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속도
봄이 오고 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온 세상이 예쁜 색으로 칠해질 거 같아서 조금 설레기도 하다. 봄이라는 계절만이 줄 수 있는 설렘이랄까.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트리려고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아마도 가지마다 꽃이 피는 시기는 천차만별일 거다. 꽃들도 자신만의 속도로 봄을 맞이한다. 그래서 봄이 오는 풍경을 관찰하다 보면 우리의 삶이 겹쳐진다.
육아를 하다 보면 더더욱 속도라는 것에 대해, 시기라는 것에 대해 절실히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그래서 아이를 잘 관찰하고 지켜보며 아이의 시간을 기다려주는 게 부모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요즘 느끼고 있다. 나의 속도에 맞춰 아이의 속도를 종용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도 나도 번아웃이 오는 순간이 있다. (이건 아마도 나의 지난한 교구재 소비기... 정리도 못하고 있는 나의 속도들 때문인 듯) 그런데 아이를 가만히 관찰하고 지켜보고 시기를 기다려주니, 아이는 아이의 속도로 준비가 되어 있는 순간 멋지게 날아올랐다.
지난 주말 새로 도착한 아이의 침대. 우리 부부는 아이가 혼자 잘 수 있다는 말에 반신반의하면서도 새벽에는 한 번쯤 우리 침실로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정말 아이는 이제야 자신의 속도에 맞춰 혼자 잘 수 있는 시기가 된 것이었다. 외국 영화나 동화책에 종종 그려지는 것처럼 잠자리 독서를 하고 아이와 침대서 노닥거리다가 굿나잇 뽀뽀를 하고 불을 꺼주는 장면이 우리 집에서 가능한 일이라니.
아이가 나의 품에서 점점 독립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울컥한다.
나도 나만의 속도로 나의 인생을 담담히 걸어가고, 아이의 속도도 잘 지켜보고 존중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