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0 80일간의 신혼여행
한국에서 파리까지, 총 19시간의 비행과 환승이 있었다.
가장 싼 항공기에 가장 싼 옵션은 우리 부부를 이 시간 동안 떨어져 있게 했다.
옆이 아니라 앞뒤로 앉게 된 것이다.
이 긴 시간 중에서 나에게 가장 강렬했던 시간은 한 밤중, 정확히는 비행기가 이륙하고 몇 시간이 지나 모두가 잠에 든 때였다.
비행기가 난기류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한창 잠에 들어있었지만 물건이 떨어질 정도의 흔들림에 눈을 떴다.
비몽사몽 들은 기장의 안내 방송은 난기류를 만났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난기류는 흔한 일이다. 그리고 크게 위험하지도 않다.
(얼마 전에 알았는데 비행기 사고의 90% 이상은 이륙과 착륙 시에 일어난다고 한다.)
하지만 이전에도 여러 번 겪었던 비행기의 흔들림은 이 날 따라 더 크고 강렬하게 느껴졌다.
멈추지 않는 떨림은 마음까지 두려움에 떨게 했다.
꿈이었는지 실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는 그 순간 기도 같은 것을 했다. 안전하게 도착하게 해 달라는.
그 기도에는 미움이 없었다.
혹시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지, 좋아한다는 말은 충분히 했는지, 별 거 아닌 일로 짜증 내고 화낸 일을 없는지.
가족, 친구, 무엇보다도 아내가 떠올랐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분명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약간의 다툼도 물론 있었다.
그 다툼이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다.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기억나지 않을 일로 말꼬리를 잡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내 기도는 난기류를 무사히 통과해 달라는 것에서 시작해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해 달라는 것으로 끝이 났다.
나는 난기류가 끝난 지도 알지 못한 채 다시 잠에 들었고, 기내식이 나온다는 방송에 눈을 떴다.
앞자리에 앉은 아내의 팔을 만지며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했다.
난기류를 만났을 때 많은 생각을 했다고.
출장을 많이 다녀 난기류에 크게 개의치 않았던 아내는 나의 뜬금없는 고백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고 비행기 사고의 90%는 이륙과 착륙 시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민망했지만 나는 어쨌든 그 말이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