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3 수요일

혼자만의 시간

by anna

5분만 5분만 하다가 눈이 번쩍 뜨고, 오늘은 그래도 조금 여유롭게 아침을 준비했다. 출근길에 버스도 바로바로 도착! 이게 웬 러키비키인지! 왜인지 오늘은 모든 일이 다 술술 풀릴 것만 같은 하루다. 아이가 잠이 드는 시간부터 출근하는 시간까지 (취침시간을 제한) 혼자만의 시간이 생긴다. 마음은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막상 휴대폰을 드는 순간 시간은 이미 순삭이다. 매번 다짐하지만, 휴대폰 속 세상에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하루가 참... 그렇다. 그래도 오늘은 어제보다는 조금 덜 빠져봐야지.


{임지영, 멍게의 맛}

아이들과 24시간을 함께하는 생활이 시작됐다. 퇴근하고 만난 아이들은 그 시간이 짧을지언정 그립고 반가운 대상이었는데 내내 붙어 지내니 그런 마음이 잘 들지 않았다. 기대에 차서 시작했다가도 둘의 다툼, 나의 푸념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이사 직후라 사소하게 처리할 일도 많았다. 목소리는 점점 커져 갔고 아이에게 화를 내며 무참히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들이 잦아졌다. 사랑하는 미취학 아동 둘--하나는 원래 취학이어야 하지만--을 돌보는 일은 정말이지 순탄치 않았다. (p.191)
아침과 점심을 차려 주고 오전 오후 내내 복닥 복닥 하다가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만화를 틀어 주면 그제야 잠시 혼자만의 시간이 찾아온다. 그때 마시는 맥주 한 캔, 공복에 스미는 술기운이 이름 붙이기 어려운 어떤 시름을 잠시 잊게 한다. '키친 드링커'라는 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것 같다. (p.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