. 스티로폼 박스를 구해 구멍을 뚫고, 지렁이 흙을 채운 후 옮겨 심었다. 나름 VIP 대우를 해준 셈.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잘못된 결정이었다.
커다란 잎들을 내며 쑥쑥 건강하게 자라던 애플민트가 6월 말에 접어드니, 늘어지기 시작했다. 스티로폼 상자 흙의 양분은 다해 가지, 노지 흙처럼 물을 오래 머금지도 못하지, 무엇보다 쨍한 햇볕을 가려주는 친구 작물들도 없지. 잎이 조금씩 누레지고, 새로 돋아나는 잎은 점점 작아져만 갔다. 노지 텃밭에 그냥 둘걸.
며칠 전 점심 급식을 먹고 아이들이 텃밭에 물 주는 사이, 나는 부지런히 애플민트 이파리들을 땄다. 교실에 와서 아이들과 얼음 상자에 민트를 넣었다.
'내일 체육 수업 끝나면, 맛난 애플민트 에이드를 선물해줘야지.'
얼음 상자 물속에 담겨 있는 민트를 보니, 보는 것만으로도 청량감이 밀려왔다.
이번에는 어떤 글들이 나올까?
민트 레모네이드는 못 참아: 강*음
민트 레모네이드가 입에 들어간 순간 '오옹' 소리가 나올 정도로 좋다. 와, 샌즈!
이번에는 괜찮겠지 : 김*율
이번 태권무 수업이 끝나고 다들 땀 뻘뻘 흘릴 때 나타난 레모네이드! 하지만 이 레모네이드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우리가 직접 키운 '애플민트'를 얼음에 같이 얼려서 그 얼음을 레모네이드에 넣어서 먹는 거였다. 줄을 서서 먹었는데 처음에 그냥 레모네이드 주스 맛만 나는 것이었다.'뭐지? 향이 많이 나야 하는 거 아닌가?'
하*이가
"흔들어서 먹어봐! 그럼 향이 많이 나는데?"라고 해서 힘껏 흔들어서 마셔보려고 딱 입을 대는데, 콧 속으로 향이 많이 났다. 그래서 1차 놀랐다.
민트 맛있다: 김*롬
민트 맛있다. 너무 맛있다. 레몬과 민트의 조화로움이 최고다. 향이 너무 향긋하고 입안이 시원함으로 가득 찼다. 우리가 키워서 그런지 너무 좋았다. 땅의 향기와 바람의 향기가 느껴졌다.
애플민트에게 속았다: 이*율
애플민트는 색도 예쁘고 향도 달달하고 상쾌하고 얼음으로 얼려도 예뻐서 맛도 좋을 줄 알았는데, 애플민트에게 속았다. 애플민트의 맛은 약이랑 잡초를 먹는 맛과 비슷하다. 향은 레모네이드에 넣으면 레모네이드 향이 묻힌다.
애플민트: 김*휼
얼음팩에서 꺼내자마자 올라온 향, 시원한 향과 상큼한 향은 정말 대박이었다. 레모네이드와 민트의 조합. 처음엔 레몬에이드 맛, 갈수록 민트 레몬 맛. 마지막은 민트 씹혀지며 매우 쎈 맛. 맛있진 않은데 중독성 있다. 민트를 빼낸 레몬에이드 맛은 그냥 레몬에다가 치약 살짝 넣은 느낌이다.
이게 뭐야? : 안*민
오늘은 민트 레몬에이드를 먹는 날이다. 드디어 내가 민트를 넣을 차례다.
"와, 향기 엄청 좋아!"
난 그 향기 때문에 생각없이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찡그려지는 소윤이의 표정과 함께 소*이가 하는 말을 들었다.
"우웩! 민트, 가지보다 맛없어!"
애플민트의 속임수: 이*윤
이쁘고 향도 좋은 애플민트. 애플민트를 먹고 충격에 빠졌다. 정말 솔직히 풀을 한 웅큼 뜯어 먹는 맛이다. 되게 쓰다. 레몬에이드가 더 맛있다. *이에게도 물어봤더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모양이다. 레몬에이드로 입을 헹구는 *이가 너무 귀엽다.
애플민트 + 레몬에이드 시식평: 이*
민트를 씹었는데 입에서 상쾌할 줄 알았는데 상쾌하진 않고 완전 공원에서 나는 풀냄새고 좀 쓰고 입에서 맛이 맴도는...다시 안 먹고 싶은 그런 맛. 입에서 1분 정도 있다가 씹다 말고 그냥 삼켰다. 가지가 더 나은 것 같다. 진짜 다른 건 다 먹어도 이건 아닌 것 같다. 내가 염소가 된 것 같다. 다시는 안 먹을거다.
다음에는 만나지 말자: 김*재
진짜 풀떼기 그 자체이다. 이걸로 왜 차를 만들어 먹는지...진짜 너무 쓴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진짜 너무 쓰다. 다음에는 만나지 말자.
뭐지?: 이*민
어, 이 맛은 뭔가 식감은 깻잎 같고 뭔가 삼킬 때 시원한 맛. 깻잎 맛이 약간 난다. 그리고 향은 박하사탕이다. 에이드에 넣으니 뭔가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