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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May 31. 2024

인공수정 2차, 두번째도 쉽지 않네

어찌 익숙해지지가 않는지

비록 1차는 실패라는 슬픔을 맞이했지만, 2차의 시작은 나에게 나름 고수의 향기를 풍기게 만들었다.


"기다리는 거야 이젠 껌이지."


세 명의 원장님들 중, 보통적으로 인기가 있는 2번 원장님에게 난임 검사부터 인공수정 시술까지 받게 되었는데 난임센터의 대기란 절대 보통적이지 않는 일이었다. 중간 인기라도 대기는 때에 따라 너무 길어졌기에 처음 방문했을 땐 그저 놀라기만 했었다. 이렇게 임신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니, 것도 왜 다 오전에 몰려오는 것인가. 그들은 이미 익숙하다 못해 체계적으로 잡힌 습관처럼 지루한 긴 시간을 자기만의 루틴으로 보내는 것 같았다. 어떤 이는 간식을 가지고 오고, 어떤 이는 책을 읽으며 무료한 시간 동안 지식을 쌓았다.


내가 가는 곳은 오전 8시 30분에 접수를 시작하는데 8시에 와도 이미 번호표를 가진 사람들이 어마무시하게 많았다. 거기에 번호표 순서대로 접수를 하고 나면 또 다른 접수표를 뽑아야 했다. 그건 바로 피검사였다. 올 때마다 하는 건 아니지만 피검사의 결과를 듣기까지 대략 1시간-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기에 대부분 피검사를 하고 나면 대기를 하지만 이 검사마저 대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내 입에선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대기를 해도 해도 끝이 없네."


갈 때마다 익숙해지지 않는 기나긴 대기를 난 인공수정 2차를 시작할 때 즈음 통달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아까운 대기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지, 어디에 앉아 있어야 허리와 엉덩이가 덜 배기는지. 여러 번 방문을 하다 보니 어떤 자리가 좀 더 나은지 알 수 있었고 순서가 다가올수록 진료실 근처에 있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번에도 핸드폰을 붙잡는 시간이 길어지며 지루하게 느껴질 때 2번 진료실이 열리며 내 이름을 불렀다.


"갑상선 약 잘 챙겨 먹고 있죠? 피검사나 초음파 상으론 괜찮으니 바로 2차 시작할 수 있겠네요."


또다시 배란약과 배란 주사를 받아온 나는 생각보다 잘 자란 난포 덕에 아주 조금 용량이 적어진 상태로 주사를 맞게 되었다. 이젠 '저 사람도 난임 센터 다니나 보다'를 느낌처럼 알 수 있는 투박한 가방을 돌려주었다가 다시 받아온 나는 집에 오자마자 정리를 해놓고 주사 맞을 일정과 약 먹을 시간을 정해 알람을 추가했다. 이어서 하는 거지만 마치 처음 하는 것처럼 마음이 떨려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아, 몇 번을 맞아봤는데도 어렵네." 


내가 익숙해진 건 대기 시간일 뿐, 그 외 다른 건 아무리 똑같은 루틴이라도 조심스러운 마음이 일관될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먹는 음식이나 매일 같이 하던 복근 운동과 함께 끊어버린 커피, 혈액 순환을 위해 따듯한 물을 마시는 건 일상이었고 족욕과 산책 또한 매일 실천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도저히 나아지지 않는 배주사의 공포는 오히려 2차 때 더 심해졌고 전보다 앞에 가까이 대놓고도 한참이나 꽂지 못한 일도 수두룩했다.


잘 놓아도 할 때마다 아픈 걸 느끼기에 나는 매번 움츠러들었다. 가뜩이나 주사 맞는 걸 무서워하고 질색하는데 이걸 또 내가, 내 배에 꽂고 있다니. 순간적으로 2차 시도를 괜히 한다고 했나 싶을 만큼 주사의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인공수정도 이 모양인데 내가 후에 시험관을 도전할 수 있을까, 하는 먼 훗날의 상상을 하며 끙끙 주사를 맞았다. 그리고 버티고 버텨 난포가 잘 자랐는지 보러 간 난임센터에서 나는 뜻밖의 인물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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