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5 목요일

미루지 않기

by anna

다행히도 버스 파업은 끝이 났다. 뚜벅이에게 대중교통수단의 멈춤은 꽤나 타격이 컸다. 운전을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던 3일이었다.


오늘은 매일 한 장씩 읽어보고 있는 <하루 쓰기 공부 (브라이언 로빈슨)> 책에서 글감을 찾아봤다. 오늘의 글감 재료는 "미루지 않기"이다.

우리는 자신의 글이 충분히 완벽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면서 글쓰기를 망설이고 머뭇거린다. 미루기라는 괴물에 밥을 준다는 걸 잘 알면서도 공연히 책상의 먼지를 닦고 간식을 먹고 양념통을 정리한다. 불완전함의 두려움과 직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것이다.


나도 미루기라면 누구 못지않게 잘 미루는 사람인데, 오늘 글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났다. 시험을 앞두고 책상 정리를 하기 시작하는 것도, 요리를 하기 위해 냉장고를 정리하는 것도 불완전함의 두려움과 직면하는 것을 피하는 마음이라니. 출근해서도 내부 시스템에 접속하기 전에 인터넷을 그렇게 둘러보는 것도 그런 마음인가.


글을 처음 써 내려갈 때는 세심한 데까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나의 거친 초고에 철자가 틀린 단어나 문법이 틀린 구문이 있어도 상관없다'로 옮겨 가라. 자신에게 '형편없는 초고'를 쓰는 것을 허락하고, 야심 찬 글쓰기 프로젝트를 아주 작은 단계로 쪼개라.


글을 쓴다는 것이 쉬운 거 같으면서도 어려운 일인 거 같다. AI가 뚝딱 글 한편을 만들어주는 요즘에는 더더욱 글감을 찾고 시간을 들여 나만의 언어로 써 내려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야심 찬 글쓰기가 아니라 오늘 나의 언어로 생각으로 써내려 가다 보면 또 쉬워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은 오늘의 일을 미루지 않은 나를 칭찬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