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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May 27. 2024

그럼 그렇지, 로또는 무슨

노력형 인생인데 기대를 하다니

다음 달 생리주기에 맞춰 방문한 난임센터에서 나는 안정된 갑상선 수치를 볼 수 있었다.


"수치도 낮아졌고 오늘부터 인공수정 1차 시작할 거에요."


드디어 시작하는구나. 겪지 못한 것들에 대한 무서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듣게 된 건 인공수정에 대한 것들이었다. 자연임신보단 높을 수 있지만 성공 확률이 큰 차이가 없다는 것과 인공시술로 인해 과자극으로 드물게 복수가 찰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먹는 약과 동시에 배주사도 집에서 스스로 맞아야 한다는 것.


이 부분이 제일 두렵기도 했지만 나는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뻤다. 물론 1차에서 성공하는 확률이 로또라고 들었지만 아주 혹시나 하는 기대는 굳게 마음을 만들어주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그렇게 3일째부터 먹는 배란약 5일분과 5일째부터 맞는 배주사를 받아온 난 벅찬 느낌과 함께 주사 맞는 법부터 약 먹는 시간까지 여러번 확인하며 잊지 않게 알람을 맞춰 놓았다. 먹는 약도, 주사도 꼭 필요한 일이기에 모든 행동은 신중하게 이루어졌다.


우선 술을 끊었고 찬물은 일체 먹지 않으면서 한 번도 맛보지 않았던 추어탕과 집에 잔뜩 쟁여놓은 포도즙, 그리고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매일 족욕을 하고 남편과 산책을 했다. 여기서 고마운 건 남편의 다정함이었다. 평소에도 잘 챙겨주지만 인공수정을 시작하면서 남편은 모든 걸 나의 위주로 맞춰주었고 그덕에 나는 보다 편하고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으, 이걸 내 배에 어떻게 놓냐."


하지만 무서운 건 무서운 거였다. 막상 주사를 맞아야 하는 날, 알고 있는대로 꼼꼼히 준비했지만 막상 내 배 가까이 주사바늘이 보이니 찌르는 게 쉽지 않았다. 훅 찌르라는 간호사의 말을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앞으로 갔다가 물러나기를 반복하니 인공수정에 열심히 임해도 주사 맞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렵사리 주사를 맞고 나면 찌르르한 느낌과 뱃속의 뭉글거리는 느낌이 있으니 남는 건 긴 한숨뿐이었다.


그래도 꼬박 놓치지 않고 주사를 맞았고 시술 날짜를 잡기 위해 난임센터에 방문한 날, 난 또 충격을 먹고 말았다. 이제 주사는 끝이겠지 싶었으나 시술 날짜부터 임신 확인을 위한 피검사 날까지 질정을 넣고 배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사실에 이런 정보는 인터넷에서 못 봤는데, 하며 당황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주는대로 잘 받아서 일정을 잘 적어놓고 기다린 인공수정 시술을 하는 날, 나는 지독한 통증에 눈을 질끈 감았다.


"너무 아픈데요."


인공수정 시술은 5분 이내로 통증도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 중에 예외로 아픈 사람이 있긴 하지만 하필 그게 내가 해당될 줄이야. 전에 겪었던 나팔관 조영술 통증과 같은 느낌에 나는 윽, 소리를 내며 참았고 15분정도 안정을 갖는 타임에서 고인 눈물을 닦아냈다. 뭐이리 쉬운 게 하나도 없을까. 여러감정이 복잡하게 올라오면서 마음을 추스린 나는 바라고 또 바랐다. 이번에 임신이 되면 진짜 좋겠다고.


"이번엔 임신이 아니네요. 인공수정은 확률이 워낙 낮고 평균 6-7회정도 시술을 해야 하는 거니 너무 낙담하지 말고 생리 시작하면 이틀 째 오세요."


하필 주말에, 피검사로 결과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고작 이 짧은 말을 들으려고 대기를 했다는 사실에 그저 실소가 터져나왔다. 임신이 아니란 건 알고 있었다. 시술 일주일 째 되던 날부터 느낌이 아니다 싶었으니까. 기대 안하고 싶었지만 그럼에도 하게 되는 기대에 몰려오는 건 실망과 속상함. 역시 로또는 없었네 하는 상실감. 나름 괜찮다고 남편과 평소처럼 얘기를 나눴지만 집으로 오는 시간, 친언니와의 통화에 나는 무너져내렸다.


그렇게 인공수정 1차는 실패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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