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한 시절
다시 시작된 한 주. 주말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지나갔다. 주말에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입양해 온 달팽이 한 마리를 보내주었다. 만 3년간 자그마한 공간에서 동고동락했던 달팽이였는데... 며칠간 시름시름 앓듯이 먹는 것도 움직임도 수월하지 않더니 결국 하늘의 별이 되었다. 하재영 작가의 책에 나온 문구처럼 우리가 떠나보낸 것은 달팽이 한 마리가 아니라 다정한 존재와 함께한 아이와 내 삶의 한 시절이었을 것이다. 삶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게 어려웠던 아이는 울음을 참으며 마지막 인사를 해 주었다. 아이 인생의 첫 이별을 이렇게 고이고이 간직해 본다.
{하재영,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눈을 뜰 때마다 상실을 깨닫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창밖을 보다가, 밥을 먹다가, 설거지를 하다가, 심지어 잠에서 깨자마자 난데없이 눈물이 흘렀다. 내가 잃은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떠나보낸 것은 개 한 마리가 아니라 다정한 존재와 함께한 내 삶의 한 시절이었다. 가끔 피피의 이름을 불렀다. 세상에 없는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한 시절을 부르는 일이었다.(p.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