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6 수요일

시간의 채집

by anna

오늘 요가 수업을 마치며 다음 주에 뵈어요~하고 인사하는데, 다음 주가 12월이라는 사실에 모두가 놀랐다.

2025년도 이제 한 달 남았구나. 하루하루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어느새 1년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은 늘 새삼스럽다. 올해는 어떻게 보냈고, 내년은 어떻게 보낼지 이제는 슬슬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정리해야 하는 시간이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불현듯 지난번 아이의 스튜디오 사진 촬영 사진을 확인 못했다는 게 생각이 났다. 주섬주섬 다운로드 사이트를 열고 1기가 남짓한 사진을 받고 열어보니 그날의 공기와 아이의 웃음소리, 분위기가 다시 생각났다. 가을이 정말 아름다웠던 금요일이었는데, 아이도 촬영 내내 너무 즐거워했던 기억들도 함께 몽실몽실 떠올랐다. 행복이 실체라면 아마도 그날은 행복이 보였던 날이었다. 그러다 문득 <은중과 상연>에서 상연의 오빠가 은중에게 사진에 대해 말한 대사가 떠올랐다.


- 사진은 시간을 채집하는 거야.


아이의 사진과 영상을 보다 보니 정말로 사진은 시간을 채집하는 거였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아장아장 걷기까지 매일매일 아이의 일상을 담아내려고 사진을 무수히 찍었다. 어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내 휴대폰 사진첩에는 이제는 나의 사진보다 아이의 사진이 훨씬 많다. 아이의 일상을 담아내려고 노력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 채집된 시간을 반추하며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다. 남은 오늘은 아이의 2025년 11월 26일의 모습을 채집해 봐야겠다.


{동생, 찬와이}

커러가 아썬 형과 사귀냐고 조용히 물었다. 그런 생각에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나는 나와 배경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게 좋았다. 그들은 오션파크의 놀이기구보다 현실이 더 재미있음을 알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