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보다 목표가 더 중요한 이유
저는 생산성적인 것에 집착합니다.
계획 세우기를 비롯해서 생산성 도구나 효율성을 올리는 방법론을 항상 고민하고, 관련한 글을 쓰기도 합니다. 그런 제가 새해는 '계획'없이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새해가 되면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계획을 세웁니다. '일주일에 3번 달리기 하기',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 '유튜브 시청 시간 줄이기' 같은 야심찬 계획을 다이어리나 노션에 적습니다.
그뿐인가요? 저는 노션에 프레임워크를 만들기도 합니다.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는지, 몇 시간 공부했는지 등 제 하루를 빼곡하게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베이스를 만들어서 몇 개월간 꼬박꼬박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연초에 세웠던 계획을 끝까지 잘 지키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적어도 제 경험으로는 연초의 계획이 연말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저만 못 지키는 거면 의지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있는데, 전 세계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상황이라면 시스템에 뭔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효과적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새해를 준비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생각했습니다.
계획을 세우지 말자!
여기서 말하는 '계획'은 실행방안이자 과정입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 '계획을 세운다'는 말은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세우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야심찬 포부가 상당 부분 실패로 돌아가는 것은 처음부터 너무 디테일하게 계획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새해를 준비할 때, 구체적인 실행방안인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그 이유를 몇 가지 얘기해볼게요.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 자격증 따기를 목표로 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세운다고 해보죠.
새해 계획의 예
*데이터 분석 자격증 따기!*
- 일주일에 세 번 인강 듣기
- 퇴근 후 2시간씩 공부하기
- 주말에 문제집 풀기
- 9월에 자격증 시험!
이 계획은 잘 지켜질까요?
계획의 디테일함이 부족하다는 점은 뒤로 하고서라도, 이 계획이 지켜질 가능성은 아주 낮을 겁니다. 왜냐하면 실제 자격증 공부의 난이도도 모르고, 본인의 기초지식도 파악이 안 되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루 2시간씩 투자하는 것이 충분한지 계획을 세울 당시에는 알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죠. 이런 계획이 잘 지켜지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우직함 하나로 계획을 잘 지킨다 하더라도 잘못된 계획을 따라가다 보면 결과도 좋지 않을 것입니다.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세운 계획이 안 좋은 더 큰 이유는 자신감을 잃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정보는 없고, 의욕은 넘치던 상태에서 세웠던 계획은 지켜지는 것이 이상한 것임에도, 이를 지키지 못하면 '역시 난 작심삼일이구나' 하고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계획이 무너지는 시기는 2-3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음에도 연초에 세웠던 계획이 지켜지지 않아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보면 또다시 새해 계획을 세워야 하는 시기가 옵니다.
굳이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무리한 계획을 세워서 자포자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연초에 세웠던 계획이 지키기에 쉬운 경우에도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바로 그 계획을 세운 이유를 까먹는 거예요.
'일주일에 3번 달리기!'라는 목표를 세우고, 몇 달을 꾸준히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하루만 넘길까?
그리고는 다시 생각을 고쳐먹습니다. '아니야 그래도 나가야지'
그때 마음의 소리가 반문합니다. '왜?'
계획을 세웠다는 이유 말고는 달리기를 꾸준히 해야 할 이유가 안 떠오릅니다. 동기가 없다면 행동은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세부적인 실행방안에만 집중하고 근본적인 이유를 확실히 해놓지 않으면 회의에 빠지게 됩니다.
따라서 새해 계획을 세울 때는 구체적인 계획(실행방안)보다는 목표에 집중해야 합니다.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세우는 실행방안은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하지만 목표만 확실히 세워둔다면 상황에 따라 방법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3번 달리기는 목표가 아닙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입니다. 목표를 명확히 하면 달리기를 할 수 없는 상황(날씨가 춥거나, 비가 오거나, 무릎이 아프거나)에서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목표가 살 빼기라면 - 식단 관리에 비중을 높일 수 있고,
체력 증진이라면 - 홈 트레이닝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수단이 목표가 되면 변수에 취약해집니다. 목표를 명확히 해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계획을 지키는 것에만 집중하면 주변 상황 때문에 계획을 지키지 못할 경우 자신감을 잃게 되는데 얻고자 하는 결과만 명확하다면 실행방안을 지키는 것 자체에 집착할 필요가 적어지고 따라서 자신감을 잃을 상황이 줄어듭니다.
주 3회 달리기 자체에 집착하다 보면 분명 달리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텐데 그때 자신감을 잃고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면 '체력 증진'이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면 다른 방법으로 우회할 수 있기 때문에 계획을 못 지켰다는 자책을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저의 예를 들어보면, 데이터 분석 자격증 취득이라는 것은 수단이었습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데이터 분석에 대한 이해를 쌓고, 관련 분야로 이직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자격증 공부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라 실무에 데이터 분석을 접목할 수 없을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자격증 공부에는 비효율적인 영역을 공부하기도 하고, 업계의 사람을 만나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자격증 준비 기간이 늘어났지만 실무에 데이터 분석을 접목할 기회를 만들었고, 이직을 할 때도 원하는 직무로 이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계획에만 치중했다면 빠른 시간 내에, 필요한 부분만 공부해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랬다면 제가 원하는 결과는 얻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 이유를 명확히 했기 때문에 저에게 도움이 되는 기회들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였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해를 준비할 때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보다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표를 세울 때는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목표는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삶의 방향성에 일부분이죠. 그래서 자신의 삶을 그려보는 과정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이 삶을 계획하고, 목표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내가 되고 5년 후, 10년 후 되고 싶은 모습은?
이런 고민이 선행되면,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이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올 해의 목표가 세워지는 것이죠.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목표에는 힘이 있습니다. 그냥 떠올린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들이기 때문에 강력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결과물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합니다. '데이터 관련 공부하기'는 달성이 불가능한 목표입니다. 공부라고 하는 것이 얼마큼 해야 했다고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분석 스킬을 업무에 적용해서 3개 이상의 프로젝트 실행'처럼 구체적인 결과물이 있어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지속도 가능합니다.
마감기한이 없으면 그 어떤 계획도 흐지부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 달에 책 세 권 읽기'보다는 '3월까지 경제 관련 책 3권 읽기'를 목표로 하고 다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 성공이 모여야 지속 가능한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새해를 준비하는 분들을 위해서, 그리고 저 스스로도 다시 한번 상기하는 마음으로 목표를 세우는 법에 대해서 다뤄봤습니다.
핵심은,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을 세우려고 하지 않는 것, 나에게 진짜 필요한 목표를 정하는 것 이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새해라고 해서 너무 들떠서 완벽한 실행방안을 세우기보다는, 굵직한 목표 위주로 한 해를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정보가 너무 부족해 좋은 계획이 나올 수 없으니까요.
목표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정보를 얻고, 유연하게 계획을 세우고 수정해 가는 것이 더 지속 가능하고 현명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목표를 세울 때는 나의 삶에, 내가 추구하는 삶에 필요한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맹목적으로 세운 목표는 나중에 회의감을 불러일으키니까요.
새해를 준비하는 시간이 빼곡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내가 그려갈 삶에 대해 고민해보고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