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의 변천사와 성장 기록
브런치에 매주 뉴스클리핑을 한 지 2년이 넘었다. 횟수로는 100회 이상.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클리핑을 하며 내가 성장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2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기록으로 남겨두려 한다.
2019년 5월, 광고대행사에 막내 AE로 이직을 했다.
인수인계 엑셀 파일 맨 아래 '기타' 항목이 있었다. 신문 정리 순서, 커피머신 관리 방법과 함께 '경쟁사 뉴스 클리핑'이 눈에 띄었다. 광고주와 경쟁사 키워드로 검색을 해서 뉴스를 클리핑하는 일이었다.
특이사항을 확인하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뉴스를 하나하나 잘 살펴보진 않았다.
효율성과 생산성에 집착하는 나의 최대 고민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빠르게 할 수 있을까?'였다.
반복적인 업무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최대한 자동화를 해서 빨리 해치워버리는 게 좋다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제목만 체크하는 뉴스 클리핑을 1년 넘게 했다.
그러던 중, 연간 기획안을 짜라는 업무가 내려왔다. 2020년 10월이었다.
기획안을 쓰기 위해선 시장의 흐름이나 새로운 트렌드를 고려해야 했는데, 아이디어 회의를 하던 중 선배가 물어왔다.
"뉴스 클리핑 할 때 눈에 띄는 트렌드 같은 거 없어요?"
당혹스러웠다.
제목만 확인하며 빠르게 해치워버리던 뉴스 클리핑이었기 때문에 '눈에 띄던 트렌드' 같은 건 없었다.
"음..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부끄러운 대답을 하며 느꼈다. 시간을 아끼려다 시간을 버렸다고.
뉴스 클리핑 시간을 활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을, 트렌드를 공부하는 시간으로.
뉴스 클리핑을 하며 업계 이슈와 소비자 트렌드를 파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검사를 받는 것도 아니니 점점 대충 읽게 되는 자신을 느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글로 남기는 것이었다.
오픈된 공간에 글을 남기면 왠지 모를 책임감도 생기고, 더 꼼꼼하게 내용을 읽게 될 것 같았다.
브런치가 좋은 공간이 될 것 같았다. 2019년 11월, 처음 브런치에 뉴스 클리핑 글을 올렸다.
당시 메인 광고주가 식음료 산업군에 있었기 때문에, '식품', '음료', '건기식',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며 여러 뉴스를 정독했다. 그중에서도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뉴스의 제목과 링크를 가져왔다.
이 과정을 통해 특정 산업군에서의 주요 이슈들은 무엇인지, 어떤 마케팅이 유행하고 있는지, 어떤 회사에서 어떤 신상품을 내놓았는지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링크를 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내용을 추려서 요약하는 작업을 했다.
기사의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그중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요약하여 글을 썼다.
처음엔 기사의 문구를 그대로 따오는 방식으로 정리를 했다. 문단별로 중요한 문장을 따와서 요약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기사의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지는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글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중요한 부분을 파악하고, 새로운 문장으로 재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일종의 훈련(?) 덕분에 스스로 독해력과 이해력이 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초반 6개월간은 오로지 업계의 뉴스를 클리핑하는 데 집중했다. 약간의 변화라면 식음료뿐만 아니라 미디어, 유통, 마케팅 관련 뉴스로 그 영역을 확장한 것이었다.
언제까지나 식음료 광고주만 맡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연한 확장이었다.
하지만 6개월 정도가 지나자 뉴스라는 형식 자체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하나의 이유는 홍보성 뉴스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진짜 트렌드인지 특정 브랜드나 산업군의 홍보자료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보다 큰 이유는 뉴스 자체가 팩트를 주로 다룬다는 점이었다.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뉴스를 정리하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오픈된 공간에 클리핑을 하며 정보를 공유한다는 취지도 있었지만, 이 일을 하는 가장 큰 목표는 나의 성장이었다. 정보의 나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를 넘어 '인사이트'를 담고 싶었기에 클리핑의 대상을 뉴스에서 콘텐츠로 확장했다.
