솥밥
4월 1일이 만우절이라는 것도, 학창 시절에나 기억에 남는 날이었음을 4월이 되어서야 느낀다.
벚꽃은 이번 주가 만개일 거 같다. 주말에 비소식이 있는데 비 내리면 우수수 떨어지겠지. 너무 짧디 짧은 벚꽃의 생이여.
내가 집에서 자주 하는 요리는 솥밥이다. 원팟 요리를 하다 보니 요리가 세상 간단(이라고 하기엔 사전에 준비 과정이 좀 길다)하면서도 식사와 도시락을 동시에 챙길 수 있어 요리가 세상 편해질 수가 없는 것이었다. 마침 무쇠솥으로 유명한 브랜드에 관심이 가기도 하던 찰나, 반려인이 큰맘 먹고 솥을 사줬다. 그 후로 솥밥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거 같다.
그러면서 각종 솥밥 관련 요리책을 구매해서 따라 하기 시작했고, 대부분은 성공적이었다. 솥밥 요리에서 가장 까다로우면서 맞추기 어려운 게 불조절과 물의 양 그리고 시간인데 지금까지는 나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나의 솥밥은 죽도 아닌 것이 밥도 아닌 정체불명의 요리가 되어버렸다(그래도 나름 맛은 있었다).
어제의 저녁 메뉴는 <콩나물 돼지고기 김치 솥밥>이었는데, 정량을 맞춰가며 하다가 그만 고기와 김치, 콩나물 양 조절을 실패한 것이다. 재료가 풍족하면 더 맛이 있겠지 싶었는데, 레시피대로 시간을 맞춰 불을 올리고 내렸다가 뜸도 다 들이고 뚜껑을 열었는데... 아뿔싸... 고기가 익지 않은 것이다. 1차 동공지진.
다시 불을 올리고, 너무 오래 올리면 바닥이 타버릴 수 있으니 노심초사하며 뜸 들이며 기다리다가 시간이 되어 뚜껑을 열었더니 이번에는 물이 흥건하다. 하하하... 콩나물이 너무 익혀지면서 물이 생각보다 많이 생겨버린 것이다. 그래서 국밥도 아닌 뭔가 알 수 없는 형태의 밥이 되었다. 2차 동공지진.
그래도 어쩌겠는가. 맛이 없으면 버릴 뻔한 한 끼였는데, 맛이라도 있으니 도시락까지 야무지게 싸두었다.
솥밥을 하다 보면 불을 조절하고 뜸을 들이는 시간에 공을 들이게 된다. 때로는 어떤 요리가 탄생이 될지 기대하는 마음도 섞이게 된다. 식당에서 먹는 솥밥이나 요리책에 나오는 솥밥처럼 예쁜 플레이팅으로 완성되지는 않지만, 시간을 들여 정성을 다해 완성된 솥밥은 지친 하루를 조금이나마 위로해 준다. 그래서 솥밥이 재미있다.
오늘은 뭐해먹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