콘텐츠는 유튜브 영상, 책, 블로그 글을 가리지 않았다. 그런 콘텐츠에는 정보뿐만이 아니라 의견과 해석이 담겨 있었다.
기존의 '뉴스 클리핑'이라는 이름을 '콘텐츠 클리핑'으로 바꾸었다.
내용도 내가 소비한 콘텐츠의 내용을 정독하고, 내용을 파악하고, 요약한 것으로 바꾸었다.
분명 뉴스 클리핑보다 시간이 더 들고, 어려운 작업이었다.
뉴스 클리핑을 할 때는 5-6개의 기사를 요약하는 데에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는데,
콘텐츠는 2-3개를 정리하는 데도 시간이 2~3배는 더 늘었다.
하지만 콘텐츠를 만든 사람의 의견을 파악하고 정리하는 것이 주는 큰 이점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감상문, 독후감 같은 형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매주 감상문, 독후감을 쓴다는 측면에서 다양한 의견과 접하고, 사고하는 방법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더욱이 하나의 의견에는 다양한 정보가 뒤섞여 있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접하는 것은 물론, 그것들을 묶어내는 방법까지도 익힐 수 있었다.
클리핑을 한 지 1년 6개월 정도가 되었다.
클리핑의 영역을 콘텐츠로 확장했지만 여전히 기존의 내용을 요약, 정리하는 데 머물러 있었다.
어떤 뉴스나 글을 보더라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었다.
하지만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매주 뉴스를 읽고, 이슈를 파악하고, 시장의 흐름에 대한 콘텐츠를 접하다 보니 비슷한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이맘때쯤 봤던 이슈가 다시 불거지기도 했고,
작년에는 유망했던 기업이 올 해는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보기도 했다.
시간이 축적되고, 경험이 쌓이기 시작하자 팩트 이면의 이야기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팩트 너머의 내 의견을 써보자
사실 클리핑을 한 시간만큼 업무 경력도 함께 쌓여가고 있었다.
그 새 전략을 주로 다루는 직무로 이직을 하기도 했고,
담당하는 업무 영역이 늘어나면서 단순 팩트를 나열하는 것보다 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클리핑의 양은 줄이고, 내 나름대로 의미를 발견하고, 설명할 수 있는 뉴스에 집중했다.
형식적으로는 '&Beyond'라는 항목을 추가했다.
기사나 콘텐츠의 내용을 요약하고, 그 뒤에 &Beyond를 붙여 내가 생각하는 이슈의 시사점, 느낀 점을 적기 시작했다.
의견을 붙이기 시작하면서 클리핑이라고 부르기에 너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로 변했다.
하지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나타내기 위해 더 집중하게 된다는 큰 이점이 있었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지나갈 이슈도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되고,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하게 된다.
물론 '인사이트'라는 것이 툭툭 튀어나올리는 만무하다. 아직 경험도 지식도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현상을 보고 나의 생각을 제시한다는 것은 결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고민하고, 그 생각을 정리하는 것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뉴스 클리핑을 하면서 내 의견을 덧붙이는 것은 그런 훈련의 일종이고,
이것을 하기 전과 지금의 차이는 스스로도 뚜렷하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클리핑을 하며 변화해 온 과정, 그 과정에서 느낀 점들을 정리하니 생각보다 나에게 더 큰 공부가 된 시간이었던 것 같다.
클리핑을 하며 느낀 점을 다시 한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업계의 최신 소식에 능통해짐
- 소비자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음
- 시장과 산업의 움직임을 볼 수 있음
- 일을 보는 관점이 더 넓어짐
- 능동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음
2년이 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클리핑을 했다.
일요일 밤, 혹은 월요일 아침마다 올리고 있기 때문에 보통은 주말에 글을 쓴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노트북 앞에 앉아 있으면 정말 강렬한 귀찮음을 느낀다.
하지만 습관이라는 것은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꾸준함이 가진 힘을 믿으며 계속해서 클리핑을 해 갈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성장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분명 또 다른 성장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특히 업무와 시장에 대한 눈을 넓히고, 생각하는 법을 기르고 싶은 주니어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